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시설 퇴소 후 자립 과정의 어려움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자립준비청년들의 시설에서의 경험과 제공되는 자립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과 의견을 질문함으로서 당사자의 경험의 근거한 퇴소 후 자립 경험에 대한 의견을 상향식(bottom-up) 방식으로 질적 탐구하였다. 양적 좌표가 나타내는 자립의 여러 가지 요건 중 이들이 어느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가장 중요한 환경 요소인 시설에서의 경험과 그곳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이 이들의 성공적인 자립에 기여하는지 알아보았다.
본 연구는 Creswell(2018)의 질적 방법론에 기반을 둔 담화 연구를 통하여 시설에서 퇴소한 청소년의 자립생활경험을 심층적으로 알아보았는데, 시설보호 후 퇴소한 6명의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실시한 결과, 연구 참가자들은 원 가족에 대한 원망, 사람에 대한 그리움, 자립 후 느끼는 공허함, 즉 사람에 대한 상처의 경험을 공통적으로 말해주었다. 원 가족에서 시설로, 시설에서 다시 한번 사회로 홀로 던져진 시설 퇴소자들의 공통적인 경험은 반복된 어른들로부터의 상처가 심화시킨 학습된 무력감이었다. 더불어, 연구 참가자들은 시설에서의 경험과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많이 제시해주었는데, 이러한 의견들로 인해 이들의 자립은 시설과 많은 연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 할 수 있었다. 모든 참가자들은 아동양육시설에서 긍정적인 경험과 부정적인 경험을 고루 경험하였고, 시설 내의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을수록 비교적 성공적이고 안정적인 자립을 하였다. 연구 참가자들의 면담은 모두 녹취되었고, 녹취 자료를 중심 주제 분석법에 따라 8개의 범주와 17개의 의미단위로 분류하였다. 각 영역에 따라 범주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4개의 핵심 주제들을 도출하였다. 연구에 참가한 시설 퇴소 자립준비청년들이 공통적으로 야기하는 핵심 주제들은: (1)지원/정보 격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2)시설 경험에 따른 구직 불균형 (3)심리정서적 불안과 사회적 인식 (4)자립에 대한 불확신 이었다.
시설 퇴소 후 자립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하여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들의 견해를 물은 본 연구는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와 누스바움의 역량접근법 이론적 프레임으로 바라보았다. 현재 정책들은 매슬로우의 1, 2단계, 즉 생리적 욕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이들의 여러 니즈 중 매슬로우의 3, 4단계 욕구 충족, 즉 심리적 안정의 니즈로 초점을 옮길 필요성이 야기되었다. 또한 누스바움의 역량 접근법에 근거하여 핵심 역량들 중 당장 시급한 신체건강, 감정, 그리고 관계의 요인들이 보장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는데, 비슷하게 신체건강은 어느정도 보장되고 있지만, 나머지 감정과 관계의 심리정서적 요인들의 강화의 필요성이 나타났다. 결과에 따라 시설에서의 경험은 자립준비청년의 심리와 정서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그 중 긍정적인 관계를 쌓고 경험을 기반한 청년들은 비교적 성공적인 자립을 했다는 점에서 매슬로우와 누스바움이 강조하는 결핍욕구들이 충족되어야지만 비로소 정서적으로 안정된 자아실현의 단계에 진입 하여 비로소 성공적인 자립에 이를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다는 논리에 부합하며 자립준비청년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확장시켰다.
