한국의 아파트는 도시경관을 형성하는 주된 주택 유형임에도 불구하고, 정책 및 관련 법·제도, 사업성 등에 의한 계획의 한계로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획일적인 경관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계속하여 받아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7년 10월 국토교통부는 창의적인 디자인 창출을 위한 법·제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건축법 개정을 통해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도입하였다. 특별건축구역이란 조화롭고 창의적인 건축물의 건축을 통하여 도시경관의 창출, 건설기술 수준 향상 및 건축 관련 제도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건축법 또는 관계 법령에 따라 일부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하거나 완화 또는 통합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특별히 지정하는 구역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별건축구역 제도는 강남보금자리지구 내 아파트 등을 시작으로 택지개발사업, 공공주택사업, 정비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택사업을 통해 계획되는 아파트단지위주로 주로 지정되어 오고 있다. 특히, 재건축 및 재개발 아파트 위주로 특별건축구역이 지정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 보이면서, 사업성을 위한 수단으로써 악용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특별건축구역 제도가 경관 창출에 미치는 영향과 방식에 대한 실증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특별건축구역 아파트 단지의 경관계획 특성 분석 및 경관 평가를 통해 경관 창출 효과를 확인하고, 경관 차이를 형성하는 계획 요인을 분석하여 특별건축구역 제도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어 계획 및 조성된 아파트 단지 15곳에 대해 도면 분석과 현장 답사 등을 실시하여 특례 및 관련 법·제도에 따른 경관계획 특성을 도출하였다. 분석 대상 단지는 사업방식(정비, 공공주택, 택지개발), 조성지역(서울, 수도권 및 지방 도시), 규모 측면에서 대표성을 지니는 단지로 선정하였다. 이러한 특성이 전체적인 경관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활용하였다. 건축·도시 설계 분야의 전문가 140인을 대상으로 15개 아파트 단지 경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를 활용해 경관 특성 및 경관 요소와 전체 경관만족도의 관계를 알아보는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또한, 특별건축구역 적용으로 인한 아파트 단지의 경관 변화 및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특별건축구역 지정신청서상 기존의 계획안이 제시된 두 곳의 아파트 단지를 선정하여 경관 평가를 실시하였다. 이때 심층 경관 평가 대상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사업을 통해 고밀도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 택지개발사업을 통해 중밀도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 가운데 계획의 대표성을 갖는 단지로 선정하였다. 경관 평가는 보행자 시점의 3D시뮬레이션 영상으로 제작하고, 가상현실(VR)을 활용하여 특례 적용으로 변화된 아파트 단지 계획안의 전·후를 비교하여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40명 이상의 전문가가 두 곳의 아파트 단지의 특례 적용 전·후 경관 특성의 인식 및 만족도에 대해 평가한 후, 맨 휘트니 - U 검정을 실시하여 특례 적용으로 인한 경관 특성 및 경관 만족도의 차이를 검증하였다. 또한, 경관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들에게 경관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고, 응답 결과를 바탕으로 경관 만족도의 영향 요인을 해석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특별건축구역 아파트 단지 경관계획 특성에 있어 가장 큰 변화는 주거동 배치와 층수의 유연한 계획, 주거동의 입체화 및 규모 확장, 가로변 주거동 입면 및 주민공동시설의 특화계획으로 나타났다. 주거동 배치의 경우 건축법 제61조의 인동 간격 거리 기준을 완화하여 적용받음으로써 기존의 인동 간격 제한으로 인해 동일한 형태의 주거동 병렬 배치가 아닌 다양한 주거동 형태를 조합한 복합적인 배치계획을 보인다. L자 형태의 주거동 및 이를 변형한 형태를 남향 및 남서향, 남동향으로 배치하는 경우가 대표적인데, 15개 단지 중 9개 단지에서 나타났다. 인동 간격 규제 완화를 통해 단지 내 주거동 간의 높이 변화 및 동일한 주거동에서도 10층 이상의 높이 변화가 가능해져 다양한 형태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주거동 형태는 기존과 유사한 판상형 형태 일지라도 주거동 내 주동 간 층수 차이를 두어 입체적인 형태로 계획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층수 차이가 있는 장변의 주거동이 계획되면서 주거동의 규모도 확장되는 양상이 확인되었다. 가로변 주거동은 1층 주호 계획 특화, 진입부 필로티 공간, 아케이드 등을 계획하고, 주민공동시설은 인접 가로에서 직접 진입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형태로 계획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특별건축구역 아파트 단지의 경관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심미성과 조화성은 기존 규제에 의한 계획 요소에 기인하며, 특별건축구역으로 인한 경관 창출 효과는 제한적이다. 분석 대상인 15개 특별건축구역 아파트 단지의 경관 특성 및 경관 요소가 전체 경관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심미성(14개 단지)과 조화성(13개 단지)에 대한 평가가 전체 경관만족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심미성 및 조화성이 높을수록 경관 창출 효과가 높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경관 요소 가운데서는 주거동 입면에 대한 만족도가 전체 경관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데, 13개 단지에서 주거동 입면에 대한 만족도의 중요성이 확인되었다. 