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청소년극의 역사는 길지 않다. 본격적으로 청소년극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는 시기는 기껏해야 10여년 이다. 그러나 청소년극은 이 짧은 기간 동안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다양한 이야기와 형식을 담은 공연들이 제작되고 있으며 청소년극을 관람하는 관객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 이제 청소년극은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즐겨 찾는 공연예술의 한 장르가 되었다.
청소년극에서는 주로 드라마를 통한 이야기 전개방식을 가져가다가 어떤 특별한 순간에 신체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이 순간이 본 고에서 집중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 순간이 청소년의 신체상의 특질을 가장 잘 포착해 낼 수 있는 순간이라고 본다. 이에 본 논문은 이렇게 특별한 순간에 나타나는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청소년극을 탐색해 보고 청소년극이 바라보고 있는 청소년의 특질을 연구한다.
그러므로 본 논문에서는 첫째, 청소년극의 정의를 살펴보고 청소년극과 관련된 일반적 오해들을 풀어본다. 둘째, 한국에서 청소년극의 발전 과정을 개괄적으로 살펴본다. 한국에서 이뤄진 청소년극은 2011년을 기점으로 두 시기로 나눌 수 있다. 2011년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이 해가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설립된 해이기 때문이고, 이 해를 기준으로 한국에서의 청소년극은 질과 양, 그리고 창작의 체계에 있어서 큰 변화를 맞이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셋째, 청소년극의 서사의 변화의 측면을 살펴본다. 초기의 청소년극의 서사와 최근에 공연되고 있는 청소년극의 서사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본다. 본 논문의 III장에서는 현대사회에서의 몸의 의미 그리고 연극에서의 몸의 의미에 대하여 살펴본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철학사적인 면에서 인식론에서 현상학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이는 현대인의 사상이 정신과 의미를 중요시하는 인식론적인 사고방식에서 몸의 감각과 지각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현상학적인 지각방식으로의 전환을 보여줄 것이다. 이런 의식의 변화는 현상학에서부터 출발한 것으로 본고에서는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현상학에서 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가 발견한 지각의 현상학에서 몸과 관련하여 중요한 지점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현대사회의 많은 부분, 예술, 문화, 사회, 인문, 경제학에서 정신에서 몸으로의 전이는 현상학으로부터 받은 영향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연극에서도 언어에서 신체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게 된 배경에 현상학이 기초하고 있다고 봄으로서 우리는 이 장을 통해 몸의 기능과 지각의 현상을 구체적으로 알아볼 것이다. 이후에 현상학이 어떻게 연극에 영향을 미쳤는지 연극에서 몸의 중요성을 선구적으로 간파하고 자신의 공연에 녹여냈던 선대의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해서 살펴본다. 먼저 현대연극에서 특별히 움직임에 주목하고 그것을 연출과 연기의 핵심으로 이해한 양식무대의 선두주자였던 크레이그(Edward Gordon Craig)에 대해 살펴본다. 그리고 인간의 모든 움직임을 분석하려고 시도했던 라반(Rudolf von Laban)의 움직임 분석에 대해 살펴보고 춤연극(Tanztheater)에서 몸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논의한다. 이를 통해 몸으로 공연예술을 넘어 인간의 삶의 방식을 통찰하고자 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와 작품들을 살펴본다.
청소년극은 내용상으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다룬다. 청소년기는 유아기와 성인기의 중간에 놓인 생애 주기의 한 단계로서 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 형성된 정체성은 생의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청소년기에 형성된 정체성은 한 사람의 인생 전반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에릭슨(Eric H. Erikson)에 의하면 정체성은 흔히 우리가 말하는 것처럼 청소년기에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유아기부터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기는 유아기에 동일시된 정체성에서 또 다른 정체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어나가는 시기이다. 그러니 엄밀히 말해서 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가 아니라 정체성이 위기에 빠진 시기이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예민하며 부정적 정체성이 침투할 여지도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청소년극은 이렇게 감각적, 감성적, 정서적으로 예민할 수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연극이므로 사려 깊고 민감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본 논문에서는 청소년기와 정체성 그리고 몸에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 이에 관련하여 논의한 후에 청소년극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을 분석한다.
청소년극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의 특성은 크게 운동성, 꿈, 환상, 슬로우모션, 놀이, 상상력, 그 외에 다양한 움직임 표현들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청소년극에서 운동성은 운동하는 신체와 달리는 신체를 중심으로 나타난다. 청소년극에서는 운동장면을 통해서 청소년들이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을 보여주고자 한다. 운동에는 내가 있고, 경기장이 있고, 규칙이 있고, 상대방이 있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상대방도 매번 전략을 달리하며 경기를 진행한다. 경기 중에는 상대방을 이기고자 하는 마음과 나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끊임없이 외부세계와 대결을 펼쳐나가는 것이다. 이런 스포츠 경기의 특성으로 인해 청소년극에서는 자주 운동하는 청소년들의 신체를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꿈, 환상, 슬로우 모션 역시 청소년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꿈이나 환상은 미래에 대한 불안, 예지 또는 영적인 세계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꿈은 신체의 발달과정에 영향을 받는다.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청소년들에게서 꿈의 빈도와 내용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꿈이나 환상 장면은 청소년들의 특성과 심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슬로우 모션은 어떤 특정한 장면을 확대경으로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이렇게 극도로 확대된 장면에서는 현존하는 연기자의 몸에 집중하게 되며 극적행위 이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끔 한다. 그래서 연출자들은 이런 느린 장면에 재미의 요소뿐만 아니라 작품의 주제를 숨겨놓는 경우들도 있다. 세 번째 놀이성에서는 연극의 근원에 놀이가 있음을 설명한다. 청소년극에서 놀이성의 발로는 인물들이 여러 역할로 변신하며 연극을 이끌어가는 역할 변신 놀이로서 나타나며, 놀이의 장으로서의 무대는 사실주의적 무대보다는 놀이의 터로서 심플한 무대 디자인으로 나타난다. 네 번째, 상상력은 청소년극에서 가장 중요하게 청소년 관객이 주체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 요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표현에 있어서도 창작진들의 창의적인 상상력이 요구된다. 작품의 중간 중간에 배치된 움직임을 통한 상상력의 표현은 청소년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다섯째, 그 외 다양한 움직임 표현들로는 동물을 표현하거나 무대 위에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경우들이 있다. 물속 장면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