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유성 종양은 사람 유방암과 병리학, 분자생물학적 유사성으로 인해 유방암을 연구하는 좋은 동물 모델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사람과 개는 환경 요인에 의한 암 발병에 있어 후성유전학적 조절 기전이 유사하기 때문에 개 유선암과 사람 유방암에서의 후성유전체 연구는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들에서는 특정 유전자의 프로모터 메틸화에 집중이 되어있고, 유전체 전반에 거친 메틸롬 연구는 거의 진행된 바 없다. 유전체 전반에 거친 CpG 메틸화의 조절 이상은 암의 진행을 유발하며 암세포의 특정 상태를 나타내는 생체 표지자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암 상태에서 후성유전체의 유연한 변화가 암세포나 면역세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연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임상적 정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 학위논문에서는 개 유선 암의 조직과 면역세포에서 유전체 전반에 거친 광범위한 메틸롬 및 전사체 분석을 통해 진단과 치료를 위한 생체 표지자, 더 나아가 잠재적 치료 표적을 찾아내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또한, 개 유선암에서 보이는 후성유전학적 조절 메커니즘이 사람 유방암과의 유사성을 보이는지를 비교하는 종간 분석을 수행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본 저자는 비교 의학 관점에서 개와 인간의 후성유전체에 의한 유전자 발현 조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사람과 개 모두에서 암의 진단과 치료에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제 1 장에서는 개 유선 종양 및 인근 정상 조직에서의 유전체 전체 메틸롬 프로파일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특히 유전자의 인트론 지역이 후성유전적 조절의 잠재적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11쌍의 개 유선 암 조직과 인근 정상 조직의 메틸롬을 분석한 결과, 수많은 종양 억제자와 종양 유전자의 과메틸화가 확인되었다. 특히, 인트론 부위에 과메틸화가 일어난 유전자들이 암의 항상성과 활성을 조절하는 주요 유전자 군집에 속해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흥미롭게도, 정상 대비 암에서 과메틸화를 나타내는 PAX5 모티브 (종양 억제성)와 저메틸화를 나타내는 PAX6 모티브 (종양 유발성)가 인트론 영역에서 빈번하게 관찰되었다. 추가적으로 수행된 상관성 분석에서, 종양 억제자로 알려진 CDH5 와 LRIG1 유전자의 인트론 영역에서 PAX5 모티브의 과메틸화와 해당 유전자의 발현 간에 역 상관 관계를 발견하였으며, 반대로 종양 촉진자로 알려진 CDH2 와 ADAM19 유전자는 인트론 영역에서 저메틸화된 PAX6 모티브를 가짐과 동시에 발현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메틸화 CpG 결합 도메인 시퀀싱 (MBD-seq)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임상 시료에서 모두 검증되었다. 더 나아가, 비교의학 연구에서 인간 유방 침윤성 암에 대한 TCGA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이러한 유전자 인트론 영역의 과메틸화와 유전자 발현의 감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인트론 지역의 메틸화의 변화는 인간 유방암에서 유전자 발현도 변화되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개 유선암과 인간 유방암에서 후성유전체 조절의 종간 보존성에 대한 증거를 제공하며, 다양한 질환에서 유전자 조절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인트론 메틸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편, 면역세포의 암에 대한 반응은 암의 예후와 항암 치료의 효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많은 연구들이 면역 치료의 주요 대상인 면역 관문 (Immune checkpoint)이 후성 유전적 조절을 받는다는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암 진행과정에서 면역세포의 탈진 (Exhaustion), 면역 회피 (Escape)도 후성 유전체의 변화를 동반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는 면역세포 치료나 면역 관문 억제제 (Immune checkpoint inhibitor; ICI) 치료의 예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본 학위논문의 제 2 장에서는 유방 종양 환자로부터 채취한 말초 혈액 단핵구 세포 (PBMC)의 DNA 메틸롬 프로파일 차이를 조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메틸화 CpG 결합 도메인 시퀀싱 (MBD-seq)을 수행하여, 유선 종양을 가진 개와 정상 개에서 유래한 총 76 개의 PBMC 에서 전장 유전체 메틸롬을 분석하였다. 유전자 기능 군집 분석 (Gene ontology analysis; GO analysis)을 통해, T-세포 및 B-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종양 PBMC 에서 고도로 메틸화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면역세포 증식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면역 표지 유전자들 (BACH2, SH2D1A, TXK, UHRF1)에서 높아진 메틸화와 역 상관 관계를 갖는 유전자 발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악성 종양과 양성 종양 간에 PBMC 메틸롬의 현저한 차이는 없었지만, 본 연구의 메틸롬 데이터집합을 활용하여 악성 종양을 예측하는 기계학습기반 분류기를 모델링하였다. 본 연구는 유전체 전반에 거친 순환 면역 세포의 메틸화 프로파일을 통해 암에서의 말초혈액 면역 세포의 후성 유전적 조절에 대한 통찰력 있는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유전체 전반에 거친 메틸롬 정보를 이용한 양성 종양과 악성 종양을 식별하는 새로운 진단 전략을 제시한다.
요약하면, 본 학위 논문에서는 개 유방 종양에서 유전체 전반에 거친 후성유전적 변화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개 유선 종양의 메틸화에 의한 암 조절에 있어 인간과 개 사이에서 흥미로운 유사성을 보여준다. 또한, 면역세포 메틸롬 데이터를 활용한 악성 종양 예측은 인간과 개의 다양한 암 유형에서 악성 종양을 진단할 수 있는 잠재적인 확장성을 제시한다. 진단 모델의 임상 적용을 위해 추가적인 검증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 연구는 개와 사람의 암 치료와 진단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