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상소기관의 기능이 사실상 정지되면서 WTO 핵심 기능 중 하나인 분쟁해결 기능이 위기에 직면한 시기이다. 미국의 지속적인 신규위원 임명 거부로 인해 2019년 12월부터 상소기관이 상소심 심리에 필요한 정족수 3명을 채우지 못해 신규 분쟁을 심리할 수 없게 되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2020년 2월 WTO 상소기관에 관한 보고서(Report on the Appellate Body of the World Trade Organization)에서 상소기관이 WTO 협정상 규정을 위반하고 있으며 WTO 협정에 대한 해석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자국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상소기관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2020년 4월 유럽연합 주도로 WTO 상소기관을 임시적으로 대신할 다자간 임시상소중재약정(Multi-Party Interim Appeal Arbitration Arrangement pursuant to Article 25 of the DSU, 이하 'MPIA')이 WTO 분쟁해결기관에 통보되었다. DSU 제25조 중재 제도를 한시적으로 WTO 상소 절차 대신 활용하는 것으로, 현재 총 26개국이 가입한 상태이다. MPIA 참여 회원국이 WTO 분쟁해결기관에 제출한 통보문은 본문, 부속서 1, 부속서 2 등 3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MPIA가 활용된 첫 사례는 콜롬비아-냉동감자 분쟁(Colombia-Anti-Dumping Duties on Frozen Fries from Belgium, Germany and the Netherlands)으로, 중재 개시 후 90일 이내에 판정이 내려져 MPIA가 WTO 상소기관을 대체하여 신속하고 효율적인 상소중재 절차를 마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주요국 동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은 MPIA가 분쟁해결기관에 통보된 이후 2020년 6월 WTO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MPIA에 반대하는 입장을 초기부터 분명히 하였다. 둘째, 유럽연합은 2021년 2월 무역집행규칙(Trade Enforcement Regulation) 개정안을 발효하여 MPIA 비참여국이 유럽연합과의 WTO 분쟁에서 패소하여 상소를 제기하는 경우 유럽연합이 무역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셋째, 일본은 WTO 분쟁해결 기능 정지의 장기화가 초래하는 문제점을 인식하여 2023년 3월 상소기관의 기능이 회복될 때까지 MPIA에 참여할 것을 발표하였다.
현재 MPIA 비참여국인 우리나라는 MPIA 가입에 대한 결정을 하기 위해 종합적인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비록 미국이 MPIA에 대해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통상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의 가입과 비참여국에 대한 유럽연합의 보복 조치의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MPIA 첫 사례가 나온 만큼 계속해서 적용 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반면 상소기관의 정상화 시점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는 상소기관에 대한 영구적인 대안이 될 수 없더라도 한시적인 대안으로서 MPIA에 가입하는 것이 우리나라에게 가장 적절한 대응 방안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