원 가족과 자란 아이들에게는 가족 환경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에 가장 중요한 환경 요소는 보호시설이다. 그 안에서 사람들과의 관계, 정서, 진로 지원 프로그램들로 공교육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족한 부분들을, 또 부모의 부재로 생기는 공백을 보강해야 하는데, 연구 참여자들은 지역과 각 보호시설에 따라 너무 많은 지원/정보 격차가 존재하여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했다. 지역에 따라 정부에서 제공하는 지원금의 금액도 현저하게 다르며, 시설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도 금전적 지원과 시설의 인프라의 격차는 컸다. 이로 인해 경제적 안정으로 이어지는 구직 기회도 다르게 주어졌다. 대부분의 시설에는 경제, 부동산, 안전 등 자립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주말마다 들어야하는 의무 교육들은 여전히 아동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개개인의 니즈에 맞춰져 있는 교육이 아니며, 시기적절하지 못한 내용과 교육방식으로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에 그쳤다. 연구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만 18살 퇴소 시점에 모든 정책들과 지원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시설에 있을 때부터 아이들 개개인을 더 살펴보고 시기적절한 개입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만큼, 그들의 니즈에 맞는 프로그램이나 심리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끊임없는 고찰과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 사료된다.
시설에서의 프로그램이 중요한 만큼 이들이 시설에서 관계를 맺는 사람들과의 경험도 이들의 자립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은 대게로 안전한 보금자리, 안정된 의식주를 제공하며 심리정서적 확신을 주고,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의논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주보호자 역할을 맡게 되는 생활지도원의 잦은 교체로 부모의 부재로 받은 상처나 공허함을 누구와도 공유하기 어려워지는 실상이다. 뿐만 아니라 이 선생님들이 애초에 관리해야하는 아동의 수도 너무 많기 때문에 시기별로 알맞은 케어를 제공하기엔 거의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진로나 고민상담을 할 수 있는 어른의 존재가 없이 오롯이 홀로 걱정하는 아동들이 많다는 뜻이다. 시설 퇴소 후, 주 양육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사례전담요원의 경우도 비슷하며,정 작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이 닿기 힘들다고 한다. 원 가족으로부터 충족되지 못하는 심리적 안정을 시설에서 채워줘야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시설의 역량으로는 부족했 .다
퇴소 후에 느끼는 사회적 낙인과 편견은 이들의 역량을 확보하는데도 어려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들은 개개인의 특성보다는 항상 배경으로 평가를 받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또 한, 연구 참가자들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자립을 너무 일찍 강요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자립이라는 건 모두가 평생 풀어야하는 숙제지만,이들은 원 가족과 같이 자란 비 자립 준비 청년들에 비해서도 더 이른 "자립"이 강요된다. 자립이 오랫동안 준비해야하는 것이 아닌, 만 18살이 되면 그 순간으로부터 자립을 강요받는 느낌이 든다고 야기한다.
본 연구의 가장 큰 한계는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할 수 없어 일반화에 시키기 어려운 점이다. 자립준비청년은 사회취약계층이라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판단되었지만 선정된 연구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서 가지는 편향성, 예를 들어 자신감이 높거나 성공적인 사례들이 대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성공적"인 자립, 즉 본인들의 경험들을 잘 승화시키고 이러한 담화들을 건강하게 나눌 준비가 된 청년들만 참여의사를 밝히고, 정작 상처가 아물지 않아 숨어버린 청년들의 생각을 듣기는 어려웠다.
본 연구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시설 퇴소 후 자립 과정에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하여 당사자의 경험에 근거해서 살펴보았다는 점 에서 의미를 가진다. 본 연구는 시설에서의 경험과 프로그램에 대한 견해를 탐색함으로서 당사자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상향식 (bottom-up) 연구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 이들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선 정책제공자 입 장에서 추측하는 하향식 (top-down) 방식 보다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끊임없이 묻고 반영해야하며, 자립준비 청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5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단계 이론과 누스바움의 역량 접근법의 렌즈로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을 바라보았을 때, 매슬로우 이론의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 단계에 이르러 자립준비청년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그리고 누스바움이 주장하는 최소한의 핵심 역량들이 잘 보장되어 자립준비청년들이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자유를 보장받으며 당장의 불평등, 차별과 소외를 줄이고 이들의 역량을 확장 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체계, 그리고 환경을 마련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