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오늘날 수도 생활이 지닌 문제들의 원인이 수도 생활의 교회론적 차원을 간과한 데 있다는 진단에서 시작한다. 수도 생활은 교회의 삶 안에 있기 때문에, 사도들로부터 전해 받은 신앙을 교회의 삶으로써 전달하는 '살아있는 성전'은 수도 생활의 교회론적 성찰의 바탕이다.
19세기 묄러는 전체로서 교회가 성전 전달의 주체이며 교회의 삶 안에서 이 성전이 발전한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이 주장을 수용한 콩가르는 성전의 다양한 의미를 정의하고 이전의 혼동되는 견해를 정리하여 묄러의 성전 이해를 확장하였다. 특히 사도들이 그리스도께 받은 모든 것을 전달하는 넓은 의미의 성전 개념으로의 확장을 주장하면서, 성전은 살아있는 신앙을 통한 하느님 백성의 소통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전이 교회를 교회이게 하는 모든 것이며, 이 성전이 '살아있음'을 선포하였다.
수도 생활은 '살아있는 성전' 안에 있으며 성전의 발전에 기여한다. 그러나 오늘날 수도 생활의 존재 의미에 대해 제기되는 의문들은, 수도 생활이 '살아있는 성전'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수도 생활은 '살아있는 성전' 안에서 창조적 충실성이 요청된다. 창조적 충실성을 실현하기 위해 수도 생활은 지역 교회와 친교 안에 머무르면서, 이 세상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시대의 징표를 통해 알아볼 수 있어야 하고, 세상과의 분리와 연대 안에서 주변성(marginality)의 공동체로 현존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수도 생활은 '하느님 백성 안에 표징'으로 현존하면서 성전의 발전에서 고유한 몫을 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