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시 읽기 교육이 시의 언어를 통해 환기되는 대상의 경험적인 성질을 질적으로 변형하며 시를 읽는 학습자의 상상 활동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개념으로 시적 몽상의 개념을 도입하여 시적 몽상을 중심으로 한 시 읽기 교육을 구안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먼저 시 교육에서 학습자의 상상에 대한 기존 연구들과, 문학 언어에서 기표와 기의의 멀어짐 및 오독에 관한 논의들을 검토하여 '몽상' 개념의 필요성을 도출하였다. 몽상의 개념은 기존 시 교육에서 논의된 '상상'의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지만, 기존 시 교육에서는 텍스트가 제안하는 상상의 경로가 비교적 구체적인 경우에서의 학습자의 상상 활동에 주목해온 면이 있다. 즉 학습자가 자발적으로 시와 관련된 다양한 연상을 활성화하거나, 경험적인 대상에 깊은 가치를 부여하며 그 내부를 질적으로 변형하는 상상 활동은 상대적으로 덜 다루어져 왔으며, 이와 관련해 일어날 수 있는 풍부한 시 읽기의 가능성 역시 주목받지 못한 면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본 연구에서는 바슐라르의 상상력 논의에 주목해 몽상의 개념을 '어떤 대상을 형태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물질적·운동적 특성을 변형할 수 있는 것으로 보며, 대상의 내밀한 영역에 대한 주관적 가치 부여를 통해 대상 및 그를 둘러싼 배경을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상상'의 활동으로 개념화하였다.
한편 시 읽기 과정은 텍스트에 내포된 시인의 상상력과 독자의 상상력이 서로 만나 영향을 주고받으며 역동적인 의미를 산출해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시 읽기 교육에서 몽상의 활동은 시 텍스트와의 대화를 거칠 때 비로소 가치 있는 문학 경험이 된다고 보고, 시적 몽상의 개념을 시 텍스트와의 대화 속에서 몽상하며 그것을 의미화할 수 있는 능력으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바슐라르의 상상력 논의에 근거하여 시적 몽상의 구조를 '형태적 상상에 기반한 시적 대상의 형태적 모호성 감지, 시적 대상의 내부 영역에 대한 주관적 가치의 투사와 대상의 역동화', '시 텍스트와의 대화를 통한 몽상의 의미화'로 제시하였다.
시적 몽상을 중심으로 한 시 읽기의 양상의 경우, 시적 몽상의 구조와 학습자의 시 수용물 분석을 연계하여 다음과 같이 범주화하였다. 첫째, 시적 대상의 형태적 모호함 감지에 따른 대상 관계의 연상적 탐색은 학습자의 형태적인 연상의 유무 및 그 의미화 수준에 따라 시적 대상의 형태적 모호함 감지, 형태적 유사성에 기반한 대상 관계의 탐색, 이미지의 자유 연상과 의미 구성으로 나타났다. 둘째, 시적 대상의 내부 영역과 가치의 결부 및 대상의 역동화는 대상의 비가시적인 특성 및 내부 영역에 대한 학습자의 가치 부여 또는 몰입 정도에 따라 촉각적 특성 환기와 이미지의 연상, 대상의 내부에 대한 가치의 은유적 투사, 대상의 경계선과 주변 영역에 대한 운동성 부여로 나타났다. 셋째, 텍스트와의 대화를 통한 몽상의 형상화 및 의미화는 시 텍스트 전체의 언어 표현을 세밀하게 의식하며 의미화하는 과정의 유무에 따라 텍스트의 맥락에 기반한 몽상의 형상화, 텍스트와의 대화를 통한 몽상의 의미화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학습자의 시적 몽상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 상황과 원인의 경우 합리주의적 태도로 인한 시적 대상의 형태적 모호함 감지 실패, 시적 대상에 대한 심미적 거리 조절 실패에 따른 몽상의 비활성화, 몽상 내용에 대한 자신감의 부족으로 인한 텍스트와의 대화 실패로 분석하였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본 연구에서는 시적 몽상을 중심으로 한 시 읽기의 교육 내용으로 친모호성을 통한 시적 대상의 형태 형성 지연, 은유의 활용을 통한 몽상의 방향 설정, 텍스트와의 대화를 위한 동기화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교육 방법으로 대상의 형태 형성 지연을 위한 시각 자료의 제공, 사물 내부의 상상적 지각을 위한 '되기'와 현미경 체험, 텍스트와의 대화 가이드 활용, 질문 및 해석 기반의 교실 내 대화 활성화를 제안하였다.
시적 몽상을 중심으로 한 시 읽기 교육은 학습자 중심의 상상적 사고를 추동하고, 시의 언어에 대한 학습자의 관여를 확대하여 텍스트의 창조적 의미화 능력을 신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