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피아(Fantapia) 용어는 환상, 환영을 뜻하는 'Fantasia' 와 이상세계를 뜻한 'Utopia' 의 합성어이다. 판타피아는 청각장애를 겪고 있는 연구자가 일상에서 항상 느끼는 세상에 대한 심상, 그리움, 좌절, 상상, 희망을 표현한 개념이다.
연구자의 눈과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온전하지 않다. 그러한 세계를 바라보는 기제, 즉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원리는 상상이다. 연구자에게 가보지 않은 그 상상의 세계는 곧 유토피아이다. 연구자에게 판타피아는 온전하지 않은 감각 기재를 총동원하여 필연적으로 나의 생존을 확인하는 사유의 출발점이다. 또한 판타지로의 여행은 나의 판타피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판타피아가 없는 세상은 나에게 두려움과 소멸일 수 있다. 나에게 판타피아는 옆에 항상 존재하면서 그 존재를 희망으로 만들어 준다.
용은 연구자에게 자신의 현실을 드러내는 상상의 주체이자 상상 속 위인이기도 하다. 연구자에게 세상은 반쪽이다. 나머지 반쪽 세계를 용을 통해 넘나들 수 있게 하는 도구이다. 또 용은 반쪽과 반쪽을 스스로 넘나드는 주체로서의 연구자 자신이기도 하다. 용은 또 연구자의 내면과 외면을 연결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용은 연구자 마음속에는 현실이 상상이 되고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경계의 주체를 상징하는 존재이다. 또한 연구자에게 판타지로의 출발은 '여행의 결심' 을 필요로 한다. 가보지 않는 상상의 세상은 여전히 연구자에게는 두려움과 호기심이 혼재되어 있다. 누구도 설명해 주지 않고 설명해 줄 수도 없다. 오롯이 나 혼자 가야하는 여행이다. 연구자가 결심한 판타지 여행은 마음에만 존재하는 소리를 스케치하고 색을 입히기 시작하면서 모습을 드러낸다. 즉 판타피아를 구현하는 과정이다.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덧 희망으로 바뀌며 나는 안도한다. 판타지로의 여행을 통해 나는 판타피아를 만들어 간다.
판타피아는 곧 연구자의 예술작품을 관통하는 컨셉이다. 본 논문은 미술이 인간에게 판타피아의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레오노라 캐링턴(Leonora carington),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안두진, 세 작가의 작품세계와 주제를 살펴보았다. 이들은 물질적인 세상은 파괴되고 정신적인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는 공통된 유토피아니즘(Utopianism)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자의 작품세계 구성을 위한 영감을 준 작가들이다. 그리고 판타피아의 컨셉과 심상을 표현한 연구자의 작품들을 선택하여 창작 동기와 심상, 창작 과정, 표현과 주제를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