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존재하면서, 예술가와 감상자는 각자의 역할에 알맞은 교육을 받아왔다"(Efland, 1990/1996, p. 1). 예부터 미술교육의 목적은 미술을 위한 교육(education of art)/미술을 통한 교육(education through art)으로 이분화되어 왔다. 본 연구는 미술교육의 목적의 '양극화'가 미술과 교육의 조화를 통해 발현되는 미술교육의 힘을 저해한다는 데 문제의식을 둔다. 그리하여 본 연구는 미술교육의 목적의 이분법을 극복하는 미술교육의 목적을 질 들뢰즈의 철학을 활용하여 '예술가-되기(becoming-artist)'로 제안하는 데 연구의 목적을 둔다.
본 연구의 연구 방법은 문헌 연구이며, 연구 절차는 다음과 같다. II장에서 들뢰즈의 저서들을 분석하여 '-되기' 개념의 틀을 '사이', '만남', '생성' 중심으로 구축한다. III장에서는 '예술가-되기'의 의미를 '예술가-되기의 전제: 보통학생과 예술가 '사이'', '예술가-되기의 방법: 보통학생과 예술가의 '만남", '예술가-되기의 양상: 보통학생과 예술가 모두의 '생성" 중심으로 제안한다. IV장에서는 예술가-되기의 사례를 소개하고,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예술가-되기의 교육적 힘을 조명하며, 예술가-되기의 교수·학습 접근을 정리한다.
본 연구의 연구 결과를 간략히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되기'가 '사이에서의 만남을 통한 창조적 생성'이라면, '예술가-되기'는 '보통학생과 예술가 사이에서 보통학생과 예술가의 만남을 통한 보통학생과 예술가 모두의 창조적 생성'이다.
'사이'는 보통학생/예술가의 이질성, 배타성을 말한다. '우리는 모두 이미 예술가'라고 하지만 교육 현장에는 '잘 그리고 잘 만드는 사람'이라는 예술가의 관념이 잔재하며, 미술계에서는 보통사람의 미술/예술가의 미술의 층위를 구분한다. 또한 전문 예술인 되기를 희망하지 않는 보통학생의 삶과 필요는 학교 안팎, 교육과정상에서 미술교육의 소외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예술가-되기를 논하는 것은 보통학생과 예술가의 사이를 좁힐 수 없는 거리가 아닌, 창조적 생성이 일어날 잠재성의 장(場)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다.
'만남'은 미술교육을 통한 보통학생과 예술가의 만남을 말한다. 이질적인 항들의 관계 맺음인 -되기로부터 보통학생과 예술가의 '만남의 요소'를 도출할 수 있다. 보통학생은 '특이자(Anomal)' 예술가와 마주침으로써, 자신에게 잠재하는 예술가의 '정동(affect)'을 깨워, 보통학생과 예술가의 신체가 섞이는 '함입(involution)'을 체험하며, 보다 예술적 존재로 '변용(affection)'한다. 보통학생과 예술가의 '만남의 핵심'은 두 무리의 '분간 불가능한 지대(a zone of indiscernibility) 구성'에 있다. -되기는 두 항이 탈영토화하여 서로의 존재 능력, 행동 능력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제3의 지대를 형성할 때 일어난다. 보통학생과 예술가의 분간 불가능한 지대는 보통학생/예술가, 보통학생의 일(감상, 소비)/예술가의 일(창작, 생산), 보통학생을 위한 미술교육/예술가를 위한 미술교육과 같은 '구별짓기'로부터 '마주치기', '실험하기'에로 주의를 환기한다.
'생성'은 예술가-되기를 통해 보통학생과 예술가 모두에게 일어나는 창조적 변화를 말한다. -되기는 서로의 모방, 재현이 아니라, 사이에서의 만남을 통해 이전과 다른 자신이 되는 과정이다. 보통학생은 예술가-되기라는 '옷 입은 반복'을 통해 '차이 자체'를 드러내며, 전보다 예술적인 존재가 되어간다. 예술가는 보통학생들의 다양한 의미 만들기와 함께 다시 읽히고 쓰이며, 미술계에 의해 코드화된 예술가로부터 도주선을 그린다. 이를 통해 보통학생과 예술가는 위/아래, 중심/주변으로 분간되지 않고, 공생, 공감하는 '리좀적 생태계'를 구성한다.
