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현대 미술에 나타난 설치미술에 관한 연구로써, 특히 설치미술의 전개 방식에 있어서 '관객'의 참여와 개입에 관한 문제를 논술하고자 한다.
모던 아트(Modern Art)에서 요구하는 평등한 미학적 태도에서는 예술 언어의 비판성을 강조했다. 예술은 삶과의 관련성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표현력을 강화한다. 비판성을 가진 예술이 삶과 결합하여 대중 예술의 시각에서 현실 이면의 비의적(秘義的)이고 조직적인 연결을 볼 수 있게 한다.
예술가는 예술과 삶의 경계를 뛰어넘어 일상 속 요소들이 부딪히면서 관련성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이런 관련성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고급 예술과 저급 예술의 혼합, 예술과 상품의 혼합, 예술과 대중의 혼합을 의미한다. 이 방식은 1960-70년대에 이르러 주류가 되었다.
비판성을 가진 예술에서 중요한 표현 방식 중 하나는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예술은 더 이상 작품과 오브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낯선 환경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유형의 예술을 탄생하게 하였다.
현대 미술과 포스트모더니즘 미술(Post-Modernism Art)의 발전을 되돌아보면 설치 미술은 언제나 동시대 예술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설치 미술의 형식은 초기의 '기성품(ready-made)'에서 공간, 환경, 과학 기술 등 요소와 결합을 통한 변화를 도모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이후 관객의 참여 행동은 설치 미술 창작 이념의 일부분이 되었다. 또한, 대중의 참여 행동은 설치 미술 방식의 일종의 추세가 되기도 했다. 예술가는 더 이상 주체로서 문제의 논쟁에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이 작품에 들어가 행동적 개입(engagement)을 통해 작품의 형태를 바꾸고 작품에 새로운 콘셉트와 내포(connotation)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한다.
본 연구는 동시대 설치 미술을 착안점으로 삼아 대중의 예술 참여 행동을 논할 것이며, 주로 다음과 같은 내용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1. 설치 미술에서의 참여 행동 이론과 실제를 검토하고 정리할 것이다. 미술사 이론에서 설치 미술 창작 방식의 기원을 찾아볼 것이다. 설치미술의 영어 'installation art'를 보면 설치미술은 건축학의 용어인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극 분야에 적용되며 콜라주, 배치, 이동, 분해 가능한 무대의 세트와 부품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었다. 금세기 초, 이 용어는 또다시 동시대 미술에 도입되었으며 전통 미술 형태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여 준다. 설치미술의 예술 언어는 다다이즘에서 비롯되었으며, 당시 성행하던 미니멀리즘, 팝아트, 빈민예술(Poverty Art) 등의 예술 형식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에서 설치미술은 비교적 늦은 시기에 시작되었다. 1980년대 들어서야 미술 전시회에서 적은 수의 설치미술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당시 중국 사회에서 설치미술은 딜레마에 처해있었다. '85미술사조' 운동의 시작은 중국 현대 미술 초기 형태의 탄생을 의미한다.
2. 주체, 요구, 의도, 효과의 네 가지 측면에서 관객 참여 형식 예술 속 '참여 행동'의 본질을 분석할 것이다. 기존의 예술 감상에서 관객은 종종 수동적인 관람자로 나타나 미술관의 작품 사이를 돌아다닌다. 그리고 자체적인 감상이나 미술관의 해설을 듣고 난 후 작품을 느끼고 이해한다. 예술 분야의 발전에 따라 예술가와의 상호작용 및 수용 미학 등 관련 이론의 작용 아래, 관객은 더욱 능동적인 정체성과 위상을 갖게 되었다. '참여'는 설치미술의 키워드로 일종의 역동적이고 연속적인 시간을 표현한다. 그리고 이 키워드의 주체에 관한 질문, 즉 '참여자는 누구인가?'의 문제는 예술가와 관객 사이의 이항대립(binary opposition)에서 상호 주관성(mutual subjectivity)에 이르는 철학적 성찰이다. '참여'의 암묵적인 가정은 동등한 맥락 속에서 각 관객의 참여가 동등하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작품의 논리와 여러 가지 생각이 상호 소통하며 예술 형식이 참여 형태를 통해 재창조될 때 이러한 예술적 실천 모델은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3. 본 논문은 선행 예술가의 사례 분석과 연구를 통해 동시대 설치 미술에서 관객의 참여 행동은 설치 미술의 방식에 관여한다는 것을 정리하고 도출할 것이다.
내러티브 참여', '게임 참여', '상호 협력 참여', '가상 공간 참여'의 네 가지 방향에서 분석 및 토론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대중의 참여 행동 정도와 작품의 관계 및 그로부터의 차이를 연구할 것이다. 설치 미술에서의 참여 행동이란 물리적인 의미에서 봤을 때 대중의 신체와 상호교류(interation)하는 일종의 예술적 체험이다. 여기에는 설치 미술에서의 '참여'라는 형식 언어, 즉 대중이 설치 미술 작품에 참여하는 방식이 포함된다. 예술가들은 다양한 형식 언어로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드러낸다.
