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빠른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요양 서비스에 대한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화와 질병으로 인해 노인이 장기요양이 필요한 상태로 접어들면 노인을 돌보는 가족의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장기요양 인정자와 서비스 이용에 따른 급여 및 제반비용 증가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안정성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부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인이 사망에 이르기 전까지 자신이 살던 곳에서 최대한 건강하고 독립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장기요양 진입의 영향요인을 규명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장기요양제도 진입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인지적 허약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주목하여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장기요양 진입에 인지적 허약이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연구자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코호트 ver. 1.0 자료를 활용하였다. 노인코호트 표본 중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았고, 검진 수검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에 치매로 진단받은 적이 없으며,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의 도입 초기인 2008년~2009년 사이에 장기요양에 진입하지 않은 자를 연구대상자로 선정하였고, 총 39,148 명의 노인의 자료가 분석에 사용되었다. 종속변수인 장기요양제도 진입은 장기요양 등급에 관계없이 연구대상자가 장기요양 대상자로 인정받은 경우 해당 연도에 장기요양상태에 진입한 것으로 정의하였다. 인지적 허약은 International Consensus Group (IANA/IAGG)에서 제시한 정의에 따라 신체적 허약과 인지장애가 동시에 존재하면서 치매로 진단받은 적 없는 상태로 정의하였다. 일어서서 걷기 검사(Timed Up and Go Test)와 한국판 치매 선별도구(Prescreening Korean Dementia Screening Questionnaires)를 사용하여 신체적 허약과 인지장애를 각각 측정하였고, 측정 결과에 따라 연구대상자를 정상군(신체적 허약과 인지장애가 모두 없는 상태), 인지장애군(신체적으로 허약하지 않지만 인지장애가 있는 상태), 신체적 허약군(인지기능은 정상이나 신체적으로 허약한 상태), 인지적 허약군(신체적으로 허약하면서 동시에 인지장애가 있는 상태)으로 분류하였다. 이렇게 분류한 각 허약상태에 따른 장기요양 진입 위험을 추정하고 비교하기 위해 생존분석을 실시하였다. 콕스 비례 위험 모형(Cox proportional hazard model)을 추정하기 전에 scaled Schoenfeld 잔차를 이용한 적합도 검정(goodness-of-fit test)과 로그 스케일 그래프(log-log plot)를 통해 비례위험가정(proportional hazard assumption)을 확인하였다. 모형에 포함된 공변량 중에서 우울감(depressive mood) 변수가 비례위험가정을 만족하지 못함에 따라 최종적으로 층화된 콕스 모형(stratified Cox model)을 추정하였다.
분석 결과 대상자의 8.7%가 인지적 허약군으로 분류되었으며, 약 5.2년의 평균 추적 기간동안 647명의 노인이 장기요양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허약상태 분류에 따른 장기요양 진입 발생률을 비교하면 인지적 허약군 1,000인년 당 5.8명 (95% CI 4.7-7.0), 신체적 허약군 1,000인년 당 3.6명 (95% CI 3.2-4.1), 인지장애군 1,000인년 당 3.4명 (95% CI 2.8-4.2), 정상군 1,000인년 당 2.4명 (95% CI 2.1-2.7) 순으로 나타났다. 다변량 분석 결과 정상군에 비하여 인지적 허약군의 장기요양 진입 위험은 2.64배 (95% CI 2.08-3.36) 높았으며 다른 허약 상태에 비해 우리나라 노인의 장기요양 진입을 가장 잘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인지장애군의 장기요양 진입 위험은 정상군의 1.62배 (95% CI 1.27-2.07), 신체적 허약군의 장기요양 진입 위험은 정상군의 1.51배 (95% CI 1.26-1.82)로 확인되었다.
추가적으로 우울감 여부와 성별에 따라 인지적 허약이 장기요양 진입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하부집단 분석을 실시하였다. 우울감을 경험한 노인의 경우 인지적 허약군의 장기요양 진입 위험은 정상군에 비해 3.17배 (95% CI 2.32-4.34) 높았으며, 이는 우울감을 경험하지 않은 노인 중 인지적 허약군의 장기요양 진입 위험도 (HR 2.10, 95% CI 1.46-3.04)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또한 인지적 허약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서 장기요양 진입을 예측하는 주요한 요인이었다(남성: HR 2.36, 95% CI 1.63-3.42, 여성: HR 2.87, 95% CI 2.09-3.95). 그러나 인지장애와 신체적 허약이 장기요양 진입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었는데, 여성의 경우 인지장애군 (HR 1.92, 95% CI 1.3-2.66)이 신체적 허약군(HR 1.70, 95% CI 1.31-2.21)에 비해 장기요양에 진입할 위험도가 높았으나, 남성의 경우 신체적 허약(HR 1.33, 95% CI 1.02-1.73)만 장기요양 진입에 영향을 미치고 인지장애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p = 0.258). 종속변수를 장기요양 필요도에 따른 등급 구분에 따라 재가급여 진입과 시설급여 진입으로 구분하여 추가분석을 실시한 결과 인지적 허약은 공통적으로 재가 및 시설 급여 진입의 중요한 예측 요인이었으나, 재가급여 진입에서 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재가 급여 HR 2.94, 95% CI 2.29-3.79; 시설 급여 HR 1.93, 95% CI 1.26-2.93).
본 연구는 우리나라 노인을 대표하는 대규모 코호트 자료를 활용하여 인지적 허약이 장기요양 진입에 미치는 영향을 종단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연구이다. 연구를 통해 신체적 허약과 인지장애에 비해 인지적 허약이 우리나라 노인의 장기요양 진입을 더 잘 예측하는 요인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특히, 우울감을 경험한 노인과 여성 노인에게서 인지적 허약은 장기요양 진입의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 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중재 개발의 근거를 마련하였다. 인지적 허약 상태인 노인을 조기에 발견하고, 이를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신체적, 인지적, 정신적 복합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장기요양 상태로 진입하는 시기를 늦추고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기간을 연장하는데 본 연구가 기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