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목적은 본인 작품에 나타나는 반서사적 특징을 통해 작가의 정신성을 어떻게 나타냈는지에 대해 논의하기 위함이다. 본인 작품에서 나타나는 반서사성은 서구 고전주의 조각 전통의 특징인 서사성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되었다. 본인은 눈앞에 놓인 대상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대상에 서사성을 부여하는 것 대신 반서사(Anti-narrative)적인 조형언어로 감정과 정신성을 표현한다.
본 논문에서 사용하는 '반서사적 조각' 이라는 용어는 본인 작업의 특징을 정의 내리기 위해 선택한 단어이다. 이러한 논의를 위해 본인은 다음을 같은 연구를 진행한다.
우선, '반서사적'의 의미를 정의하기 위해 현대 조각에 나타난 반서사성의 발전 추세를 분석한다. 연구에 따르면 반서사적 조각은 조각의 서사적인 특징이 아닌 조각 자체의 언어를 통해 작가의 정신을 나타낸다.
서사적 조각은 플롯을 중심으로 삼으며, 플롯 및 인물 등을 강조하여 관객에게 구체적인 이야기 세계를 제공한다. 전통 조각은 서사적 특징을 갖추고 있으며,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조각은 신화와 역사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다. 또한 르네상스 시기의 조각은 성경 이야기로 종교적 신념과 정신적 경지를 나타냈으며 바로크 시대의 조각은 신화와 종교 이야기 속의 영웅을 나타냈다. 반면, 비서사적 조각은 형태, 재료 및 개념을 주된 요소로 삼아 관객에게 보다 자유로운 예술 경험을 제공하며 창작 과정에서 주관적 체험의 표현을 강조한다. 이러한 개인적인 표현은 조각 예술을 보다 다채롭고 풍부하게 만들며 관객에게 다양한 미적 경험을 제공한다.
반서사적 조각을 서술할 때 로잘린드 E.크라우스(Rosalind E.Krauss)의 예술적 관점과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이미지론, 베네데토 크로체(Benedetto Croce)의 '예술은 직관이자 표현이다'를 인용했다. 들뢰즈와 크로체의 이론은 조각이 더는 전통 조각의 조형과 서사성에 의존하지 않고 조각의 구상성과 서술성을 내려놓아 조각 자체의 독립성을 실현하는 것을 나타낸다. 때문에 본인의 작품은 주로 들뢰즈, 크로체, 크라우스의 이론을 통해 논의된다.
작품 분석은 재료의 선택, 미니멀한 형식, 반복적인 행위로 나뉜다. 재료 분석은 본인 작품에 사용된 재료의 의미를 분석한다. 본인 작품 속의 재료 분석은 본인 작품에 사용된 동일한 재료 혹은 유사한 재료를 사용한 작품을 통해 비교 분석하였다. 본인 작품 속 재료는 재료 자체의 특징 외에도 조각 제작 과정에서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나아가 조각의 서사성을 파괴하고 조각을 통한 정신의 반서사적인 전달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 본인은 예술가들이 재료 자체의 심미적 특성을 발굴하여 이를 조각가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출구로 삼고 있다고 분석한다. 본인의 작품 재료는 대부분 본인 주변,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질적 재료가 주를 이룬다. 현대미술의 발전 과정에서 조각 재료는 자체적인 심미의 독립성을 얻어 재료 자체의 아름다움과 작가의 주관적인 정신을 표현한다. 또한 본인은 생활 속의 물질 재료가 우리 생활과 밀접하며 이와 자연스러운 친밀감을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재료의 사용과 변형은 관람자에게 큰 신비감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미니멀리즘 조각의 분석은 본인 작품에 사용된 형태의 의미에 대한 분석인데 본인의 작품에 사용된 형태는 미니멀 형식과 반복이라는 형식이다. 본인은 이러한 형식을 갖춘 작가의 작품을 분석하여 본인이 연구한 미니멀 형식이 미니멀리즘 조각의 형식과 일치하지만 양자에는 여전히 차이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본인이 연구한 미니멀리즘 작품은 들뢰즈가 이미지를 작품에서 격리시킨 것과 같이 독립적인 미니멀 형식을 갖추었다. 정신 표현에서 깊이 있는 사상과 관념에 중점을 두며 미니멀리즘 조각은 재료와 형식의 단순화와 정제 속에서 예술가의 본질과 순수성을 강조한다.
반복이라는 행위는 크로체의 '예술은 직관이자 표현이다'라는 관점을 통해 논의된다. 내용 분석은 '수작업', '반복' 그리고 '제작과정'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뉘며 세 가지 주제의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직관'은 감각과 지각, 직관,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사물의 본질과 진리에 대한 이해, 생명의 내재적인 본질과 삶의 과정에 대한 깨달음과 체험을 추구한다. 또한 반복적인 수작업은 특별한 '표현' 방식으로 본인은 자기희생의 자유정신을 통해 제작 과정을 체험하고 조각 재료의 함의를 변화시키며 대상을 정신화하고 물질의 내재적인 정신력을 유지하여 물아(物我)의 순수한 직관에 도달한다. 관람자는 작품을 감상할 때 작품 속에 내재된 생명력을 느낀다. 직관적인 파악은 반복할 수 없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적 체험이다. 예술은 더는 서술로 표현되지 않고 생명에 대한 생각, 느낌, 깨달음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위의 연구를 통해 본인의 작품은 반서사적 조각 형식을 통해 주관적인 정신을 표현하였고 기존의 서사성과 시간의 논리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조각 자체의 의미적 표현에서 보다 자유로운 정신성의 표현을 추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