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에서는 키에르케고어 인간학을 바탕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의 진리성을 조명하고자 하였다. 그에게는 주체성이 진리이며, 그것은 자기자신과의 올바른 관계맺음을 통하여 참된 자기를 정립하는 것이다. 자기란, 관계가 아니고 관계가 자신에게 관계하는 관계이자, 또한 역사성과 영원성의 종합이다. 불안은 이 종합과 긴밀히 연결되는데, 그것은 자기정립의 불확정성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근원적 자유의 가능성이 그 불안 속에서 예고된다. 우리가 불안을 배워야 하는 것은, 오직 자유의 가능성으로부터의 불안만이 믿음에 의해서 절대적으로 인간을 도야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안은 잘못된 자기관계, 근원적으로는 영원성과 잘못된 관계를 맺게 되는 절망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유를 통하여 절대자와 절대적인 관계를 맺고, 그럼으로써 그 영원성을 역사성에 현존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절대자를 지향하려는 결단, 곧 도약으로서의 신앙이 필요하다. 도약은 영원성과 역사성의 종합이라는 의식적인 종합을 가능하게 하는데, 그 종합은 절대적 역설이기에, 진정한 도약은 오직 절대자에 대한 신앙 위에서 가능하다. 오직 신앙만이 인간으로 하여금 영원성을 지향할 수 있게 하고, 그 영원성의 역사적 현존을 확신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이 신과의 절대적인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역사적 관계성을 영원성으로 새로이 규정하는 것이며, 바로 이것이 키에르케고어가 말하는 참된 자기정립이 된다. 그리고 참된 자기정립을 위해서, 역사적 자기로부터 일시적으로 물러나는 자기포기가 인간에게 요구된다. 오직 그럼으로써만 영원성인 하느님께로 정향된 정신의 정립이 가능한 것이다.
키에르케고어는 그리스도교 신앙이야말로 진리임을 천명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교의 핵심교의인 육화야말로 인간의 참된 자기정립이라는 진리의 참된 예시가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키에르케고어의 인간학은 그리스도교적 육화의 진리성을 생생하게 드러내준다. 곧 육화란, '역사성'과 '역사성 너머'를 구분지으면서도 동시에 그 '역사성 너머'가 '역사성' 안에 어떻게 현존할 수 있는지를 구원의 계시로서 증언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구원으로 나아가기 위해 인간은 먼저 원죄를 자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단순히 시간상 최초의 죄가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상태를 말한다. 오직 이에 대한 자각만이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이 이미 하느님과 잘못된 관계에 있으며, 그럼으로써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지향할 수 있게 해준다.
참된 신앙 행위가 삶에 주는 의미의 본질은, 절대자에 대한 절대적인 관계를 통해서 모든 역사적인 것이 비로소 상대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곧, 절대자에 대한 신앙을 통해서 인간은 모든 역사적 상대성을 영원성이 현존하는 하는 절대적인 것으로 새롭게 규정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고통으로 점철된 채 허무만이 가득찬 듯한 인간의 삶 속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삶의 충만한 의미를 향유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