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작곡가 정순도의 작품 〈마태수난곡〉 (Mattäuspassion! Also spricht Sundo Chung〉을 시어와 스토리텔링의 전개에 따른 작곡기법을 분석, 연구하였다.
신약성서 중 마태복음의 내용으로 작가 이승원이 각색한 내용을 대본으로 하여 정순도가 작곡한 〈마태수난곡〉은 2016년 3월에 로마솔리스트 앙상블에 의해 김영희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정순도는 〈단종의 눈물〉, 〈나인 테일즈〉, 〈메밀꽃 필 무렵〉 등의 한국적 정서의 오페라를 작곡하면서, 그 음악의 특성과 한국의 전통적 감성을 극 음악에 맞게 연출하였다.
본 논문에서 저자가 다루는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정순도의 〈마태수난곡〉을 음악적으로 세세하게 분석함으로써 한국어 텍스트에 걸맞은 시어의 감성을 선율적으로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그리고 반주로서의 기능과 연주로서의 기능을 혼재한 피아노의 역할 속에서 예수 생애의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또한 연구자의 시각에 따라 작곡가의 의도가 왜곡될 수 있는 한계를 지정함으로써 정순도 음악 어법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이로써 이승원의 대본과 정순도의 음악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작가들의 크리에이티브한 정서과 감각들이 서로 협의를 통하여 드러났음을 증명할 수 있게 한다.
정순도가 사용하고 있는 음악적 테크닉의 여러 세부 내용들을 악보를 통하여 분석하고, 가사에 쓰인 텍스트와 음악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등,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작곡가 자신의 고유한 정서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내고자 하였다.
〈마태수난곡〉의 분석을 통하여 정의 내릴 수 있는 정순도의 음악어법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그는 하나의 곡에서도 여러 기법을 동시에 사용함으로써 복합적인 감정이 효과적으로 표현되게 하였는데, 특히 시어에 가장 적합한 리듬과 음고를 선택하여 발음과 내용에 충실한 선율을 담아내는 그만의 기술을 통하여 감상자에게 해석에 대한 편안함과 시어가 주는 이미지의 심상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 준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의 한국어 가곡이나 아리아서 많이 범하고 있는 가사 전달의 불합리성은 한국의 언어와 노래가 서로 상이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시어와 선율이 리듬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하나가 되어야 비로소 시적 의미를 가지는 메시지로서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다" 라는 작곡가의 주장이 힘을 받게 된다. 심지어 그는 시어의 전달에 집중하고 리듬에 있어서의 부자연스러움을 배격하기 위해 기존의 Recitativo에 대한 부정을 발현하기도 하였다. 대사와 가장 잘 어우러지는 선율과 화성의 구조를 조성하면서 리듬적인 면에서도 시어가 그려내는 장면에서의 시각적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병합하여 구체화시키고 있다.
균형감 있는 리듬 분할과 음악의 가사를 연결하는 다양한 시도를 엿볼 수 있는 드라마틱한 선율 구성, 이에 어울리는 과감한 화성의 진행과 전조, 화려한 반음계적 진행 등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또한 캐릭터를 표현함에서 선율과 리듬, 화성에 어우러지는 연출적인 아이디어를 첨가함으로써 몰입감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내기도 하였다.
둘째, 회화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의 심상을 바탕으로 공감감적인 시놉시스를 창출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작가 이승원이 성서의 내용에 입각한 대본을 썼다면 작곡가 정순도는 성서의 내용을 담고 있는 회화를 통하여 장면 연상과 함께 멜로디, 빠르기, 리듬, 화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시놉시스와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다시 말해서 그는 음악을 〈마태수난곡〉을 작곡하기 이전에 대본에서의 아이디어를 중세와 낭만 회화 장면 묘사에 대한 감상을 바탕으로 먼저 음악을 그려낸다고 할 수 있다. 작곡가 정순도가 목표하고 있는 인터-미디어적인 영역으로의 접근을 이루어낸 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셋째, 곡을 확장하는 아이디어를 얻는 다양한 형태를 살펴보았다. 작곡가 정순도는 작곡하는 모든 단계에서 감성에 치우쳐 작업을 하면 타성에 젖어 새로운 악상을 창출할 수 없다는 기준을 가지고 느낌만으로 작곡하기보다는 정밀하게 기획된 수리적, 물리적 요소들의 틀 안에서 작곡하기를 목표한다. 구성적으로는 모티브를 동형 진행하여 곡을 확장하는 방법, 대위법을 사용하며 곡을 확장하여 합창음악의 묘미를 살리는 등의 기법을 사용하였다.
이와 같은 기법을 바탕으로 작곡가 정순도는 한국어로 된 성서의 이야기를 기존의 오라토리오 형식에 접목하여 새로운 창법과 작곡 기법을 이끌어 내었다.
정순도의 〈마태수난곡〉은 현시대의 다른 한국 작곡가들에게도 이탈리아나 독일의 창법이 아닌 한국어 특징을 살린 창법으로 오라토리오 작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린 하나의 실례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하여 성서에 입각한 내용을 가지고 현대적인 한국적 재해석을 함으로써 바흐의 〈마태수난곡〉과의 작곡 기법적인 많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전의 기승 및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