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감옥인 서대문형무소는 1908년 개소되어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 1987년까지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대지면적 13,000m²에 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개소하여 운영을 시작했으며, 식민지정책이 자리잡고, 수감자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네 번의 증개축을 거쳐 1940년대에는 54,919m² 대지면적에 3,000여 명을 수감할 수 있는 규모로 확장되었다. 근대역사 및 근대건축 부문에서 문화재로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서대문형무소는 건축된 지 100여 년이 지난 건축물로 내구성 저하와 함께, 해방 이후까지 운영되면서 보수, 개조가 진행되어 본래의 모습이 상당부분 훼손되거나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물로서 기능을 회복하고 원형을 보존하기 위한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후된 구조재료를 교체·정비하거나 해체·재시공하는 방식으로 원형을 복원하여 문화재로서 건축물의 수명을 연장하고 박물관으로서 안전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근대건축의 증거물로서 서대문형무소는,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증거'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였다. 지금까지 근대건축물 전반에 대한 개괄적인 건축구조연구는 있었으나, 아직 서대문형무소와 감옥건축의 건축적 특성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없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서대문형무소의 구조적 특징과 재료에 대한 연구이며, 이는 서대문형무소의 역사성과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복원·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설계·시공의 지침을 마련하고 구조보강을 통한 문화재건축물의 수명연장과 보존, 전시·활용방안을 도출하는데 기여하고자 하며, 근대건축역사에서 서대문형무소가 가지는 건축적 가치를 이론적으로 정립하고 기록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서대문형무소의 개소에서부터 네 번의 확장과정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구조형식의 변화를 고찰하였다. 건립초기에 목구조로 시작된 건축구법과 재료는 건식(乾式)공법으로 빠르게 시공할 수 있고 저렴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관립시설을 보급하여 식민지화를 이루기위한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것이었다. 이후 1910년대 말에는 수감자의 증가와 함께 감옥건물의 내구성과 방화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적벽돌 조적조로 변화되었고, 1920년대 말에는 내화성능과 하중지지력을 개선하기 위해 적벽돌 조적조 벽체와 철근콘크리트 슬라브가 혼합된 구조를 적용하였다. 1930년대에 이르러서는 벽체와 지붕구조에서도 철근콘크리트조를 사용하여 구조적으로 성능을 개선하였으며, 입면이 단순화되고, 평지붕을 사용, 곡면벽체의 구성 등의 변화가 생겼으나, 시공 단가가 높고 시공기간이 길어 전반적으로 적용되지는 못하고 일부건물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건축구법의 변화를 가능하게 했던 재료의 도입과 수급상황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둘째, 옥사와 청사, 중앙간수소 외 주요건축물의 건축구법과 배치구조, 마감방식을 조사·고증하였다. 서대문형무소는 근대감옥으로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얻을 수 있고 동시에 효율적으로 수감자를 감시하고 격리할 수 있는 팬옵티콘(Panopticon)구조의 옥사배치방식을 적용하였다. 방사형으로 배치하여 적은 수의 감시자가 많은 수감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였다. 근대감옥의 특징적인 구조인 이러한 팬옵티콘 배치는 현재 세계적으로 많이 남아있지 않아, 서대문형무소의 중요성과 가치를 더하고 있다. 옥사의 벽체는 적벽돌을 사용하였고, 쌓기방식은 화란식쌓기로 시공되었다. 지붕구조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방식인 대들보와 대공으로 지붕하중을 기둥에 전달하는 대량식 구조방식이 아니라, 지붕하중을 기둥 또는 벽체 위에 삼각공간을 기본 구조로 하는 트러스를 얹어 기초까지 전달하는 방식이 사용되었다. 트러스구조는 장스팬이 가능하였고 지붕구조와 하부평면이 분리되면서 자유로운 평면을 구성할 수 있었으며, 지붕의 경량화를 얻을 수 있었던 구조였다. 서대문형무소에서는 각 건물의 하부평면구조와 간사이 간격을 고려해 왕대공트러스 또는 쌍대공트러스가 적용되었다.
셋째, 서대문형무소는 근대감옥으로서 감시와 격리를 목적으로 하지만 동시에 수감자를 계몽, 교화하고자 하였으며, 수감자의 수감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채광과 환기를 위한 건축요소를 적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