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공공기관의 조직자율성을 중심으로 선행 요인과 결과 및 성과와의 관계를 경험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조직자율성과 공공관리에 대한 이론적·정책적 함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대 정부가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조직적인 수단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정부가 공공기관에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자율과 책임의 균형 아래 관리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다양한 공공서비스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연구들은 조직자율성의 단편적인 측면만을 살펴볼 뿐만 아니라 조직자율성의 효과 등을 설명할 실증적인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는 조직자율성의 중요성이 강조됨에도 여전히 조직자율성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논쟁적으로 만들며, 공공기관을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효과적인 관리 제도의 부재를 야기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정부와 공공기관 사이의 대리인 관계를 바탕으로 공공기관의 조직자율성을 공식적 조직자율성과 실질적 조직자율성으로 구분하고,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포함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에 대한 2015년부터 2020년까지의 6년간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공공기관의 조직자율성을 둘러싼 관계를 다각도로 탐구하였다.
본 연구는 공공기관의 조직자율성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기반으로 한 세 가지 실증분석으로 구성된다. 첫째, 공공기관 조직자율성의 선행 요인에 대한 연구로, 환경적 요인으로 주무부처의 자원, 언론 주목도를 제시하였으며, 조직 특성 요인으로 조직 규모와 조직 연령을 살펴보았다. 실증분석 결과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공식적 조직자율성에 대하여 언론 주목도와 조직 규모는 부(-)의 관계, 조직 연령은 정(+)의 관계가 나타났으며, 실질적 조직자율성에 대하여 언론 주목도는 부(-)의 관계, 조직 규모는 부(-)의 관계가 나타났다.
둘째, 공공기관 조직자율성의 결과 영향에 대한 연구로, 조직목표로서 우선순위 목표모호성, 조직구조로서 조직개편과 공식화, 조직전략으로서 차별화 전략과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실증분석 결과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공식적 조직자율성은 우선순위 목표모호성과 부(-)의 관계가 나타난 반면, 조직개편과는 정(+)의 관계가 나타났다. 다만, 공식적 조직자율성과 다른 조직 특성 간의 관계나, 실질적 조직자율성과 조직 특성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셋째, 공공기관의 조직자율성과 조직성과의 관계를 상황론적 관점에서 환경 불확실성, 산업 분야(SOC·에너지)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실증분석 결과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공식적 조직자율성은 객관적 조직성과에 대하여 ∩자 형태의 비선형적 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상황적 요인에 대하여, 환경 불확실성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공식적 조직자율성은 객관적 조직성과와 정(+)의 관계가 나타났으며, 산업 분야(SOC·에너지)에 해당하는 조직의 경우에는 공식적 조직자율성과 객관적 조직성과는 정(+)의 관계가 나타났다.
이론적 측면에서 본 연구는 조직자율성과 관련된 기존의 논의에 대한 경험적 근거를 축적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였다. 기존의 연구에서 강조한 환경적 요인과 조직 특성 요인이 조직자율성에 미치는 영향을 경험적 증거로 뒷받침하였으며, 조직자율성의 결과로 우선순위 목표모호성, 조직개편, 공식화, 그리고 차별화 전략이라는 구체적인 조직 특성을 제시하여 이론적 논의를 시도하며 실증적으로 살펴보았다. 특히, 공공기관의 조직자율성과 조직성과의 비선형적 관계와 상황적 요인의 조절효과는 NPM 패러다임을 비롯해 자율성 효과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또한, 특정 분야의 조직에 국한된 기존 연구와는 달리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을 연구 대상으로 하여 조직자율성 연구의 일반화 가능성을 높였다. 더불어 공공기관의 조직 자율성을 공식적 조직자율성과 실질적 조직자율성으로 구분하고,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집합적인 정책수단을 고려하여 조직자율성을 측정한 시도는 조직자율성과 관련된 단편적인 논의를 극복하고 조직자율성에 대한 이해와 지식의 확장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 본 연구는 공공기관의 조직자율성에 대한 정부의 관리제도가 재설계될 필요성을 제시한다. 공공기관에 대한 관리적 효율성을 높이고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해 정부의 다양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직성과와의 비선형적 관계를 비롯하여 공공기관의 조직자율성을 둘러싼 선행 요인이나 결과 영향 등의 실증적인 분석 결과는 정부의 정책이 의도한 바와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조직자율성을 둘러싼 정부와 공공기관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관리제도 및 유인구조의 수정이 요구된다.
본 연구는 공공기관의 조직자율성을 중심으로 선행 요인과 결과 및 성과와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조직자율성과 관련된 이론적 논의를 발전시키고 경험적 연구를 뒷받침할 개념적·분석적 토대를 제공하였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아울러 조직자율성과 조직성과의 비선형적 관계 등을 비롯한 경험적 근거를 바탕으로, 다중적인 대리인 구조하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노력, 즉 공공기관 관리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함을 실증적으로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