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도시개발사업은 도시 공간체계를 재편해 산업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도시개발 성격도 이에 따라 물량 중심 공급에서 공간구조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도형 도시개발사업은 2006년 시작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새로운 도시개발 방향성을 잡지 못 하고 시행 착오를 겪다가 결국 무산됐다.
본 연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과 이에 앞서 추진됐고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뉴욕과 런던의 대형 도시개발사업 사례를 비교 분석해 시사점을 도출했다. 연구 대상은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비슷한 시기에 추진돼 1단계가 완공된 뉴욕 허드슨 야드 개발사업과 런던 킹스크로스 개발사업, 그리고 두 사업보다 앞서 진행돼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뉴욕 배터리파크시티 개발사업과 런던 도크랜드 개발사업으로 잡았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서울시가 특별계획구역을 설정·변경하고, 이에 합의한 코레일이 민간 사업자를 공모한 후 개발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사업에 사실상 참여한 서울시가 개발계획에 대한 심의 권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영향력이 비대했고, 주민 지자체 등 커뮤니티 의견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뉴욕 배터리파크 시티 개발사업은 뉴욕시 주도로 만든 마스터플랜을 근거로 민간 사업자를 뽑아 사업을 추진했다. 다만 뉴욕시는 뉴욕주 정부, 지역 상공회의소와 함께 배터리파크 시티 개발공사(BPCA)를 만들어 개발사업을 관리 감독했다. 뉴욕시 대신 계획 심의·승인 권한을 보유한 BPCA는 사업속도를 빠르게 만들었고 채권 발행 등 재무적인 부분까지 관여하며 공공과 민간 사이의 이익 배분을 적절히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뉴욕 허드슨 야드 개발사업의 경우, 유휴 철도용지는 인공대지를 만들어 공중권을 개발사업자에게 장기 임대했다. 나머지 사유지에 대해선 뉴욕시나 개발사업자가 직접 시행하지 않고, 소유주들이 건축행위를 할 때 뉴욕시가 설정한 조닝이 영향을 주는 '유도' 방식을 적용했다.
런던 도크랜드는 중앙정부 산하에 개발공사(LDDC)를 만들어 지자체가 가지는 권한을 대부분 이양시켰다. 또 마스터플랜 없이 민간 사업자에게 개발구역별 계획·설계 재량을 최대한 많이 부여했다. 이 같은 계획은 LDDC의 강력한 추진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 하지만 마스터플랜의 부재 때문에 공공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커지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런던 킹스크로스 개발사업은 민간 사업자와 토지 소유주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개발사업자로 사업을 담당했다. 특이한 부분은 지역 커뮤니티가 계획 작성 과정부터 참여하는 등 사업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본 연구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의 대형 도시개발사업은 오랜 기간 시도되면서 강력한 추진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고, 사업 안정성을 갖추기 위해 재원 등 각종 분야에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고안했다.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공했음에도 공공성이 훼손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논의 끝에 제도를 다시 보완해 도시 공간구조를 안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반면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사업 안정성을 위한 별다른 인센티브도 제공되지 않았고, 공공성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사업 진행과정에서 큰 갈등을 낳았고 경제 상황이 바뀌자 추진 동력을 급격하게 잃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2022년 재추진 계획이 발표됐는데 이 같은 부분을 연구·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