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과 가치관의 변화로 효율성과 기능성이 더는 공간의 최우선 가치가 되지 못하면서 효율 중심의 도시 공간들은 경험 중심의 체험 공간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주거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는 아직도 근대 집합 주거 양식의 획일화된 직육면체 그리드로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구조와 조형성을 통해 풍부한 공간적 경험을 제공하는 상업, 문화공간에 비해, 기능을 위해 구매한 개별 가구들이 가진 장식적 기호들의 조합으로 연출되는 주거 공간은 공간디자인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빈약할 수밖에 없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규격화되고 획일화된 주거 공간의 조형적 한계를 극복할 방안으로 미니멀아트의 오브제 개념을 제시하고자 한다. 회화의 평면적 일루션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미니멀아트의 핵심은, 화이트큐브라는 규격화된 공간 안에서 최소한의 표현만으로도 그 조형성을 공간 전체로 확장할 수 있었던 오브제에 있다. 이러한 오브제의 특징을 분석지표로 삼아, 가구의 기능을 하면서도 미니멀아트의 오브제와 유사한 볼륨과 구조를 갖는 퍼니텍처를 분석함으로써, 가구가 기능적 역할을 하는 동시에 공간으로 확장하는 '조형적 오브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조형적 특징들을 도출해본다.
본 연구에서는 가구가 불가피하게 가지고 있는 기능적 특징들 역시 미니멀 아트의 관점에서 조형적으로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토대로, 기능을 위한 가구의 형태와 구조를 조형적으로 해석할 것이다.
이러한 해석을 토대로, 기성 가구에도 접목할 수 있는 조형적 확장의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획일화된 장식 중심의 주거 공간이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조형적으로 풍부한 입체적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