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식'은 일반적으로 체내에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한 행동으로 알려져 있으나, 많은 사람들은 정서적 허기를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슬픔, 분노, 외로움, 우울 등의 다양한 부정적 정서에 반응하여 음식을 섭취하기도 하며 이를 '정서적 섭식(emotional eating)'이라고 한다. 정서적 섭식은 달거나 기름진 음식, 간식, 패스트푸드의 섭취 등 음식 섭취의 종류나 양 등이 변화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죄책감, 자기 혐오 등의 또 다른 부정적 정서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부정적 건강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적응적인 스트레스 대처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정서적 섭식은 일시적으로 일반인에게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병리적 섭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섭식 장애 및 비만의 위험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정서적 섭식은 비만, 체중조절, 정서적 불안정 등과 관련해 청년층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섭식 경향이며 그 중에서도 도시에 거주하는 청년 1인 가구는 다인가구 청년에 비해 이들 주변의 상황 및 맥락, 그리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부족한 자원이 부정적 정서 경험과 대처에 있어서 취약성을 더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도시 청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시각 자료를 활용한 질적 연구 방법의 일환인 사진유도면담(Photo Elicitation Interview, PEI)을 적용하여 이들이 다양한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게 되는 맥락과 더불어 정서적 섭식을 스트레스 대처 전략으로 행하게 되는 이유 및 이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39세 청년 1인 가구 중 정서적 섭식 경향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2023년 4월부터 5월까지 약 6주간 조사를 진행하였다. Creswell(2017)이 제시한 총 6단계의 질적 자료 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전체 연구 참여자 총 20명에 대한 면담 자료를 분석했으며, 사진 자료는 면담 진행 전 설명문을 바탕으로 유사한 내용 갈래로 분류한 후 면담 자료를 중심으로 반복적 비교 분석을 통해 패턴을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분석 결과, 도시 청년 1인 가구는 청년과 1인 가구로서의 삶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고 있었는데,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하는 모순적인 삶', '남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홀로 감당해야하나 버겁기만 한 현실', '집에서의 외로움과 막막함', '체중 관리에 대한 강박'이 그 맥락에 해당하였다. 이에 대해 청년 1인 가구는 손상된 자존감과 잃어버린 인생의 즐거움을 되찾고, 혼자라는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서적 섭식을 행하고자 하였다. 한편, 청년 1인 가구는 정서적 섭식이 '가장 효율적인 부정적 정서 대처 방법', '유일한 대처 방법', '즉각적 대처에 용이', '정서적 위안을 제공' 한다는 점에서 이를 부정적 정서에 대처하는 전략으로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정서적 섭식은 '자기 발견 및 존중의 기회'라고 인식되는 점에서 긍정적 정서 효과가 있으나 '인생의 유일한 즐거움마저 잃어버림', '일시적 도피로 현실을 재확인', '자기조절의 실패'로서 인식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부정적 정서를 유발하여 정서적 섭식의 순환적 구조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현재 한국 사회의 도시 청년 1인 가구가 경험하는 부정적 정서 경험 및 그 맥락과 더불어 이들이 인지하는 개인적·환경적 자원 부족이 정서적 섭식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본 연구는 청년 1인 가구의 정서적 섭식 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맥락과 인식을 파악하였다는 점에서 기존 양적 연구 중심의 연구와 차별점을 가질 뿐만 아니라 청년 1인 가구의 일상 경험과 정서적 섭식에 대한 인식을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지점에서 정책 개입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최근 청년 건강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는 식생활 및 정신 건강 문제 접근을 위한 새로운 시각을 마련해봄으로써 청년층의 건강한 식생활 실천과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