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938년에 일어난 장고봉전투와 전투를 외교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시게미츠 마모루와 리트비노프가 진행한 외교 협상을 중점으로 분석하면서 일본의 외교적 한계를 검토하였다. 장고봉전투는 중일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38년 7월부터 8월에 걸쳐서 벌어진 소일국경분쟁이다. 장고봉은 두만강 하류에 위치하며 조선, 만주, 소련 3개국의 국경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곳으로서 전투는 일본군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되었지만 양국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여 치열한 전투로 확대되었다.
일본군의 기습공격은 일본 정부의 명령을 무시한 일본 제19사단의 "독단전행"으로 개시되었기 때문에 중일전쟁의 부담을 느낀 일본 정부는 소련에게 외교적인 해결을 요청하였다. 양국의 외교 협상은 8월 4일, 7일, 10일에 걸쳐서 모두 3차례 진행되었다. 제1차 회담에서 양국은 서로 간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지만 제2차 회담부터는 일본에게 불리하게 전개되는 전황으로 인해 외교적 주도권은 소련에게 넘어갔다. 결국 제3차 회담에서 일본은 소련의 모든 조건을 수락한 채 사실상 실패에 가까운 정전협정을 체결해야 했다.
이처럼 장고봉전투는 외교적 협상을 통해 마무리되었으나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전투와 군사적 움직임을 위주로 진행되어왔다. 특히, 전투가 진행되는 기간에 배후에서 벌어진 소일 간의 외교 협상에 관한 연구는 거의 전무하여 본 연구는 시게미츠 마모루와 리트비노프를 중심으로 전개된 양국의 외교 협상과정을 집중적으로 고찰하였다. 전투와 외교 협상이 동시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 둘을 분리하여 검토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사료된다. 따라서 본 논문은 전투의 진행상황과 외교 협상의 진행을 하나로 묶어서 살피기 위해 지금까지 빈약했던 외교 협상 과정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시도가 후속 연구 외에도 장고봉전투의 연구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