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가축전염병이 발생하였을 때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20조 제1항에 따라 일반적 살처분이 의무적으로 수행되며, 예방적 살처분은 지자체장의 재량으로 행해진다. 본 논문의 목적은 '가축전염병'이라는 위험이 발생하였을 때 행정 재량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왜 '살처분'이라는 정책 대안만 선택되는가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다. 나아가 가축전염병의 발생과 그에 대한 대응인 살처분, 이후 사후관리를 포함한 '가축전염병 관리체계'가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단일 사례연구를 진행한다. 살처분이라는 정책 대안 선택의 결과가 가져오는 또 다른 위험들에 대해 환경법의 원칙 중 하나인 '사전예방원칙'의 관점에서 검토하였다. 불확실성이 높은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예방원칙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하여서는 위험에 대한 다각적 분석, 정보공개 및 공유를 포함하여 위험과 위험 대응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고 보고, 사전예방원칙의 관점에서 사례를 검토할 것이다. 시계열적으로 위험을 둘러싼 여러 요소들과 구조를 포착할 수 있는 Kasperson 외(1988; 2003)의 '위험의 사회적 증폭(경감)에 관한 틀(Social Amplification of Risk Framework: SARF)'을 통해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위험의 결과에 대한 각 행위자들의 해석이 상충되었다. 실제 살처분과 매몰의 피해를 입는 축산농가와 주변 지역들은 막대한 경제적 피해와 환경 오염의 우려를 주장하였으나 중앙정부는 침출수 유출로 인한 오염인지 축산폐수로 인한 오염인지 판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부정했다. 또한 바이러스 전염 이외의 위험, 예를 들어, 매몰지에서 발생하는 토양 오염, 수질 오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농산물 오염 등의 역학관계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내릴 만큼 충분한 정보가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 제한된 위험 정보의 흐름으로 인해 가축전염병이라는 위험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증폭했지만, 예방을 위한 살처분과 매몰의 위험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경감하는 양상을 보였다. 현행법상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해 살처분과 매몰만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살처분과 매몰 이외의 대안 즉 백신과 치료제 등의 조치를 선택했을 때의 비용과 편익에 대해서는 파악된 것이 없는 반면 사전예방적 조치인 살처분과 매몰로 인해 발생되는 비용은 살처분 비용과 보상금, 생계보전자금 등의 예산 지출로 정량적 파악이 가능하다. 그러나 환경오염은 아직 불확실성이 존재해 오히려 사전예방원칙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사전예방적 조치의 영향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소관부처들의 긴밀한 협업은 물론 다양한 행위자들의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위험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것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