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키르케고르의 실존 사상을 기독교 영성의 관점으로 조명함으로써 실존(實存)의 기저에 있는 영성의 윤곽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실존과 영성의 연계성을 탐구하려는 시도이다. 기독교 영성은 지성, 경험, 신비를 모두 포괄할 뿐만 아니라 지식, 체험, 신비의 '한탕 어울림'을 지향한다. 또한, 기독교 영성은 자기 안에 심어진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을 일생에 걸쳐 탐구해가는 실존인 동시에 생애적 분투, 기쁨, 고뇌를 통해 자기만의 참자아를 회복해가는 실존과 다름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독교 영성은 키르케고르의 실존 사상과 맞닿는다. 기독교 영성은 '방황하는 실존' 속에서도 하나님께 가닿는 순례의 여정을 진실과 성실의 태도로 걸어갈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키르케고르의 실존 사상은 하나님 앞에 참그리스도인으로 바로 서고자 분투했던 그의 삶에서 태동하고 발전했으므로, 이를 '실존적 영성'(existential spirituality)이라 명명하는 것 역시 타당한 일이다. 실존주의의 선구자, 하나님을 사랑한 시인(詩人), 인간 실존을 관철해낸 예술가 등으로 일컫는 키르케고르는 단연 철학뿐만 아니라 종교, 예술, 심리학을 막론하여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이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참된 그리스도인, 참된 기독교에 대해 끝없이 사유하고 선포했던 '하나님의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논자는 본 연구에서 키르케고르를 철학자가 아닌, 그렇다고 신학자도 아닌, 다만 그리스도를 본받아(Imitatio Christi) 참그리스도인이 되고자 철저히 고뇌하고, 처절히 좌절하고, 열렬히 분투했던 한 사람의 '기독교 영성가'로서 말하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기독교 영성의 관점으로 키르케고르의 실존을 새로이 고찰하는 일은 철학과 신학에서 연구해온 그의 사상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기독교 영성과 실존 사상의 학제적 연구는 오늘날 값싼 영성, 값싼 은총으로 스러져가는 한국 개신교와 진실한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값진 교훈'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