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은 여러 의미로 쓰이는 부사다. 본고의 연구 목적은 한국어 부사 '그만'의 의미를 규명하고 문법적 특성을 고찰하는 것이다.
각 사전에서 '그만'의 의항을 대개 '① 그 정도까지만. 그만큼만, ② 그 정도로 하고, ③ 그대로 곧장, ④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⑤ 달리해 볼 도리가 없이' 5가지로 나열하고 있다. 이 다섯 의항에서 ①번 의항은 '중지'로 약칭할 수 있고 나머지 의항들은 '이행'으로 통칭할 수 있다. '이행'의 뜻으로 쓰인 '그만'은 {[의식], [제어성]} 2가지 의미 자질에 의하여 다시 '의식적인 이행', '무의식적인 이행', '부득이 이행'으로 세분할 수 있다. 본고에서 '중지'의 뜻을 지니는 '그만'은 '그만₁'로, '이행'의 뜻을 지니는 '그만'은 '그만₂'로, '의식적인 이행'은 '그만₂-₁'로, 무의식적인 이행'은 '그만₂-₂'로, '부득이 이행'은 '그만₂-₃'으로 표시한다.
'그만'은 지시대명사 '그'와 보조사 '만'이 통합하여 형성된 것인데 원래 '그만큼, 그 정도'의 의미로 쓰인다. '그만'의 의미 파생 과정에 대한 추측은 다음과 같다. 기본적인 관형사 용법인 '그만큼, 그 정도'로부터 척도 함축이 발생하여 '그 정도만 하고 더 이상은 하지 마라'의 의미를 가지게 되어 '중지'의 뜻을 가진 부사로 변한다. '중지'의 의미가 계속 확장하여 '지금 하는 일을 멈추고 후행 행동을 이행하라'는 '이행'의 의미까지 도달한다.
'그만'은 문장 혹은 절 전체를 수식할 수 없고 동사 혹은 동사구만 수식하므로 성분부사에 속한다. '그만₁'은 명령문에서 '중지 명령'을 내릴 때 부정의 의미를 가지게 되고, 부정 극어 '더 이상'과 공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₁'은 부정부사의 성격이 드러난다. 또한 '그만₁'은 '중단'을 표현하는 국면부사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시점에서의 성립 여부'와 무관하게, '현재 시점에서 성립하고 미래 시점에서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표현한다.
'그만₁'과 '그만₂', 그리고 '그만₂-₁'과 '그만₂-₂', '그만₂-₃'은 서로 다른 문법적 특성을 보인다. '그만₁'은 주로 동사 앞에 나타나고 위치 이동이 불가능하지만 '그만₂'는 주로 동사구 앞에 나타나고 제한적으로 위치 이동이 가능하다. '그만₁'은 주로 동사, 그리고 극소수의 형용사를 수식할 수 있으나 '그만₂'는 동사구만 수식한다. '그만₁' 구문의 문장 주어는 항상 1인칭 혹은 2인칭이고 시제 제약이 존재하지 않으며 평서문, 의문문, 명령문, 청유문에서 두루 쓰일 수 있다. '그만₂-₁'이 나타나는 문장에서는 주어 인칭 제약과 시제 제약이 존재하지 않으며 평서문, 의문문, 명령문, 청유문에서 두루 쓰일 수 있다. '그만₂-₂'와 '그만₂-₃'은 평서문과 의문문에서만 쓰일 수 있으며 문장에서는 1, 3인칭 주어만 허용되고 과거, 현재 시제만 허용된다. 그리고 명령문에서 '그만₁'과 '그만₂-₁'은 '안', '못', '말다' 등 부정소와 공기할 수 없다.
'금지'는 '예방적 금지', '중지적 금지', '재발 금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한국어 부사 '그만'은 어느 상황에서든 '예방적 금지'를 표현할 수 없고 하나의 사태에 대해 '중지'의 뜻만 표현할 수 있으며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태에 대해 '재발 방지'의 뜻을 표현할 수 있다. 세계 언어 중 대부분은 부사가 아니라 동사로 '중지'의 의미를 표현하는데 한국어에서 '그만'은 '중지'의 의미를 표현하는 매우 독특한 부사다. '그만₁'의 '중지'의 의미에 대응하여 중국어에는 '别+동사+了' 구성이 있고 영어에는 'Stop+Ving' 구성이 있다. '别+동사+'了 구성은 명령문과 청유문에서만 '중지'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Stop + Ving' 구성은 평서문, 의문문, 명령문, 청유문에서 모두 나타날 수 있고 '중지'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그만₂'의 '이행'의 의미에 대응하여 중국어에는 '就+동사+了' 구성이 있고 영 어에서는 ∅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