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의 아파트 건설 및 공급에 관여한 법제도를 연구대상으로 삼아 건설행정법의 관점에서 제도의 취지, 적용 범위, 한계, 개선방안 등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아파트건설사업에 관한 공법이론 체계를 구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아파트건설사업은 '아파트 용지확보-아파트 건설-아파트 공급'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업절차로 구성된다. 여기서 '아파트 용지확보'란 아파트 건설의 토대가 되는 토지를 취득하는 활동(토지취득)과 취득한 토지의 지상에서 계획하는 아파트를 건설하여 좋다는 도시계획적 판단을 획득하는 활동(건축 허용성 획득)을 아울러 의미한다. 용지확보 없이는 아파트를 건설하고 공급하는 절차로 나아갈 수 없으므로 용지확보는 사업의 시작점이자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 연혁적으로 볼 때 아파트건설사업을 촉진하려는 국가 정책이 주로 용지확보 문제를 규율하는 제도의 제정 및 개정의 방식으로 실현된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개별 아파트건설사업의 특성과 향방을 결정하는 것도 용지확보의 절차라고 볼 수 있다. 일단 용지확보의 절차가 완료되고 나면 표준화된 건축설계에 의해 아파트가 건설되고 주택공급규칙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일률적으로 건설된 아파트가 공급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 글에서는 아파트의 용지확보 방법과 그에 관여하는 공법 제도의 내용 및 작용방식 등을 주로 검토하며, 이를 토대로 아파트건설사업의 유형을 수용형, 매집형, 조성택지취득형의 세 가지로 분류하여 제시한다.
수용형 아파트건설사업은 아파트건설사업자가 수용제도를 동원하여 아파트용지로 사용할 토지를 강제로 취득하는 방식의 사업을 말한다. 이 유형의 아파트건설사업은 1975년 주택건설촉진법에서 공공사업자가 수용권을 행사하여 토지를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이 유형의 사업은 수용절차를 수반하는 대지조성사업을 먼저 진행하고, 이를 통해 토지취득이 완료되면 그 지상에서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식으로 실무가 운용되었다. 그런데 대지조성사업에 관한 사업계획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국토계획법에서 정한 도시계획(일단의 주택지조성사업) 결정이 의제되었고 이를 통해 대상 토지에 대한 건축허용성이 부여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수용형 아파트건설사업은 토지의 건축허용성을 부여하는 절차가 아파트건설사업에 관한 사업계획승인보다 선행하는 사업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수용은 원칙적으로 공공사업자에게 허용되는 토지취득 방법이다. 1978년 주택건설촉진법에서는 일부 민간사업자가 아파트지구개발사업 제도를 통해 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예외적인 방법을 두었으나, 이 제도는 다양한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2003년 주택법 개정 과정에서 폐지되었다. 그런데 2005년 주택법에서는 민간사업자가 일정 비율의 토지를 확보하면 나머지 토지에 대해서 매도청구권을 행사하여 토지를 강제로 취득할 수 있는 매도청구 제도를 도입하였다. 매도청구를 활용하는 아파트건설사업은 수용형과 매집형의 중간적 성격을 갖는 사업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협의에 응하지 않은 토지소유자의 토지를 강제로 취득한다는 점에서는 수용형 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으나, 건축허용성의 획득 방법은 매집형 사업의 방식을 따른다.
매집형 아파트건설사업은 아파트건설사업자가 수용제도 등을 활용하지 않고서 토지소유자와의 협의에 따른 매집작업을 통하여 용지를 확보하는 방식의 사업을 말한다. 민간사업자는 토지소유자와의 협의를 통해 토지를 취득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법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단지의 단위로 건설된다는 특징이 있고, 단지 규모의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구역 내에 인접해 있는 개별 필지들을 빠짐없이 모두 취득하여야 한다. 이처럼 아파트 용지확보를 위해서 인접한 다수 필지의 토지를 빠짐없이 취득하여 하나의 단지 규모로 합치는 작업을 이 글에서는 매집(買集)이라고 명명하였다.
아파트건설사업의 사업계획승인 이전에 매집한 토지에 대한 건축허용성을 획득할 수 있는 절차나 방법이 없다. 행정청은 아파트건설사업자가 매집작업이 완료된 토지를 사업구역으로 하여 사업계획승인을 하는 시점에 비로소 당해 토지에 대해 도시계획적 판단을 거쳐 건축허용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매집형 아파트건설사업은 토지의 건축허용성을 부여하는 절차가 아파트건설사업에 관한 사업계획승인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사업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주택건설촉진법에는 사업계획승인을 할 때 도시계획법상 도시계획(일단의 주택지조성사업) 결정을 의제하는 규정을 둠으로써 건축허용성 획득 절차를 제도적으로 명확하게 규율하고 있었다. 반면에 2003년 제정된 주택법에서는 관련 법령들의 제·개정을 고려하여 섬세하게 인허가의제 규정을 마련하지 못함에 따라 사업계획승인을 할 때 건축허용성을 동시에 부여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 규정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현행 주택법에서는 사업계획승인에 관한 규정의 해석을 통해 건축허용성의 문제를 규율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위 두 유형의 아파트건설사업은 하나의 사업주체가 하나의 아파트건설사업 절차로서 아파트용지의 조성과 그 지상의 아파트 건설을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사업유형이다. 이와 달리 일단 다른 법률에 근거하여 시행하는 택지조성사업을 통해 택지(아파트건설용지)가 조성되고, 조성된 택지를 아파트건설사업자가 취득하여 그 지상에서 아파트를 건설하고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의 사업을 조성택지취득형 아파트건설사업이라고 한다. 이 유형에서는 택지조성사업의 사업주체가 종전의 토지소유자로부터 토지를 취득하고, 아파트건설사업자는 조성된 택지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용지를 확보한다. 또한, 아파트건설사업자가 공급받는 택지는 선행하는 택지조성사업의 절차와 내용에 의해 건축허용성이 부여되므로, 아파트건설사업의 절차에서 별도로 건축허용성을 획득할 필요가 없다. 이미 토지취득과 건축허용성의 부여가 완료된 택지를 공급받기 때문에 아파트건설사업자에게는 상대적으로 간명한 용지확보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유형의 사업에서는 조성된 택지를 어느 아파트건설사업자에게 어떠한 방법으로 공급할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처럼 이 글에서는 아파트 용지확보 제도를 중심으로 하여 아파트건설사업을 세 개의 유형으로 분류하는 이론체계를 제시하였다. 이 글의 유형적 접근방법은 아파트에 관한 사실과 법적 문제를 체계적으로 인식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나아가 행정실무와 재판실무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 그 '해결'의 지침을 제공하는 도그마틱으로 기능하거나, 또는 해당 문제를 '해명'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