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1862-1918)의 두 개의 후기 현악 소나타인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Sonate pour Violoncelle et Piano)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Sonate pour Violon et Piano)를 신고전주의의 예시적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이다.
1915년 작곡된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는 총 3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악장은 변형된 소나타 형식이고, 제2악장과 제3악장은 3부 형식으로 구성된다. 기본적인 소나타 양식을 취하고 있으나, 전통적인 형식에서의 변형을 보여준다. 특이한 점은 드뷔시가 제1악장에 '프롤로그', 제2악장에 '세레나데', 제3악장에 '피날레'의 부제를 붙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3악장 형식의 소나타는 바로크 시대와 전고전주의의 3악장의 소나타의 양식적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이 곡에서는 제1악장이 제2악장과 제3악장의 서주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제1악장의 주제적 요소가 제2, 3악장에 나타나고, 제2악장의 주제적 요소가 전 악장의 전반에 순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917년 마지막 작품이 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도 3악장 구성이다. 제1악장은 변형된 소나타 형식이고, 제2악장, 제3악장은 모두 변형된 론도 형식이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소나타 양식을 취하고 있으나, 전통적인 형식에서의 변형을 보여준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역시 표제적 형태를 가지는데, 제1악장을 제외하고 제2악장에 '간주곡', 제3악장에 '피날레'의 부제를 붙였다. 이 곡 또한 제1악장과 제2악장의 주제적 요소가 제3악장에 나타남으로써 순환 형식의 구성이 보인다.
두 곡의 후기 현악 소나타는 후기 작품의 특징대로 인상주의와 고전주의적 특징이 종합되어 있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신고전주의적 양상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소나타의 도입이다. 드뷔시는 이 작품에서 이전에는 쓰지 않았던 소나타를 도입하여 '소나타'라는 옛 전통을 상기시킨다. 총 3악장으로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모두 소나타 형식으로 시작한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1악장을 제외하고 모든 악장에 부제가 붙어 있는 점은 고전주의를 넘어 바로크 시대 표제적 모음곡의 성격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또한 두 곡에서 모두 순환 형식의 구조의 전통적인 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구조나 길이에 있어서 새로운 양상을 보여준다. 짧고 자유로운 형식을 구사하던 중기의 작곡 방식이 나타나며,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는 약 12분,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는 약 14분의 연주 시간으로 고전시대의 소나타보다 간결한 구성에 따른 짧은 길이를 갖는다.
둘째, 소나타의 도입에 따른 소나타 형식의 사용이다. 두 작품의 제1악장은 모두 소나타 형식으로,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 코다의 기본적인 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세부 형식과 조성이 모호한 점에서 전통 소나타 형식과 구별된다.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과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은 제2주제의 조성이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의 제시부에서는 제2주제가 같은 으뜸조로 나타나 조성의 대비가 없고,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에서는 오음음계가 사용되어 서양 조성과 동양 선법의 대조를 보인다. 또한 발전부가 고전 소나타에 비해 비중이 작고, 모티브의 발전 기법의 활용이 전통 소나타에 비해 소극적이다. 재현부에서도 전통적인 조성 관계를 따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의 재현부에서는 제2주제의 원조로의 회귀는 이루어지지만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과 다르게 제1주제가 원조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셋째, 프랑스 양식의 복원이다. 드뷔시는 이미 중기의 피아노 작품에서 라모(Jean-Philippe Rameau, 1683-1764)와 쿠프랭(François Couperin, 1668-1733)에게 존경을 표하는 작품을 썼으며, 그의 저작을 통해 라모,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1869), 구노(Charles-François Gounod, 1818-1893), 프랑크(César Franck, 1822-1890), 생상(Camille Saint-Saëns, 1835-1921)에 대한 존경을 표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후기 현악 소나타에 도입된다. 그러나 오음음계, 온음음계, 옥타토닉 음계, 선법, 5도와 8도 병행, 복조성과 모호한 조성 등의 독특한 자신만의 음악 어법이 점철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프랑스 전통의 간결함과 섬세함, 가볍고 투명한 텍스쳐, 다양한 음색의 색채감, 반복되는 선율의 서정성 그리고 짧고 자유로운 순환 형식과 독특한 주법 등을 결합하여 그만의 '프랑스식 소나타'를 창조하였다.
이러한 분석에 따라 드뷔시의 후기 작품인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에는 전통과 혁신을 모두 포함한 신고전주의 예시적 요소가 나타난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이들은 드뷔시를 인상주의 작곡가로만 한정짓는 것이 아닌 신고전주의 예시적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볼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작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