본 연구는 예술가-되기의 사례로 'TAB(Teaching for Artistic Behavior)'을 소개한다. TAB은 성인 예술가의 일에서 비롯된 예술적 행동(artistic behavior)을 기반으로 하는 미술교육 접근법이다. TAB의 '세 문장의 교육과정(the Three-Sentence-Curriculum)'은 TAB의 핵심 철학과 원칙이 담긴 것으로, 보통학생이 예술가-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첫 번째 문장의 '성인 예술가의 일'은 미술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마주칠 수 있는 예술가의 역량을, 이로부터 도출된 '예술적 행동'은 예술가와 만나 학생들이 현실화할 수 있는 잠재력, 즉 변용의 목록을 보여준다.
-되기 개념에 근거할 때 예술가-되기의 교육적 힘은 되는 항이 다양한 보통학생이기에, 되려는 항이 예술가이기에 현실화하는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 되는 항이 다양한 보통학생이기에, TAB에서 학생들은 동일한 예술가의 역량과 마주쳐도 저마다 상이한 창의적, 예술적 과정을 정립한다. 또한 되려는 항이 예술가이기에, TAB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 안에 내재하는 의지적, 계획적, 도전적, 실험적, 성찰적, 사회적 잠재력을 현실화한다.
이러한 예술가-되기의 사례가 갖는 교육적 힘은 '학생 행위주체성(student agency)'과 공명한다. 본 논문에서는 TAB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교육적 힘을 마거릿 본(Vaughn, 2021)의 학생 행위주체성의 세 차원과 연결한다. TAB은 보통학생을 예술가로 위치 지우고 교실을 스튜디오로 만듦으로써 학생들에게 잠재하는 활동적, 의도적 내적 성향을 깨우고(성향적 차원),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작업 전체를 통제하고 방해 속에서도 끈기 있게 작업하게 하며(동기적 차원), 예술을 통해 협력, 연대하고, 학교 및 사회 맥락에서 협상, 상호작용하게 한다(위치적 차원). 특별히 예술가-되기의 학생 행위 주체성이 갖는 특징으로 주목할 만한 것은 학생이 예술가-되는 과정에서 성향적, 동기적 차원이 자연스럽게 발현된다는 점, 이를 위해서는 예술가로서의 학생, 스튜디오로서의 교실과 같이 보통학생이 예술가의 영역과 마주칠 수 있는 맥락, 즉 기회의 조성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본 연구는 예술가-되기의 교수·학습 접근을 '미술 그리고 교육(Art ET Education)'으로 정리한다. '미술 그리고 교육(Art ET Education)'은 미술(Art)과 교육(Education)을 들뢰즈의 '그리고(ET)', 곧 -되기의 결합 방식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는 미술과 교육이 자신의 영토로부터 탈주하여 서로의 '할 수 있음'을 증대하는 방식으로 관계 맺는 것을 말한다. 미술교육의 목적의 양극화는 미술을 교육에, 교육을 미술에 포섭하려는 데서 발생한다. 예술가-되기를 지향하는 미술교육은 미술을 교육으로 교육을 미술로 겪어내게 하며, 언제나 미술과 교육의 '사이'에서 창조적 생성을 도모한다.
끝으로 본 연구가 갖는 의의와 한계는 다음과 같다. 본 연구는 미술교육의 목적에 대해 다시 또 깊이 사유할 장(場)을 마련한다. 또한 예술가-되기라는 새로운 개념은 하나의 기호로서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실천을 촉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기초 연구라는 점에서 일정 한계를 갖는다. 그리하여 후속 연구로 '예술(가)-되기', '미술 그리고 교육'의 정교화와 이에 기반한 교육적 실천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