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채무자인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지를 다루었다. 채권자취소권 제도는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채권자가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원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제도이다. 상속포기 제도는 상속인의 의사에 반하여 포괄적으로 피상속인의 권리의무가 강제적으로 승계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상속의 일반적 효과를 부인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간 상속포기 제도는 상속의 효과로서 당연승계 제도를 채택한 우리 민법 체계에서 상속인에게 상속의 효과를 부인할 수 있도록 하여 상속인의 의사를 존중함과 아울러 피상속인의 과도한 채무로 부터 상속인을 보호하기 위한 순기능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상속재산에 적극재산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채무자인 상속인이 자신의 채권자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할 것을 우려하여 형식적으로 상속을 포기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다른 공동상속인과 이면 약정을 체결하여 대가 혹은 보상을 받는 방법으로 제도의 취지를 벗어나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까지 상속인의 채권자보다 채무자인 상속인을 보호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 상속인의 채권자는 채무자인 상속인을 상대로 하여 상속포기를 원인으로 하여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종래 우리나라는 상속포기에 대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성을 부정하는 학설이 다수설이고, 대법원 판례도 부정설과 같은 입장이다. 이에 학설과 판례가 무엇을 근거로 하여 부정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고, 종래의 입장을 변경할 만한 근거가 있는지를 학설과 판례 그리고 다른 나라의 입법과의 비교법적 고찰을 통해 살펴보았다. 그 결과 현행법상 상속포기에 대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성을 인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해결 방법으로 입법안을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상속포기의 경우에는 학설과 판례가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성을 부정하면서 그와 유사한 상속재산분할협의에서 상속포기를 한 경우에는 학설과 판례가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성을 인정하고 있는 점에 착안하여 상속포기의 경우에도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성을 인정할 여지는 없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상속포기와 상속재산분할협의에서 상속포기가 법리상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에 대해서 검토하였다.
두 번째로 상속포기의 경우에 채권자취소권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살펴보았다. 그중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요건은 상속포기가 재산법상 법률행위인지 여부와 사해행위인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이에 가족법상의 법률행위, 구체적으로는 상속포기에 대한 채권자취소권 인정여부에 관한 판례, 유증의 포기에 대한 채권자취소권 인정여부에 관한 판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에서 채권자취소권 인정여부에 관한 판례 등과의 비교를 통해서 상속포기가 재산법상 법률행위인지, 사해행위인지에 대해 검토하였다.
세 번째로 상속포기의 채권자취소권 대상의 인정 여부에 관하여 프랑스, 독일, 일본 순으로 입법, 학설 및 판례 등을 살펴보았다. 특히 프랑스는 다른 나라와 달리 민법에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어 프랑스 민법이 상속포기의 경우 채권자취소권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과 효과에 대해서 어떻게 입법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네 번째로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포기의 채권자취소권 대상의 인정 여부에 관하여 상속재산분할협의에서 상속포기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성을 인정하고 있는 판례와의 비교를 통해서 상속포기의 경우 그 대상성을 부정하는 근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현행법상 상속포기가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인 상속인이 자신의 채무를 갚지 않을 목적으로 다른 공동상속인과 공모하여 계획적으로 상속포기를 하고, 다른 공동상속인과 이면 합의를 통해 이익을 누리려고 하는 자를 보호할 필요성은 없으므로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상속포기 제도를 이용하는 상속인인 채무자를 규제하기 위하여 입법 방안을 도출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