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공간은 대상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만져질 수도 없는 비어 있는 공간으로 모든 효용(效用)을 담고 있다. 상고시대(上古時代)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차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음료이며, 차문화 공간은 지역 및 시대에 따른 음다 행위와 차문화의 변화 과정을 담고 있다. 따라서 차와 차문화의 역사는 그 나라의 정신문화와 맥을 같이 한다. 차는 동아시아 삼국의 지형적인 인접성과 함께 종교적, 문화적 매개체로서 큰 영향을 미쳐왔다. 또한 시대의 흐름과 함께 사회적, 사상적, 문화적, 예술적으로 학문영역을 형성하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차의 미학(美學)에 대한 연구는 사변적인 아닌, 차문화 공간에서 찻자리를 거듭하면서 경험과 체험을 통해 새롭게 확립되고, 변화하는 모습을 담아내기 위한 방향으로의 연구가 필요하다. 차문화 공간이 차의 사회적, 물질적 기능을 넘어 일종의 매개체로, 차를 마시는 단순한 행위에 그치지 않고 차를 마시는 행위를 더욱 깊이 있게 해주는 종합예술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즉 찻자리는 시와 음악, 그림과 다구, 다화, 복식 등이 함께 어우러져 일상의 공간에 격조와 품위를 더하며, 정신문화의 수요를 추구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생활철학은 한 국가의 역사성을 배경으로 도덕, 종교, 학예와 같은 정신적 문화와 조화된다. 행위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그 행위를 할 수 있는 조건인 일정한 틀, 즉 공간이 있어야 하며 다사(茶事)를 종합하는 공간이 바로 차 공간이다. 오랫동안 차문화 공간은 지역이나 민족, 시대, 차의 종류, 음다(飮茶) 풍습 등에 따라 크게 변모해 왔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차를 마시는 습관과 풍속에 크게 영향을 받아왔다. 그러나 차문화가 계속해서 변화 발전하고 있는 이 시점에 현대 차문화 공간의 현상을 보다 엄밀하고 다양하게 분석하며, 이것에 근거한 보다 실제적이고 전문화된 차 문화 공간의 설계까지도 가능하다.
현대인에게 차문화는 여유와 문화적 공간 등을 제공해주고 정신적·정서적 만족을 부여할 수 있다. 음다 공간은 문화와 예술의 발달과 성장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인성교육과 훈련의 공간이어야 한다. 차문화 공간의 개념은 특별하게 지정된 국한된 장소의 개념이 아니라 그 안과 밖에서 편안하고, 즐겁고, 소통하는 삶의 재충전 공간의 개념으로 승화되어야하는 것이다. 현대에 음다 공간의 재구성과 재정립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본 논문은 차문화의 정신과 문화적 관점에서 차문화 공간의 사상에 초점을 맞추어, 차문화 공간이 한·중·일 삼국에서 인류의 정신적 가치를 실현하는 고도의 공간이었음을 역사적 자료를 통해 고찰하고, 사회의 발전과 대중적 요구에 부응하는 현대적인 차문화 공간 사상을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였다.
한·중·일 삼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로서 기후와 사물이 동일한 영향권 안에 위치하지만, 문화적으로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차문화 공간은 자연 순응이라는 범자연주의적 철학과 종교적 가치관이 배경이 되어 정신을 주도하는 차분한 공간을 지향하였으며, 중국은 일상적인 생활 속에 차를 마시는 일이 다반사(茶飯事)로, '천인합일(天人合一)'이라는 대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넓은 음다 공간을 선호했다. 일본의 차문화 공간은 응축된 공간으로, 다실(茶室) 건축이 엄격한 규칙과 형식에 의해 제한되었다. 일본의 차문화 공간은 축소 지향성이나 건축적 세련미가 강하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한·중·일 삼국의 차문화 공간에 깃든 사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의 차문화 공간 사상은 선비문화의 풍류사상(風流思想), 생활 속의 예도예(禮道藝), 의식헌다(獻茶)와 진다의례(進茶儀禮)이며, 중국의 차문화 공간 사상은 도가(道家)의 은일문화(隱逸文化), 유가(儒家)의 아회문화(雅會文化), 불교(佛敎)의 다선일미(茶禪一味)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차문화 공간 사상은 화경청적(和敬淸寂), 일좌건립(一座建立), 와비(わび) 사상이다.
현대사회는 미(美)의 기준, 사상, 문화수준, 소비관 및 소비방식의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차문화 공간을 필요로 한다. 또한 음다 공간의 개념도 단순히 머물고 생활하며, 작품을 생산하는 공간의 개념이 아니라 창조하고, 편안함을 느끼며, 체험하는 장소라는 개념의 전환이 필요하다. 차문화 공간의 기능인 '사교적 차문화 공간', '예술적 차문화 공간', '교육적 차문화 공간', '종교적 차문화 공간', '치유·명상적 차문화 공간'의 영향으로 전 시대를 거쳐 풍류정신과 자연 친화적인 환경이 차문화 공간에 활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차문화의 형이상학적 정신 구현의 장소로서 차문화 공간은 철학이 숨 쉬는 의미체계(意味體系)로서의 차문화 공간의 창출을 모색하며, 그러한 차 정신을 구현하되 현실 여건에 맞게 창조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자연과 인간 행동 환경이 접목된 차 공간을 모색하는 것은 사회의 병리 현상을 치유하고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며 정신문화를 승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차문화 공간에 대한 연구는 형식이나 내용, 경영 이념이나 문화수준에서 사교적, 예술적, 교육적, 종교적, 치유·명상적 공간으로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본 논문은 동양 3국의 차문화, 차문화 공간과 사상의 심층적인 고찰과 분석을 통해 현대 차문화 공간을 디자인하고 설계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해 줄 것이다. 또, 차 사상이 함유된 문화공간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