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환자가 연명의료의 중단 의사를 사전에 미리 밝혀 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기독교 윤리적 가치에 대해 논한다. 현대 사회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관심은 안락사 논의와 맞물려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에 비해 생명의 자기결정권과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갈등은 아직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본 논문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관한 윤리적 가치의 혼란 속에서, 기독교적 '생명'의 가치를 밝히는 데 주력한다. 이는 일종의 소극적 안락사로서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생명의 가치를 간과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제도적으로 체계화된 네덜란드에서 발생하는 안락사로 인한 생명 경시 풍조라는 사회적 문제는 한국 사회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는 생애 말기 환자들에 대해 고통의 의미를 해석해주는 작업은 지속되어야 한다. 아울러 두렵기만 한 불확정성으로서 다가오는 '죽음' 역시 기독교적 가치관에서 재해석됨으로써 죽음과 고통이 단지 두렵고 기피해야 할 대상만은 아님을 발견하게 해야 한다. 이는 생명과 죽음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가치관을 확립함으로써 가능하다. 기독교 윤리에서 생명은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말하여진다. 곧 생명의 주권자이신 하나님,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 하나님의 창조 세계와 아울러 연대하며 살아가는 생명의 공동체성에 대한 다차원적 논의에서 설명된다. 이로부터 죽음에 대한 논의 역시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이 아닌 하나님과의 영원한 교제와 소통 안으로 들어가는 소망이 되어야 한다. 이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기독교적 논의가 연명의료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죽음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바로 세움으로써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