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미래의 불확실한 기대수익을 위해 현재의 확실한 소비를 포기하는 경제적 선택이다. 투자위험은 손실 발생에 대한 불확실성을 의미하며, 투자수익의 변동성을 의미한다. 금융투자상품의 본질은 투자성이고, 투자성이란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높은 위험이 따르며, 위험의 결과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의사결정에 따르는 의무, 부담, 책임을 의사결정자 본인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의 피해 예방 및 구제 정책이 효과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의 보호 관점도 필요하지만, 금융소비자의 책임있는 의사결정 및 행동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소비자의 자기책임 인식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금융피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금융소비자의 주권과 권리를 보장받기 쉽지 않으며,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한계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기책임 인식은 금융소비자가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금융소비자가 금융투자 과정에서 인식하는 자기책임에 대해 심도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윤리학, 법학 영역의 선행연구 및 관련 법제를 바탕으로, 금융소비자가 인식하는 자기책임의 하위차원과 척도를 구성한 후, 이를 실증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또한 소비자학, 심리학 등의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자기책임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성향, 재무관리역량, 금융투자에서의 행동 특성 등을 파악하여, 금융소비자의 특성과 역량에 따라 각 차원별 자기책임 인식수준을 비교하고자 한다. 나아가 각 차원별 자기책임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고자 한다.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에 거주하는 만 20세~만 69세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금융투자상품 구매 경험이 있는 성인으로 조사대상을 제한하였다. 성별과 연령에 따라 할당표집 하여 총 420명의 자료를 최종 분석에 사용하였고, 기술통계 및 빈도분석, t-test, 교차분석(chi-square), 일원분산분석(ANOVA),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한 본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금융투자 전 과정에서 금융소비자가 인식하는 자기책임의 차원과 척도를 구성하여, 자기책임에 대한 인식을 보다 넓은 의미로 확장하였다. 탐색적 요인분석을 통해 도출된 4개 요인, 21개의 문항에 대해 확인적 요인분석을 통해 요인구조를 검증하고, 집중타당성 및 판별타당성을 확인하였다. 최종적으로 도덕 책임 4문항, 주권자 역할책임 5문항, 사회적 역할책임 4문항, 법적 책임 6문항으로 구성된 19개의 문항을 도출하였다. 이러한 하위 차원과 척도는 향후 실증연구에서 금융소비자의 자기책임을 다차원적으로 측정하고 해석하는데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역할책임 영역은 주권자 역할책임과 사회적 역할책임이라는 두 개 요인으로 구성되었다. 주권자 역할책임은 금융거래 당사자로서 개인의 영역에서 의무 수행 및 기본적 권리 보장을 위해 수행하는 역할과 관련된 책임을 의미한다. 반면, 사회적 역할책임은 시장 전체의 중요성과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수행해야 하는 역할과 관련된 책임이다. 금융환경이 급변화하고 복잡해지면서 금융소비자에게 요구되는 역할 또한 세분화 및 확장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인구사회학적 특성 중 거주지역, 직업, 연령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자기책임 인식수준이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냈다. 재무상태에 따라 자기책임 인식수준을 비교한 결과 월평균소득 수준이 높은 집단은 낮은 집단에 비해 주권자 역할책임을 높게 인식하였고, 총자산이 많은 집단은 총자산이 적은 집단보다 높은 도덕 책임 인식수준을 보였다.
넷째, 재무관리태도 역량과 재무관리기능 역량에 따른 자기책임 인식수준 차이를 검증한 결과, 도덕 책임, 주권자 역할책임, 사회적 역할책임, 법적 책임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다섯째, 통제위치 성향에 따라 자기책임 인식수준 차이를 검증한 결과, 내적통제 성향이 높은 수준이면, 도덕 책임, 주권자 역할책임, 사회적 역할책임, 법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모두 유의하게 높았다. 조절초점 중 향상초점성향이 높은 집단은 향상초점 성향이 낮은 집단보다 도덕 책임, 주권자 역할책임, 사회적 역할책임, 법적 책임에 대한 인식수준이 모두 유의하게 높았다. 반면, 예방초점은 도덕 책임 인식수준에서만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여섯째, 금융투자에서의 자율성에 따라 자기책임 인식수준 차이를 검증한 결과, 금융투자상품을 선택, 구매하는 과정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경향이 높은 집단은 자율성이 낮은 집단에 비해 도덕 책임, 주권자 역할책임, 법적 책임 인식수준이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일곱째, 각 차원별 자기책임 인식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서울에 거주하는 금융소비자가 다른 지역 거주자에 비해 모든 자기책임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게 나타났다. 이는 복잡한 금융환경, 활발한 금융거래, 수도권 집중도가 금융소비자의 자기책임에 대한 민감도를 낮추고, 이를 오용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여덟째, 투자유형이 안정추구형, 적극투자형은 위험수익중립형에 비해 전체 자기책임 인식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에, 투자원금의 손실위험 최소화를 원하는 안정추구형 집단의 경우, 도덕 책임, 주권자 역할책임 등 개인적 차원의 책임의식이 높게 나타났다. 그에 반해 높은 투자수익을 위해 손실위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적극투자형 집단은 사회적 역할책임 인식만 높은 수준을 보였다.
아홉째, 내적통제 성향, 재무관리태도는 도덕 책임, 주권자 역할책임, 사회적 역할책임, 법적 책임에 정(+)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자신의 삶과 성공은 자기 내부에서 기인한다고 믿고, 본인의 행위나 노력을 중시하는 태도, 본인의 재무상태를 점검하고 장기적인 재무계획을 수립하는 태도를 함양하는 것이 금융소비자의 자기책임 인식 강화를 위해 중요한 과제임을 의미한다.
금융투자에서 자율성 수준이 높을수록 도덕 책임 인식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소비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할 수 있는 금융거래 환경과 자율성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재무관리기능은 사회적 역할책임 인식에만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금융투자와 관련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선택을 할 수 있는 기능역량이 높을수록 시장거래의 주체로서 사회활동적 책임의식이 높아짐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사회적 책임인식을 함양하고자 할 때는 재무관리기능을 높일 수 있는 정보제공 및 기능을 익힐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의 자기책임은 주권자로서 권리 실현과 금융소비자보호의 선진화를 위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개념이다. 금융소비자가 자기책임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은 금융소비자 스스로가 최소한의 방법으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본 연구는 성숙한 투자문화와 공정한 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해 요구되는 금융소비자의 책임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금융소비자가 인식하는 자기책임의 하위 차원과 척도를 구성함으로써, 자기책임의 개념과 범주를 정리하고, 자기책임 인식을 측정하는 도구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각 차원별로 금융소비자의 특성을 파악함으로써 각 금융소비자 특성별로, 각 차원별로 자기책임 인식 제고를 반영하여 차별화된 교육 및 프로그램 전략 모색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