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중장년은 청년과 노인 사이에 낀 세대로 사회적으로 변방에 놓이며, 은퇴 후 소득의 급격한 하락 및 고독사 위험이 가장 만연한 세대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지점을 인식해, 이 연구는 코로나19를 거치며 더해진 사회경제적 불안정이 중장년 세대의 우울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자 했다. 또한, 이들 세대 특유성을 고려하여, 일에 몰두하고자 하는 지향성의 효과 또한 함께 살폈다. 나아가 서구 중심의 우울 지표가 갖는 한계를 딛고자 기간에 따른 일시적, 일상적 우울감을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연구는 2021년 국회미래연구원에서 수행한 '한국인의 행복조사' 자료를 활용한다. 중장년 임금근로자를 분석 대상으로, 다중회귀분석을 통해 사회경제적 불안정과 일 지향성의 상호작용 효과를 검증했다.
분석 결과에 의하면, 첫째로 코로나19 이전 대비 소득과 고용의 부정적 변화, 조직에서 차별을 겪은 중장년은 그렇지 않은 중장년에 비해 높은 우울감을 보고한다. 특히 기존에 주된 영향요인으로 소개되던 소득이나 교육과 같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기간에 따른 연속된 효과를 미치지 못함에도, 사회경제적 불안정 요소는 중장년의 우울감에 전반적인 영향을 가진다. 둘째, 직장 내 차별 경험은 중장년의 일시적인 우울감뿐 아니라 일상 속 우울감에도 효과를 미친다. 이 또한 기존에 분석된 정신건강 영향요인을 함께 투입하고도 독립적인 효과를 가지며, 객관적 차원의 사회경제적 불안정과 함께 중장년의 우울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셋째, 일 지향성의 조절효과가 실재한다. 특히 이는 청년이나 노년 세대와 달리 중장년에게서만 발견되며, 일 지향성은 전 기간의 우울감에 걸쳐 사회경제적 불안정과 상호작용한다. 일시적 우울감의 경우 일 지향성과 소득감소가, 일상적 우울감의 경우 일 지향성과 소득감소, 일 지향성과 고용악화가 교차한다. 끝으로 우울감은 세대에 따라 서로 다른 변인을 가지며 그 효과 역시 차이를 보였다. 예컨대 주관적 소득 적정성은 일상적 우울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일시적 우울감에는 효과를 띤다.
이상의 결과는 다음의 함의로 이어진다. 먼저 정책적으로 다양한 차원의 인구 집단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현행 복지 정책은 대부분 아동이나 청년, 노인 세대를 향하며 중장년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들에게서 발견되는 소득 절벽 위험과 심각한 고독사 문제는 중장년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세대라는 기존의 평가와 상충하며, 중장년 집단 내 빈곤 문제가 인식하는 것 그 이상으로 심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존의 금전적 지원에서 나아가 근로 연계 중심으로 중장년의 꾸준한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등 사회경제적 불안정 위험을 완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 사회의 정신건강 문제에 있어서, 수요자 중심의 정책과 제도가 더해져야 한다. 예컨대 중장년의 일 지향성은 이들이 체화하는 집단주의 특성을 보여준다. 집단주의 문화 내 개인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향이 큰데, 이에 따라 중장년 또한 사회적인 시선을 의식해 정신건강에 관한 병·의원, 전문가 방문을 더욱 주저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집단 특유성을 고려해 심리적인 거리감을 줄일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