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는 소비자의 욕망이 충족되는 최종 단계가 아니며 소비자는 더 많은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유연한 서비스를 원한다 (Afshar, 2019). 이러한 변화와 함께 정기 구독료를 내고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구독경제가 주목 받기 시작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구독경제 진출을 돕기 위해 구독경제에 적합한 제품을 발굴해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OTT, IT 혹은 내구재 렌탈형 구독 모델에 비해서 정기배송형 구독서비스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정부의 이러한 지원은 정기배송형 구독시장의 확대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연구는 대부분 OTT 구독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정기배송형 구독시장에 대한 연구가 수행될 필요성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국내 연구는 구독서비스를 제품유형이나 제공방식을 기준으로 기업의 관점에서 분류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준이 어떻게 소비자가치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연구는 부족하다. 소비자가 구독서비스를 선택하게 되는 과정과 이용하는 과정에서 소비자가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품유형이나 제공방식이 어떠한 소비자가치로 연결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소비자가치를 기준으로 정기배송형 구독서비스를 유형화하고 정기배송형 구독서비스 가운데 불확실성이 낮은 사전정의형과 불확실성이 높은 랜덤형의 전반적인 이용행태, 태도 및 지속구독의도를 살펴보고 확장된 통합기술수용모델을 통해서 지속구독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비교하였다. 또한 위험도가 낮은 상황에서 불확실성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최근 연구의 흐름을 따라 긍정적 불확실성의 개념을 추가하여 각각의 서비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였다.
본 연구는 사전정의형, 랜덤형 구독서비스를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20-3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대상자는 성별과 연령 분포에 편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당표집을 채택하였다.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기 위하여 통계 프로그램 SPSS 26.0을 이용하여 기술통계분석, 빈도분석, 신뢰도 분석, t-test, 일원분산분석, SPSS Process Macro 모델 4를 이용한 매개효과 검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용해본 각각의 구독서비스 개수에 있어서 사전정의형 이용자와 랜덤형 이용자의 50% 이상이 1개라고 응답했고 그 다음으로 2-3개라는 응답이 높았다. 구독기간을 살펴보면 사전정의형에서는 '6개월 미만'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랜덤형에서는 '3개월 미만'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랜덤형 구독기간이 전반적으로 더 짧은 것으로 해석된다. 자주 구독하는 품목의 경우에는 사전정의형에서는 생활용품, 건강기능식품, 신선식품순으로 높았고 랜덤형에서는 가공식품, 신선식품, 생활용품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식품과 생활용품 구독의 이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독서비스 인지경로에 있어서는 '온라인 사이트 광고를 통해서'라는 응답이 두 서비스 모두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사전정의형은 그 다음으로 '포털 사이트 등에서 상품 검색을 통해'라는 응답이 높았으며 랜덤형의 경우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라는 응답이 그 다음으로 높았다. 배송주기의 경우에는 사전정의형과 랜덤형 모두 매달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두 집단 간 응답비율의 큰 차이는 없었다. 월 평균 구독서비스 지출 비용은 정기배송형 이용자가 37700원 그리고 랜덤형 이용자가 40300원으로 대략 3000원의 차이로 정기배송형 이용자의 월 평균 구독서비스 지출 비용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사전정의형과 랜덤형 구독서비스의 태도와 지속구독의도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고 사전정의형의 태도와 지속구독의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전정의형 구독서비스가 더 활성화되어 있고 소비자에게 친숙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확장된 통합기술수용모델 변인과 긍정적 불확실성의 수준을 살펴보면 각각의 성과기대, 노력기대, 촉진조건, 가격효용은 모두 평균값인 3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두 집단 간의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성과기대, 노력기대, 촉진조건, 가격효용 모두 사전 정의형에서 더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소비자가 직접 선택한 제품이 배송되는 사전정의형이 랜덤형에 비해 소비자들에게 친숙하여 이용하기 쉽고 불필요하거나 취향에 맞지 않는 제품이 배송되지 않아서 가격 대비 가치가 높기 때문이라고 추론된다. 사회적 영향은 모두 평균값인 3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두 집단 간의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랜덤형이 사전정의형보다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랜덤형은 사전정의형에 비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서비스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영향이 서비스 이용에 더 크게 작용한다고 해석된다. 쾌락적 동기는 두 집단 모두 평균값인 3점 이상으로 나타났지만 두 집단 간의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긍정적 불확실성의 경우에는 예상한바와 같이 두 집단 간의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고 랜덤형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랜덤형 구독서비스 이용자 집단에서 긍정적 불확실성 수준이 확연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 그들은 제공받는 제품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불확실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성별, 연령, 학력 등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따른 확장된 통합기술 수용모델 관련 변인, 긍정적 불확실성, 태도, 지속구독의도 수준에 있어서 부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사전정의형에서 성별에 따라 성과기대, 노력기대에 유의한 차이가 있었고 연령에 따라 성과기대에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여성이며 20대인 경우 성과기대를 더 높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혼이고 자녀가 없을 경우에 성과기대와 노력기대를 더 높게 인식하며 고등학교 졸업 이하일 때 가격효용이 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랜덤형 구독서비스에서는 남성일경우 사회적 영향 수준과 습관 수준이 유의미하게 높았고 20대일경우 촉진조건과 노력기대를 높게 지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사전정의형 구독서비스 이용자의 지속구독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각 변수의 경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노력기대, 사회적 영향, 긍정적 불확실성의 경우 직접효과가 없으며 긍정적 불확실성을 제외한 모든 변수들은 간접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총효과는 성과기대, 가격효용, 쾌락적 동기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랜덤형 구독서비스 이용자의 지속구독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각 변수의 경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과기대, 촉진조건, 가격효용의 경우 직접효과가 없으며 모든 변수들은 간접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총효과는 쾌락적 동기, 성과기대, 노력기대의 순으로 분석되었다.
