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현대인의 심리적 건강과 관련한 문제가 대두되고 그동안 정신건강의 지표로 중요하게 여겨졌던 자존감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한 방편으로 건전한 자기가치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자기 자신을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는 대안적 자기가치감으로써 자기자비(self-compassion)에 주목하여 자기자비의 도덕교육적 의의를 밝히고 이를 도덕교육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동안 심리적 웰빙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비해 도덕과 교육과정에 적용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불교사상에 기반하여 자기자비의 의미를 규명한 후, 자기자비가 도덕교육에 갖는 의의를 밝히고 도덕과 교육에의 연계 가능성을 모색하여 최종적으로 도덕과 수업에의 적용 방안을 제안하였다.
크리스틴 네프(K. Neff)는 불교에서 기원한 마음인 자비(慈悲)를 이론적 토대로 현대 심리학적 관점에서 연구한 자기자비 개념을 제안했다. 자기자비는 삶이 고통스러울 때 자신과 세상의 불완전함을 수용하고 너그러운 태도로 스스로 돌보는 것을 의미하며 자기친절, 보편적 인간성, 마음챙김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명상 심리 치료를 기반으로 개발된 마음챙김-자기자비(Mindful Self-Compassion: MSC)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자비를 계발할 수 있다.
자기자비를 함양하면 삶의 만족도, 행복, 낙관성, 지혜, 호기심 등 긍정 정서를 더 많이 경험하고 회복탄력성을 높여 결과적으로 개인의 심리적 웰빙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높은 자기자비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돕고 학업 동기를 부여하는 등 교육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이러한 자기자비는 도덕교육에 잠재성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긍정교육적 관점에서 자기자비는 긍정 정서 경험을 촉진하고 사회적 연결감과 행복감을 증진하여 도덕적 의무를 강조해왔던 도덕과 교육에 긍정교육 도입을 도와 개인의 심리적 웰빙을 키우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또한 불교윤리적 관점에서 자비는 자리적일 뿐 아니라 이타적이다. 따라서 자기자비는 타인자비로 확장될 수 있으며 올바른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도덕교육적 의의가 있다.
이어서 자기자비와 도덕과의 목표, 내용, 방법 측면에서 연계 가능성을 탐구하였다. 먼저 불교 수행의 이상적 상태인 '무아'는 자기중심성 탈피를 추구하며 도덕성을 주축으로 하는 인성 계발을 촉진하는데 이는 도덕과의 목표인 '바람직한 인성을 지닌 사람 양성'과 같은 지향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자기자비는 도덕 교육과정 내 자존감 교육 내용을 보완할 가능성을 가진다. 끝으로, 자기자비 훈련 기술을 적용한 실천·체험 중심 교수 학습 방법을 활용하여 가치의 중요성을 깨닫고 습관화를 촉진하는 수업을 구상함으로써 자기자비와 관련한 도덕과 역량을 효과적으로 신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관련성을 도출하였다.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자기자비의 도덕교육적 적용 방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도덕과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자존감과 관련한 내용 요소를 찾고 그 한계점을 도출한다. 다음으로 MSC 훈련의 단계적 절차를 수정·보완하여 도덕과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수업 모형을 설계하였다. 끝으로 자기자비의 세 요소의 학습과 관련이 있는 수업 주제를 선정하여 3차시로 운영할 수 있는 '스스로 돌보기'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이를 활용한 구체적인 도덕과 수업 방안을 제안하였다.
도덕과 수업에 자기자비를 가르칠 때 교사에게 다음과 같은 태도와 역량이 요구된다. 먼저 교사는 올바른 자기가치감의 방향을 제시하여야 한다. 또한 학생들과 함께 자기자비 훈련 규범을 설정하고 자기결정권을 보장하여 안전감을 촉진하며 친절과 수용의 지지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여야 한다. 끝으로 교사는 자기자비를 함양하여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자비를 실천하는 좋은 모델로 기능하며 신뢰를 쌓고, 자기자비를 통해 보호한 높은 교사효능감으로 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