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의약품은 대개 브랜드 제약사가 개발한다. 브랜드사는 혁신의 대가로 일정한 기간 동안 특허권과 독점권을 향유하면서 R&D에 투자한 자원을 회수하고 수익을 극대화한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사는 그동안 누려왔던 혁신 의약품의 특허 기간의 만료가 다가오면 특허와 독점을 연장하고자 하는 전략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한 전략 중에 하나가 기존의 오리지널 특허 의약품을 약간 개량하여 후속 유사 의약품을 출시하는 '프로덕트 호핑(product hopping)'이다. 유사 의약품 출시는 저렴한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 강화 및 건강보험 재정절감, 국내 발생 가능성, 특허권 남용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 등으로 인해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이 있다.
유사 의약품 출시는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을 가진 오리지널 브랜드사가 특허 만료가 임박한 시기에 특허 의약품의 '생애주기 관리 전략'의 일환으로 벌이는 행위를 말한다. 유사 의약품 출시는 특허권의 행사와 경쟁법 집행 및 브랜드사의 의약품 생애주기 관리전략과 제약산업의 고유한 규제체계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이에 따라 유사 의약품 출시가 독점연장 또는 혁신전략인지, 경쟁법 집행에 대한 찬반양론 등 법적인 쟁점이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쟁점으로 인해 미국 법원의 판례 역시 유사 의약품 출시의 경쟁제한성에 대해 일관된 판결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본 논문은 유사 의약품 출시에 대한 경쟁법적 쟁점과 시사점을 연구하였다. 연구를 위한 방법론으로 제약산업의 특유한 구조, 오리지널과 제네릭간의 시장진입 및 가격경쟁, 유사 의약품 출시가 발생 가능한 규제체계 및 구조, 경쟁전략의 정당성 논쟁 및 나멘다 사건 등 해외 사례를 검토하고 분석하였다. 이어서 경쟁제한성 판단 기준과 경쟁법적 시사점을 도출하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1. 유사 의약품 출시의 법적인 쟁점에 대한 해결은 유사 의약품 출시의 정확한 개념 정의와 경쟁법의 목적이 무엇인지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유사 의약품 출시가 경쟁 및 경쟁 과정과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는지 여부가 쟁점의 핵심이다. 따라서 경쟁법의 목적에 반하여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유사 의약품 출시는 반경쟁적 손해가 친경쟁적 편익보다 크기 때문에 경쟁법을 적절하게 집행하는 것은 시장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2. 유사 의약품 출시의 경쟁제한성을 판단할 때에는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혁신과 경쟁, 특허권의 행사와 경쟁법 집행 간의 관계를 고려한 신중한 경쟁제한성 판단이 필요하다. 경쟁정책과 집행이 제약산업의 점진적인 혁신 동기를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둘째, 경성 전환과 연성 전환을 엄격하게 구분하여 경성 전환은 경쟁제한성이 있고, 연성 전환은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즉, 경성 전환도 경쟁제한 효과를 증명하여 경쟁제한성을 판단해야 하며, 연성 전환 역시 별도의 경쟁제한성 판단을 해야 한다. 연성 전환이라도 해당 행위의 진정한 목적과 시장에서 경쟁자를 배제하는 등 실제적인 효과를 분석하여 경쟁제한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경쟁제한성과 반경쟁적 효과를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과 이를 보완하는 실증적인 경제분석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3. 법적·제도적·정책적 측면에서 다음을 제시한다.
첫째, 유사 의약품 출시를 규제하는 법률은 의료비 절감과 의약품에 대한 대중의 접근권을 확대하고, 소비자 후생을 높이기 위한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둘째, 의약품과 관련된 규제체계는 이를 변칙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특허법의 진보성 요건을 강화하는 등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유사 의약품 출시가 발생한 주요 배경도 브랜드사가 Hatch-Waxman법 등 규제체계, 특허법상 특허권을 부여하는 진보성의 요건과 시장실패의 구조를 전략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셋째, 의약품 특허권 행사에 대한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행위유형별 심사기준 개발과 합리적인 수준의 안전지대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경쟁당국은 제품의 개발단계에서부터 유사 의약품 출시 발생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과 특허 남용행위에 대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약산업에 대한 경쟁법 집행을 과거 리베이트 조사 수준에서 벗어나 역지불 합의나 부당한 특허침해소송 행위 등 특허 남용으로 관심을 전환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4. 제약사들도 반독점 소송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약사는 제품개량의 이유가 제네릭 경쟁억제와 독점연장 수단이 아니라 신약이 효능과 효과 면에서 구버전을 현저히 능가하고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치료적 이점이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즉, '성과경쟁'과 '정당한 경쟁 과정'이었다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