본 연구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할 수 있다.
첫째, 국내의 구독서비스 연구는 주로 OTT와 같은 특정 서비스군이나 제품 혹은 제공방식의 유형화 기준을 따라서 진행되었다.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군에 한정되어 진행된 구독서비스 연구의 경우에는 결과가 해당 제품군에서만 나타나는 제한적인 결과일 수 있지만 본 연구는 생활용품, 취향용품, 식품 구독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여 다양한 제품군을 포함시켰다. 본 연구의 결과는 특정 제품군에서만 나타나는 제한적인 결과라고 볼 수 없고 소비자에게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불확실성을 기준으로 구독서비스를 유형화하여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들과 차별성을 띄고 소비자학적 의의를 지닌다.
둘째, 본 연구는 기존에 많이 이용되어져 왔던 사전정의형(Pre-defined)과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랜덤형 구독서비스의 태도와 구독지속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전정의형 이용자들에게는 성과기대가 태도와 지속구독의도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갖는 반면에 랜덤형 이용자들에게는 쾌락적 동기가 지속구독의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 또한, 사전정의형에는 긍정적 불확실성이 태도와 구독지속의도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랜덤형에서는 유의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사전정의형은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정확하고 상세한 설명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소비경험을 줄 수 있는 랜덤형 구독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구매를 위한 어플 사용과정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와 게이미피케이션 전략을 통해 소비자의 쾌락적 동기를 유발하여 활용하면 좋을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친화적인 구독시장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소비자에게 부정적으로만 여겨지는 불확실성의 위험이나 모호성에 초점을 맞춘 다수의 선행연구들과는 달리 불확실성의 개념을 재조명하여 위험도가 높지 않은 랜덤형 구독서비스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태도와 지속구독의도에 정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밝혀 긍정적 불확실성의 개념을 검증했다. 본 연구에서 긍정적 불확실성의 영향력 수준이 미비하긴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1회성 구매인 랜덤박스 구매의도 관련 연구의 결과와 일치하며, 구독서비스 시장으로 연구 결과를 확장 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넷째, 랜덤형 구독서비스 시장에서 불확실성은 보호와 활용이 균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 선행연구들은 불확실성은 부정적인 감정을 야기시키며 제품 혹은 서비스의 효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할 때 소비자는 항상 구매를 지연시키거나 회피한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최근 경험소비가 중시되면서 불확실성이 구매에 쾌락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여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되었다. 1회성 구매인 랜덤박스와는 다르게 랜덤형 구독서비스 시장에서 아직까지 소비자피해 사례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소비자의 기대효용을 필요 이상으로 높여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실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만적인 마케팅 전략을 피하고 수령 가능한 제품구성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는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불확실성이 언제나 선호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기배송형 구독서비스가 더욱 발전하며 소비자에게 친숙 해져 위험도가 낮아진다면 태도나 지속구독의도에 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를 바탕으로 한 후속 연구에 대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
첫째, 본 연구는 불확실성의 정도에 따라 정기배송형 구독서비스를 불확실성이 낮은 사전정의형과 불확실성이 높은 랜덤형 두가지로 유형화하여 진행하였지만 소비자가 추천 받은 제품을 변경할 수 있어 불확실성이 중간 정도인 큐레이션 구독서비스를 추가하여 비교하지 못했다는 한계점을 지닌 다. 따라서 후속연구에서 큐레이션 구독서비스를 추가하여 비교연구가 수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 둘째, 이용행태의 결과를 살펴보면 구독서비스 이용자의 구독기간에서 6개월 미만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오랜기간동안 사전정의형과 랜덤형 구독서비스를 이용해보지 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추후에는 사전정의형과 랜덤형 구독서비스를 오랜기간 이용하여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높은 표집군을 선정하여 연구가 진행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