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직업분류상(KSCO: 2473) 직업상담사는 약 6,400여 명에 이른다(통계청, 2022년). 이중 약 55%인 3,500여 명은 비전형 직업상담사(비정규직 + 무기계약직)로 근무하고 있다(고용노동부, 2022). 이들은 취약한 고용형태로 인해 고용불안과 각종 차별에 노출되어 있는 바 그들의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조건을 알아보고, 그러한 상황하에서 비전형 직업상담사의 직업유지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탐색하기 위하여 20명의 연구참여자를 선정하였다.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전형 직업상담사가 직무수행 시 인식한 차별과 고용불안은 무엇인가? 둘째, 비전형 직업상담사가 인식한 현실적 문제의 요인과 조건은 무엇인가? 셋째, 비전형 직업상담사가 직무수행 시 현실적 문제들로 인해 어떠한 영향을 받고 있는가? 넷째, 비전형 직업상담사가 현실적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며 극복하고 있는가? 다섯째, 직업상담사로서의 개인적 차원의 정체성은 어떠한가? 여섯째, 직업상담사의 임파워먼트와 직업안정성 확보를 위해 극복하고 수행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라는 연구 문제를 설정하여 질적 연구를 수행하였다.
본 연구를 통하여 개방코딩 483개 개념과 105개의 하위범주, 29개의 범주를 도출하였다. 축코딩 결과 인과적 조건은 '차별적 경험 인식','만성적인 고용불안','전문성 불인정'으로 나타났다. 맥락적 조건은 '직업의 계급화','간접고용의 만연','관료주의','저임금 지급의 구조적 관계', '원칙 없는 인력 운용 정책','원청 및 관리자의 파트너십 부재','상향식 의사전달 통로 부재','성장기회의 차단','상담을 하기 힘든 환경'으로 드러났으며, 중심현상은 '수용과 감수','직업상담서비스의 질 저하','스스로의 가치 입증 노력'으로 파악되었다. 중재적 조건은 '입직 계기와 내적동기','직업상담에 대한 기대감','직업상담사로서의 정체성','상담의 어려움','심리적 안녕감 침해','소명의식','극복자원','가치 있는 일'로 나타났으며, 작용/상호작용은 '감정과 상담의 분리','자격증 제도의 개선','앞으로의 발전 방향과 개선 과제'로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결과는'떠나지 않는 전직 생각','버티며 나아감','좋은 상담사로 가는 길'이 도출되었다.
선택코딩에서는 핵심범주로'불평등함 속에서 좋은 상담사로 거듭나기'가 도출되었고, '입직 단계','무지 단계','자각 단계','변화 도모 및 확신 단계'의 4가지 비전형 직업상담사의 직업유지 경험에 다른 이야기 윤곽을 서술하고 이론을 도출하였다. 본 연구에서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직업상담가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심층상담을 할 환경적 요인이 갖춰지지 않은 부분과 상담사 스스로 기본적인 역량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간접고용의 만연으로 인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간접고용의 일반화는 결국 그 피해는 종사하는 상담사와 서비스를 받는 내담자에게 귀결될 것이라는 점이다. 무기계약직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공무직이라는 이름의 무기계약직은 하나의 상승한 신분이 아니라 현장에서는 오히려 하나의 굴레로 작용하고 있다. 성장기회의 제한이다. 정규직 전환, 승진 등 발전 기회가 차단되어 있는 것이다. 상담사들은 수용하고 감수하며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비전형 직업상담사에게 가해지는 여러 부정적 요인이 투입되어도 직업유지가 되는 것은 마땅한 대안 부재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며 속으로 감내하고 있다는 점이다. 눈여겨 볼만한 점은 비전형 직업상담사들은 입직 초기보다 중기 이후에 더 직업 불만족이 증대하였다. 참여자들은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중기 이후에 더욱더 자신이 투입한 가치에 비해 홀대받고 있음을 더 크게 인식하고 있었다. 상향식 의사전달 통로가 부재하다. 구성원의 성장에 기인한 조직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최 일선의 의견이 윗선에 전달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제도나 시스템 구비가 없다는 사실이다.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참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자격증 발급 제도를 지금 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하고 상담 능력을 확충할 수 있게 실무연수나 보수교육제도 마련을 주장했다. 상기와 같은 여러 문제들은 직업상담서비스의 질 저하를 발생시키고 있었다. 열악한 근로조건과 각종 불합리함에도 상담사들은 자신의 직분을 묵묵히 수행하며 좋은 상담사(nice counselor)로 거듭나고 싶어 하고 있었다.
연구자가 생각하는 본 연구의 의의라면 직업상담사들이 현장의 최일선에서 내담자를 상담하면서 인식한 경험과 느낌, 그리고 그들의 견해를 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번 연구가 전국의 직업상담에 종사하는 분들과 정책결정을 하는 관계자들에게 직업상담의 발전 방향 모색을 위한 작은 자극이나마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