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노년 여성들의 의료기 체험관 이용을 통한 나이 듦의 이해 및 대응과 다양한 나이 듦 경험의 발견 불/가능성에 주목했다. 기존 담론과 선행연구는 체험관 가는 여성들을 무지한 사기 피해자, 환자, 효과적 마케팅 대상 등으로 여겨왔다. 이처럼 노년 여성의 체험관 이용 경험을 분절적으로 바라보기보다 노년 여성들의 나이 들어가는 과정으로 주목한다.
노년 여성들의 의료기 체험관 이용 경험을 나이 듦으로 독해하기 위해 먼저 체험관 등장 과정과 현재 조건에 대해 살폈다. 한국 사회에서 노인은 고령화위기 담론의 증폭과 IMF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건강한 경제 활동의 주체가 되어야 했다. 건강한 노년을 영위하라는 요구에 따른 노인 건강산업의 확장으로 탄생한 의료기 체험관은 노인을 겨냥하는 소비의 장이 되었다. 노년의 건강관리 및 무병장수를 기치로 삼는 의료기 체험관은 특히 노년 여성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건강하지 않아 자녀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불안을 심어주면서 건강을 관리하기를 주문한다. 동시에 노년 여성 이용자들이 체험관을 방문할 때마다 상품을 증정하고 친밀한 관계처럼 대접하는 등 지속적인 체험관 방문을 이끄는 전략을 펼친다.
연구참여자들이 의료기 체험관 이용을 통해 나이 듦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연구참여자들의 인생이 담긴 아픈 몸을 다스린다. 연구에 참여한 노년 여성들은 몸 여러 곳이 아픈 사람들이다. 그러나 기존 의학 담론이 전제하는 노년의 아픈 몸과 달리 이 여성들은 아픈 몸을 단순히 노화의 결과가 아닌 특정 사건의 영향이나 삶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몇십 년의 삶이 새겨진 아픈 몸은 일회적으로 병원을 방문한다고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연구참여자들은 장기간 매일 체험관에 다니며 몸을 보살핀다. 노년 여성들이 체험관에서 꾸준히 자신의 몸을 돌보는 행위는 지금껏 가족을 돌본 경험으로부터 터득한 비법이다. 둘째, 의료기 체험관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생필품 등의 증정품은 은퇴 없는 주부 생활을 이어가는 연구참여자들에게 유용하고 필요한 물건들이다. 산업화 시기 여성들은 동시대 또래 남성들만큼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힘들었지만 가족 부양을 위해 가족 돌봄은 물론 여러 노동을 겸하면서 가정 경제를 책임져야 했다. 한평생 가정 경제와 살림을 맡아온 주부로서 여성들은 기한도 나이도 없는 주부 생활을 이어가는데 체험관에 방문만 해도 살림살이를 취득할 수 있는 체험관의 홍보 전략에 재미와 효능감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매일 방문하는 의료기 체험관은 연구참여자들의 일상이 되었다. 가족 부양으로 인해 한정적인 개인 시간을 가졌던 연구참여자들은 은퇴 및 가족 부양 부담의 절감으로 자신만의 일상을 가꿀 수 있었는데, 의료기 체험관 직원들의 "효도" 대접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더 열심히 체험관으로 향한다. 매일 아침 "출근"하듯 의료기 체험관에 다니고, 그곳에서 강연을 들으면서 근면한 생활의 즐거움을 느낀다. 각자 다른 생애와 계층적 조건을 가진 연구참여자들은 의료기 체험관 이용을 통해 노년 여성으로서 나이 듦을 다르게 이해하고 대응하지만, 가족 내 여성으로서의 살아온 경험이 나이 듦과 연관됨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가족 내 여성으로서가 아닌 다양한 나이 듦의 경험을 발견할 여지가 있는가. 의료기 체험관 이용자들 간의 분리와 이해는 그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공존하게 만든다. 가족의 여성으로서 나이 들어온 만큼 이들의 이상적인 "어머니 규준"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체험관 이용자들과 자신을 분리하며, 그 규준으로 인해 다른 나이 듦을 성찰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노년 여성들에게 자녀들이 자신의 건강을 신경 써주는 정도는 어머니로서 받는 효도의 척도가 되고 또래 여성들에게 자랑거리가 되어 체험관 이용자들 간의 분리를 만든다. 한편으로 노년 여성들은 자녀들에게 완전히 의존하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에 결국 건강관리는 개별화되고 나이 듦에 대한 생각의 공유는 단절된다. 또한 의료기 체험관의 다른 여성들을 사기당하는 할머니들로 인식하고 필요한 의료기만 똑똑하게 구매하는 자신과 대비하는데 이는 똑똑한 가정 경영자를 내면화해 의료기 체험관 이용자들을 그 상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단정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가족을 벗어난 다른 나이 듦과 여성 됨의 경험을 발견할 가능성 역시 발굴된다. 자신의 삶을 기반으로 다른 여성의 삶을 이해할 수 있으며, 특정한 계기와 조건 아래서 형성된 소수의 믿을 수 있는 관계에서는 가족을 벗어난 관계를 형성하며 서로 의지할 존재가 되기도 한다. 체험관 이용자들 간의 분리가 발견되지만 이런 소수의 관계가 의료기 체험관 다니기를 지속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본 연구는 나이 들어 무지한 여성들이 의료기 체험관에 속고 있다는 노년에 대한 편견을 담지한 기존 담론에서 '나이'를 포착해 오히려 체험관에서 이들이 어떻게 나이 들어가는가에 주목한다. 또한 노년 여성의 나이 듦을 단순히 몸의 문제가 아닌 삶의 조건에서 읽어 가족 내 여성으로서의 경험과 맞닿아있음을 밝혔으며, 다양한 나이 듦의 경험을 발굴할 가능성을 고찰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