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노동법인 근로기준법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OECD에 가입하는 선진국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산재사망률로 인하여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기 이전까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산재 예방 행정과 위반에 대한 제재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산안법과 안전보건기준규칙 등은 주로 전문적·기술적 조치의무를 정하고 있어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여도 실제로 현장의 중간관리자가 책임을 지고, 고위경영진에 대하여 적정한 처벌을 하지 못하였다. 또한 기업이 중층적 도급관계를 맺고 영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영세한 수급업체 소속의 근로자에 대한 산재 예방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였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등 수급인의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반복되자 산업 현장에서 좀 더 실질적인 산재 예방 방안과 경영진을 처벌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발생하였다. 이후 도급인의 책임을 대폭 강화한 전부 개정 산안법이 시행되었고, 그로부터 1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경영책임자등에 대한 강력한 형사처벌을 예정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그 시행령의 적용에는 여러 가지 법적 쟁점이 제기되고 있다 ;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사용하는 주요 개념이 산안법상 용어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준용하거나 새로이 정의하지 않아 해석하기 어렵다. 중층적 도급관계에 있어서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 대한 산재 예방을 위한 의무의 이행주체가 누구인지 확정하기 어렵고, 다수의 이행주체가 각자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산업현장에서 알기 어렵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은 범죄로 취급하지 않고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무거운 형사처벌을 정하고 있어 결과책임을 부과하면서 행위불법과 형사처벌의 비례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게다가 이 법은 행위자에게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 있고, 법인 또는 기관에 대하여 10억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중처벌금지 원칙 또는 형벌 비례성에 위반된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하나의 사안에 산안법상 위반죄와 양벌규정도 적용될 수 있어 중복규율된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위반이 종사자의 중대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직접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위와 같은 법적 문제들의 상당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산안법과 통합하여 규율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
산안법은 이미 "도급, 도급인, 수급인, 건설공사발주자"에 관한 명시적 정의규정을 두고 있어 의무주체와 보호대상을 확정할 때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주체, 대상, 의무의 범위는 산안법상 그것들보다 넓으나, 중대재해처벌법상 규정을 산안법에 흡수·통합함으로써 하나의 사안을 중복 규율하는 불합리함을 해소할 수 있고, 이 법이 새로이 규정한 의무를 산안법에 그대로 옮겨 사업 단위 경영책임자의 총괄 관리의무로 부여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안법은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행위에 대하여도 과태료, 행정명령, 산업안전근로감독 등으로 의무 이행을 확보하는 제재 수단을 두고 있다. 그 위반에 의하여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행위자와 법인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데, 이 법과 산안법의 규율구조는 동일하므로 산안법에 따라 규율하면 될 것이다. 불법에 비례한 형사처벌 수준에 대하여는 국내외 사례를 통하여 실효성 확보를 위한 연구를 좀 더 해나가야 한다. 법 시행 후 이제 약 1년 6개월이 지났을 뿐이므로 현행법을 적용한 판례에 대한 면밀한 평가를 통하여 산재 예방 목적을 달성하는 효과적이면서 적정한 형사처벌 수준을 강구하여야 한다. 산안법으로 통합할 경우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산안법상 행위자인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할 수 있고,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에도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통상 가해자의 악의에 의한 물적 손해에 대한 형사처벌이 어려운 경우에 부과되는 제도이므로, 산재보상과 민사상 전보배상에 의하여 손해를 보전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폐지함으로써 이중처벌의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안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따라 각 단계에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이행해야 할 주체 즉 도급인사업주, (직접 고용)사업주,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 등이 각자에게 부과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산안법상 의무주체로 경영책임자등을 신설하면 기존의 산안법상 의무주체들에 대한 총괄 관리책임이 있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관련 의무 불이행에 대하여도 단계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되도록 규정할 수 있다.
산재 예방을 위한 활동이 산재 발생 이후의 보상이나 책임자에 대한 처벌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만든 법이라고 하더라도 기업의 고위경영진을 처벌하자는 당위를 강조하기보다는 헌법적 문제제기를 해소하고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도록 명확한 형벌규정을 갖추어야 그 의도에 맞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중대산업재해 규정은 그 입법목적이나 규율구조의 동일유사성의 측면과 죄형법정주의, 책임주의, 비례성 원칙, 체계 정합성과 같은 헌법상의 원칙들을 준수하기 위하여 산안법상 유사 규정과 통합하여 규율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원 판결이 조금씩 나오고 있고, 고용노동부도 산안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을 해결하여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행정과 사법 영역에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