4. 마이클 프리드(Michael Fried, 1939-)는 미니멀리스트 작품의 감상 메커니즘에 대해 언급했다. 미니멀리스트 작가들이 디자인한 관람 메커니즘에서 작품은 관객의 상황을 설계하고 관객 몸의 진입과 움직임은 작품의 일부가 된다. 그러나 기존 극장의 기능을 비교해봤을 때, 극장에서 관객의 위치는 고정되어 있고, 무대의 위치는 관객의 위치와 무관하다. 따라서 프리드의 이론에서 '극장'의 개념은 애초부터 연극의 '연극성'에 반하는 것으로, 이는 기존의 공연극과는 구별된다.
그러나 프리드에게 있어 공연은 여전히 공연이고 관객은 여전히 관객이며, 둘 다 각자의 공간을 점유하면서 여전히 기존 연극에서의 작품과 관객의 이원성을 따르고 있다. 기존 연극에서의 연극성이든, 프리드 이론에서의 연극성이든, '현존(Presence)'은 모두 핵심 개념이며 둘 사이의 차이점은 주로 관객의 신체가 움직일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따라서 프리드의 '연극성' 개념으로 동시대 대중 참여 예술을 논한다면, 대중 참여 예술의 개방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하다. 참여 예술 계보는 미니멀리즘의 '연극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상의 아방가르드 예술에 의한 극장 공간의 전복과 확장에 있다.
영국 평론가 클레어 비숍(Claire Bishop, 1971-)은 참여 예술의 '연극성' 계보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시작점을 꼽았다. 첫째, 이탈리아의 미래주의 극장(Futurist Theatre), 둘째, 소련의 대중 극장과 대중 경관, 셋째, 파리의 다다이즘 야외 공연이다. 비숍이 이야기한 극장의 개념을 비교해 보면 프리드의 '연극성'은 은유적 해석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공연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미래주의 극장이 시작된 이래 예술가들은 이미 실제 극장에서 반 연극성의 공연을 시작했다. 이러한 반 연극성의 공연은 지금까지 발전해 왔으며 극장, 펍, 갤러리, 미술관, 심지어 야외 공간까지 다양한 형태의 일상 공간을 포함하고 있다.
'참여'는 작품의 근본적인 목적은 아니다. 예술의 의의는 다양한 형태의 표현을 사용하여 작품의 의미와 생각을 드러냄으로써 대중이 심미적 체험에서 가치 있는 생각과 성찰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여기에는 창작의 콘셉트도 포함된다. 참여자들이 작품의 형태를 어느 정도 바꾸면 그에 따라 작품의 콘셉트와 핵심도 바뀌게 된다. 작품의 개방적이고 지속적인 참여 상태는 작품에 '다의성(Polysemy)'을 만들어낸다. 관객이 느끼는 예술적 콘셉트는 한편으로는 작품 자체에 달려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관객의 미를 탐색하는 과정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대중 참여의 본질은 민주적 참여이며, 대중은 자신의 이해를 통해 작품을 해석하고 동시에 작품 창작의 일부가 된다.
설치미술에서 대중 참여는 사실상 예술을 수단으로 삼는 민주적 호소이다. 이로 볼 때, 예술 작품 자체에서 보거나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서 보더라도 참여는 예술의 존재론적 수준이든 '예술-사회' 관계의 수준이든 민주적 권력의 침투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5. 연구자의 졸업 전시회를 시작으로 참여 행동이 가져오는 미적 체험을 깊이 있게 설명하고 이를 이론적 근거로 제시할 것이다.
연구자는 동등한 예술적 맥락 속에서 각 관객의 참여가 동일하게 중요하다고 본다. 작품의 논리와 여러 가지 생각이 대화를 만들어 낼 때, 설치미술에서의 대중 참여는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참여'는 설치미술의 창작과 표현의 중요한 방식이다. 참여자의 행동은 작품에 개입하여 작품과 관련되거나 상호 작용할 것이다.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하면서 설치미술의 심미 방식은 더욱 입체적인 예술 형식으로 진화하여 참여 형식은 더욱 다양해졌다.
예술가가 전시 공간에 작품을 배치한 후, 참여자가 개입하면 작품의 '두 번째 작가'가 되어 민주적 예술 참여 상태가 형성될 것이다. 우리는 설치미술 속 민주적 사명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술 작품의 자기 결정이 예술의 표현력에 기여하는가? 다다이즘이 추종하는 궤멸과 파괴를 설명하려면 어떤 예술적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가? 민주성은 설치미술 작품에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하며, 예술의 민주성은 불변하는 진리의 집합이 아니라 진리를 추구하는 메커니즘이다. 이 메커니즘 덕분에 대중은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개인과 집단 간의 사상의 갈등과 협상을 통해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예술가 주도의 참여와 대중의 무의식적 참여도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이 둘 사이에는 민주성에 대한 이해의 편차가 있어 전혀 다른 예술적 효과를 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