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문화정책 추진전략'을 발표하며 '문화의 힘으로 지역소멸을 막겠다'고 하였다. 이러한 표현은 2014년 국내 도시개발 패러다임이 도시재생으로 바뀐 이후 '문화를 통한 인식 제고', '문화를 통한 공동체 회복',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처럼 여러 정책에 자주 등장한다.
우리나라는 90년대 지방자치제도가 본격화되면서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문화 격차 해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는데, 이후 2014년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면서 국민의 더욱 능동적인 참여를 강조하는 '문화 민주주의'로 문화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문화기본권과 문화 민주주의의 개념이 지역사회의 발전과 지역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으며, 문화를 통해 지역을 되살리겠다는 수사적 표현이 관성적으로 굳어지게 된 것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과 지역 쇠퇴로 오랫동안 방치된 유휴공간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유휴공간 문화재생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2014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생활문화센터는 '기존 문화시설 및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지역민의 문화여가 참여 및 생활문화예술 참여 접근성을 제고(문체부)'하기 위해 조성한 시설로, 유휴공간 문화재생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9년 차에 접어든 생활문화 사업은 여전히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생활문화 사업의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화공간 조성으로 이미 쓸모를 다한 공간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재고해야 한다.
이에 본 연구는 생활문화센터를 통해 유휴공간의 문화적 활용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먼저, 이론적 고찰을 통해 문화정책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문화재생의 개념을 파악하고, 생활문화와 도시재생 관련 제도적 흐름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생활문화센터 운영 현황을 살펴봄으로써 유휴공간 문화재생의 경향과 특징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또, 사례 조사 심층 분석을 통해 이러한 유휴공간 문화재생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물리적 환경 개선, 주민 문화 향유 기회, 지역 공동체 활성화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생활문화센터와 관련한 문헌 조사와 전국 173개 생활문화센터를 대상으로 사례 조사를 진행하였다.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생활문화센터 75% 이상이 도시에 있으며, 도시 규모와 상관없이 비수도권-쇠퇴지역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문화센터는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문예회관, 문화의집 등 다른 문화기반시설과 비교해 최근 증가율이 가장 높았으며, 다른 문화기반시설에 비해 비수도권 비율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 간 문화 격차 완화를 위해 양적 확대에 치중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둘째, 생활문화센터의 운영 특성은 생활문화센터의 면적이나 예산의 편차는 컸으나, 운영 인력이나 프로그램 내용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기존 문화시설과 유휴공간의 차이를 실증 분석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며, 유휴공간의 정체성이나 특성을 살린 사례도 드물었다.
셋째, 생활문화센터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대상 지역이나 생활문화에 대한 이해와 운영 주체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문화센터는 지역의 애물단지인 노후화된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생활문화의 기반을 확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지역이나 운영 주체별로 차이가 있었다. 유휴공간도 대부분 역사·문화적 가치가 뛰어나서라기보다 단순히 쓸모를 다해 오래 방치된 공간이 대부분이었다. 타 문화시설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내용도 거의 없고, 지역적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도 많지 않았다.
유휴공간 문화재생이 성공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단순히 물리적 환경을 개선한다고 해서 저절로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프로그램과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 적절한 행정력 등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참여 대상과 내용도 구체화하여야 한다. 점점 증가하는 유휴공간의 활용 방안도 더욱 다각화되어야 한다. '문화'라는 개념에 막연히 기댈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늘어나는 유휴공간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지역사회에 그만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숙고해야 한다.
본 연구는 생활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의 배경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실효성을 검토하였다. 문헌 조사와 사례 분석을 통해 생활문화센터 운영 및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을 위한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고 대안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