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와 『내가 누워 죽어갈 때』는 미국의 산업자본주의가 급격히 발전하는 시기에, 남부 가부장제가 균열을 맞이하고 재정립되는 사회상을 다룬다. 비평가들은 포크너가 두 작품에서 신남부 사회상을 다루는 데 있어 자본주의를 비판한다는 점에는 대개 동의하지만, 남부의 전통을 미화하지 않고 남부의 과거와 현재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입장을 달리 하였다. 이 논문의 목적은 두 작품에서 포크너가 신남부 사회상을 그려내는 데 있어 자본주의와 변화하는 남부 가부장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살펴봄으로써, 포크너가 신남부에 지닌 역사의식을 고찰하는 것이다.
포크너는 『소리와 분노』에서 남부의 몰락 상류층이 옹호하는 부성주의 이데올로기가 지닌 윤리적 모순을 밝힌다. 또한, 몰락 상류층이 부성주의를 명분으로 하여 가부장의 권위를 정립하려는 욕망이 물질주의와 결부되어, 가족 구성원을 착취하는 등 폐해를 초래하는 것을 비판한다. 포크너는 이어 『내가 누워 죽어갈 때』를 통해 농촌 하류층 가족이 장례 여정을 통해 자본주의적 가치와 갈등과 타협을 반복하며 가부장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를 그리며,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족 구성원의 착취와 가족 공동체에 금전 관계와 소비 욕망이 침투하는 현상을 비판한다. 포크너는 가부장제 하에서 주변화된 여성 인물들이 가부장제 및 모성 이데올로기에 가하는 도전과 그 과정에서 겪는 곤경에도 관심을 가진다. 포크너는 신남부 자본주의 사회 변화상 속에서 가부장 이데올로기가 답습되는 과정에서 여성이 겪는 물질적 착취와 억압적인 성 규범으로 인해 겪는 고난을 성찰한다.
두 작품에 나타나는 포크너의 신남부에 대한 역사의식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포크너는 남부의 전통적인 가부장제가 재정립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와 결합하여 그 착취적이고 배타적 면모가 재생산되는 측면을 문제시한다. 둘째, 포크너는 가부장제가 자본주의와 맞물려 가족 간 유대를 파괴하는 폐해를 양산하는 문제가 남부의 여러 계층을 아울러 관통하는 문제로서 역사적으로 재생산되고 있음을 통찰한다. 이 연구의 의의는 포크너가 비교적 초기작에 속하는 두 작품을 통해 남부의 유산인 가부장제가 자본주의 사회상 속에서 답습되는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였다는 점을 밝히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