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 사회는 급격한 세계화와 국제화로 다문화사회가 되었다. 이는 곧 국제이주로 인한 다문화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다문화학생의 지속적인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2021년 기준 전체 학생 수 대비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3%를 차지하고 있다(교육부, 2022). 이러한 변화 속에서 다문화청소년이 한국 사회에서 잘 적응하고 안정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학령기인 이들에게 학습을 촉진하고 자신의 가치와 목표 실현에 도전하도록 안내하는 성취동기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기는 가능성과 잠재력이 내포된 시기로 학업성취만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하며, 성취동기가 그 가능성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성취동기는 다문화청소년의 학교생활 적응과 학업성취를 돕고 진로를 준비할 수 있는 역량을 향상하며 더 나아가 계층이동 및 삶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내적 자원이 된다.
본 연구는 다문화청소년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현하고 삶의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성취동기에 관심을 갖고, 성취동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국가정체성과 이중문화수용태도에 주목하였다.
사회정체성 이론에 따르면 소속집단에 대한 자부심과 존중감은 긍정적 자아개념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이것은 내재적 동기부여 역할을 한다. 국가정체성은 집단 소속감, 자부심, 긍정적인 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우호적인 사회적 관계와 긍정적 이미지가 다문화청소년의 자기개념을 형성하여 내재적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이중문화수용태도는 한국문화와 이질적인 문화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 부 또는 모의 국가 문화에 대하여 갖는 긍정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통합(Integration), 동화(Assimilation), 분리(Segregation), 주변화(Marginalization)라는 네 가지의 문화적응 과정은 다문화청소년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성취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다문화청소년의 국가정체성과 이중문화수용태도가 성취동기에 미치는 종단적 영향을 검증하는 것이다. 국가정체성이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발달하고 국가정체성과 이중문화수용태도가 청소년 후기까지 지속적으로 발달한다는 측면에서, 언급한 변인들과 성취동기 간의 관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동태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다문화청소년의 개인별 발달양상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성장발달을 지원하기 위해서 종단연구를 실시하였다.
이러한 연구 목적을 위해 본 연구에서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조사한 다문화청소년패널 중 2014년 4차(중1) 자료부터 2019년 9차(고3) 자료까지를 활용하였다. 분석 대상은 해당 기간의 조사에 모두 응답한 1,072명을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자료분석을 위해 수집된 자료는 SPSS Statistics 25와 Mplus8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4차(중1) 자료를 기준으로 t-test와 ANOVA를 실시하여 다문화청소년의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부모, 친구, 교사의 지지체계에 따라 국가정체성과 이중문화수용태도, 성취동기의 집단 간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였다. 그리고 잠재성장모형(Latent Growth Model : LGM)을 활용하여 다문화청소년의 국가정체성과 이중문화수용태도가 성취동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차이 검정 결과 인구사회학적 특성은 다문화청소년의 국가정체성과 이중문화수용태도, 성취동기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모, 친구, 교사의 지지에 따라 국가정체성과 이중문화수용태도, 성취동기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함이 확인되었다.
두 번째로 다문화청소년의 국가정체성과 성취동기 간의 종단적 관계를 분석한 결과 중1 당시 형성된 국가정체성의 초기값이 높을수록 성취동기의 초기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국가정체성의 변화율은 성취동기의 변화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음으로 다문화청소년의 이중문화수용태도와 성취동기 간의 종단적 관계를 분석한 결과, 중1 당시 형성된 이중문화수용태도의 초기값이 높을수록 성취동기의 초기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이중문화수용태도의 초기값이 성취동기의 변화율에도 부(-)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문화수용태도의 변화율은 앞서 국가정체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성취동기의 변화율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통제변수인 성별은 성취동기의 변화율에 부(-)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이론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본 연구는 다문화청소년의 사회정체성과 긴밀하게 연관이 되는 국가정체성과 이중문화수용태도가 성취동기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함으로써 사회정체성 이론에서 제시한 사회정체성과 행동적 동기 사이의 관계성 일부를 검증하였다. 또한 중·고등학생 시기의 다문화청소년을 대상으로 국가정체성 및 이중문화수용태도와 성취동기의 종단적 영향 관계를 규명하였고, 이에 따라 국가정체성의 변화 속도 및 이중문화수용태도의 형성 수준과 변화 속도에 따라 성취동기의 변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문화청소년의 성취동기 향상을 위한 본 연구의 실천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 집단구성원과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는 국가정체성 형성에 기여하는 바, 다문화청소년이 또래집단과의 긍정적인 관계 경험을 통해 국가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둘째, 차이 검정 결과 친구의 지지와 긍정적인 관계는 다문화청소년의 국가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다문화청소년의 발달을 지원하는 집단프로그램에 다문화청소년과 비다문화청소년을 구분하지 않는 보편적인 서비스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셋째, 민족주의적 관점의 국가정체성은 배타적 소속감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바, 누구에게나 평등한 시민적 권리와 의무가 적용될 수 있는 시민적 관점의 국가정체성 향상을 위한 교육적 접근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중1 시점의 이중문화수용태도 수준이 고3까지의 성취동기 변화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확인된 바, 중학생 초기에 이중문화수용태도를 높일 수 있는 교육 및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다섯째, 국가정체성과 이중문화수용태도의 초기 수준이 낮더라도 지속적으로 변화 속도가 높아지면 성취동기의 변화 속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된 바, 학교 교육과정에서 다문화이해교육을 확대하여 국가정체성 확립 및 긍정적인 이중문화수용태도가 형성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다문화청소년의 국가정체성과 이중문화수용태도는 친구, 학교 교사 등 사회적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다문화청소년과 지역사회 구성원이 함께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일곱째, 여학생의 성취동기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남학생보다 변화속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청소년기 후기 여학생의 성취동기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