특별건축구역 아파트 단지에서 심미성과 조화성을 이끌어내는 계획 요소인 발코니, 창호, 입면 패턴 및 주변 건물과 어우러지는 건축물의 높이는 기존의 규제에 따라 계획된 요소들로, 특별건축구역의 규제 완화에 의한 주거동 높이 변화 및 주거동 규모보다도 더 크게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거동 높이 변화와 같은 계획 요소는 건축법 제61조의 인동 간격 규정에 영향을 받고, 특정 층수 구간 및 발코니 등의 입면 계획 요소는 주로 지구단위계획이나 서울특별시 건축물 심의 기준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한편, 경관만족도에 대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개방성이 경관 만족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일부 단지에서는 아파트 단지 주 진입부의 오픈스페이스 조성, 병렬 평행 배치를 통한 통경축 확보, 가로변 5층 이하의 저층 영역 형성 등의 계획 특징을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다양성이 전체 경관만족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아파트 단지는 가로변 주거동의 다양한 발코니 디자인, 저층과 고층 주거동의 층수 대비, 주동의 혼합과 변형을 통한 입체적인 형태 계획을 보여준다. 이러한 계획 요소들은 일부 특별건축구역 아파트 단지에만 한정되어 있어 특별건축구역으로 인한 경관 창출 효과가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
셋째, 특례 적용 전·후 아파트 단지 계획에 대한 경관 특성 및 경관 만족도에 대한 변화는 아파트 단지의 계획 밀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경관 특성별로도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밀도 차이가 있는 두 곳의 아파트 단지에 대한 경관 평가 결과, 고밀도의 아파트 단지는 개방성, 다양성, 심미성, 조화성 측면에서 특례 적용 전·후 아파트 단지 경관에 대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는 반면, 중밀도의 아파트 단지는 개방성을 제외한 경관 특성에 유의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밀도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특례 적용 전에 비해 적용 후의 경관이 개방성은 더 낮아지고, 다양성, 심미성 및 조화성은 더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는 특별건축구역 아파트 단지의 경관 개선 효과가 모든 경관 특성에서 일관적이지 않음을 의미한다. 반면, 중밀도의 아파트 단지는 특례 적용 전·후 아파트 단지의 경관에 있어 개방성만 유의한 차이가 있고, 다양성, 심미성, 조화성 인식에 있어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유의한 차이가 있는 개방성의 경우에도 특례 적용 전 아파트 단지 경관이 더 높게 나타났기에 전반적으로 경관의 변화나 향상도 없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특례 적용으로 인한 경관 만족도의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 요소는 주거동 높이 변화, 주거동 형태, 주거동 규모, 주거동 입면, 부대복리시설의 배치 및 형태이며 그 효과는 고밀도 아파트 단지에서만 제한적으로 확인되었다. 고밀도 아파트 단지에서는 특례 적용 후 아파트 단지 경관 요소들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며, 이는 특별건축구역 아파트 단지 경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음을 의미한다. 반면, 중밀도 아파트의 경우 특례 적용 전·후 아파트 단지 경관 만족도에 있어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특례 적용 전·후 아파트 단지 경관이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배치 형태, 고층 주거동의 층수와 중·저층 주거동의 높이 차이, 주거동 형태, 주거동 입면 등에 따라 경관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부분적으로 확인하였고, 경관 창출 효과는 고밀도 아파트 단지에서 유효함을 알 수 있다. 한편, 두 단지에서 공통적으로 특별건축구역 지정이 경관의 개방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평가 결과는, 추후 특별건축구역을 통한 아파트 단지의 개방성 향상에 필요한 계획 요소 및 계획기법을 명확히 밝혀 제시해야 함을 시사한다.
다섯째, 특별건축구역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특별건축구역 아파트 단지 유형화와 유형별 세부 지침 및 심의 기준, 경관계획 요소별 가이드라인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별건축구역 특례 적용은 계획 여건 등에 따라 제한된 계획을 완화하기도 하고, 규제 지침 반영을 가능하게 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경관 창출 효과에 대한 특별건축구역 제도의 역할을 고려할 때, 조성지역, 대지 여건, 사업방식 등에 따른 아파트 단지를 유형화하고 유형별 제도의 적용 지침 및 이를 시행하기 위한 심의 기준 등의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계획 요소에 있어서는 아파트 단지 개방성 확보를 위해 대지 여건 등에 따른 저층 주거동의 적정 층수, 개방지수 등에 관한 세부 지침 또는 운영 방식 등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특별건축구역으로 인한 경관 창출 효과에 대한 실증적 평가가 부족한 여건 가운데, 특별건축구역으로 조성된 아파트가 도시경관에 미치는 양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와 관련된 계획 요소 및 제도의 영향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현재 특별건축구역제도의 특례가 경관 창출 이외에도 다양한 목적을 위해 적용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각각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 적합한 계획 요소를 활용하도록 제도 운영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 특히, 경관 특성별로 우선 적용되어야 할 계획 요소 및 계획 방식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특별건축구역 제도가 새로운 도시경관을 창출하는 데 보다 효과적으로 기여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