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해자로 '엄마'가 부각되고, 한편으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강화가 주요 해법으로 여겨지면서 법이 갖는 영향력이 확장되는 상황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법적 판단을 여성이 수행하는 돌봄을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를 제기한다. 이에 아동학대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자녀 돌봄의 상황이 피고인의 양형에 미치는 영향과 법원의 처벌 판단 과정에서 다루어지는 양상을 살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아동학대가 발생한 돌봄 상황과 학대행위자에 대한 양형 결정 과정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가정 내 아동학대 판결문을 가지고 분석을 진행하였다.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아동학대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돌봄 조건을 중심으로 여성과 남성 피고인에 대한 징역형 선고 여부를 분석하였다. 여성 피고인의 경우, 피해 아동에게 장애 또는 행동어려움이 있거나 여성이 법률혼 바깥의 관계에 있을 때 집행유예보다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혼 바깥의 혼인 형태 변수는 남성의 징역형 선고에도 정(+)적으로 작용했는데, 그 영향력이 여성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다. 이외의 다른 돌봄 조건들은 여성과 남성 피고인 모두의 징역형 선고 여부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특히 아내학대 여부 변수가 남성의 아동학대 사실에 대한 양형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어머니노릇은 다양한 자녀 돌봄의 조건들이 복합적으로 구성하는 돌봄 상황 안에서 수행된다는 점에서, 개별 조건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자녀 돌봄 상황을 중심으로 아동학대를 4개의 집단(남성통제형, 재생산어려움형, 기타훈육형, 장애취약형)으로 유형화하였다. 재생산어려움형과 장애취약형은 피고인의 징역형 선고 여부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으며, 실형 선고에 정적으로 작용하였다. 이와 달리 아내학대와 아동학대의 높은 중첩 발생을 특징으로 하는 남성통제형은 피고인의 징역형 선고 여부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보이지 않았다.
양형 결정에 대한 통계분석을 통해 주요 쟁점으로 드러난 자녀 돌봄 상황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아내학대 사실을 가정불화로 축소하거나 물리적 폭력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학대 행위에 주목하지 않는 법적 기소 절차 전반의 문제를 확인하였다. 이는 가정 내 남성의 통제하에서 여성이 경험하는 피/가해의 맥락을 간과하고 무력하고 수동적인 피해자 또는 아동학대 공모자인 어머니라는 이분법적 평가로 나타났다. 또한 장애와 빈곤이 교차하는 돌봄 상황에서 여성의 이중부담과 양육 어려움, 주양육자로서 여성이 놓인 가정 내 의존관계에서 비롯된 취약성을 간과하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는 법원의 태도를 발견하였다. 특히 미혼여성에게는 이중적 성규범에 기반한 섹슈얼리티 통제가 나타났고, 나아가 재생산 과정 전반을 개인의 선택과 책임으로 환원하여 아동학대 행위에 대한 비난을 강화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본 연구는 그간 분절적으로 다뤄져 온 모성 실천과 아동학대 문제를 연계적으로 설명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아동학대 담론에서 법의 힘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자녀 양육에 영향을 미치는 돌봄 상황은 법적 논의의 장에서 더욱 중요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으며, 단순히 개인의 양육 환경에 대한 고려와 개선을 넘어서 돌봄 자체의 사회구조적 맥락을 포괄하는 논의로 확장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