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위험사회에서 교육의 지향점 중 하나로 과학기술시민성(Scientific Technological Citizenship)에 주목한다.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위험이 공존하는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 시민성은 위험을 도래하게 한 주범으로 지목되는 과학기술의 과거와 미래 방향에 대한 성찰적 접근의 필요성을 기반으로 등장하였으며, 이는 기후변화 교육에 참여한 학습자가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자질과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기후변화 교육은 단위 교사에 의해 학급 규모에서의 일회성 형태가 대부분이며, 기후변화에 대한 영상 시청과 소감문 제출, 학습지 풀이와 같이 앞서 제시한 과학기술시민성을 위한 목표에는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학습자가 기후변화 교육에서의 흥미를 느낌으로써 학습의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나아가 과학기술시민성 목표에도 도달할 수 있도록 할 교육 프로그램의 형태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적용과 그것의 구체적인 도구로 교육용 보드게임의 활용에 주목하였다.
이에 다양한 연령대에서 많은 학생이 쉽고 재미있는 기후변화 교육에 참여할 수 있으면서도 기후변화 교육의 목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 기후변화 교육용 보드게임을 개발하였다. 또한, 더 나아가 이 보드게임을 활용한 기후변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기존에 획일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학습자가 주도하는 새로운 기후변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목적을 두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후변화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의 과학기술시민성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연구를 수행하였다. 첫째, 기후변화 교육용 보드게임과 그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선행 연구를 분석하여 기후변화 교육 목표와 내용의 주요 요소를 추출하고, 여기에 기존 보드게임 7종의 분석 결과를 더하여, 새로운 보드게임의 개발 방향을 설정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보드게임의 프로토타입 초안을 설계·개발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집단에서 테스트 플레이와 수정·보완을 반복하여 최종 프로토타입을 완성하였다. 이후 기후변화 교육용 보드게임의 최종 프로토타입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문헌 분석을 통하여 내용과 형식 및 목표를 결정하고, 보드게임의 활용 방식을 결정하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설정한 내용과 형식, 목표가 반영될 수 있는 최종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둘째, 보드게임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서울시 소재 M 고등학교에서 주 1~2회, 총 6차시 분량의 방과 후 특별강좌로 개설한 수업을 통해 적용하고, 여기에 참여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 24명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시민성을 탐색하였다. 이를 위한 연구 자료로서 수업 중 녹화 및 녹음 자료와 관찰일지, 학생 활동 결과물, 그리고 사후 심층 인터뷰 결과를 수집하였으며, 이를 질적 사례연구 방법론의 자료 분석전략을 사용하여, 본 연구에서 정의한 과학기술시민성의 하위 요소인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에 대한 인식', '가치판단과 의사결정', '사회적·개인적 참여 및 실천과 과학기술쟁점 효능감'에 따라 기술하였다.
이를 통한 연구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후변화 교육의 맥락에 게임적 요소를 접목하기 위해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 교육용 보드게임을 개발하였다. 기후변화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지구를 재건한다는 의미의 보드게임 <Re:EARTH>는 게임 보드와 국가, 기후 행동, 재난의 게임카드 3종, 큐브, 토큰, 코인 및 주사위를 구성품으로 하였으며, 개발 과정은 분석, 설계, 개발, 실행 및 평가의 절차를 따르는 ADDIE 모형을 적용하였다.
또한 이렇게 개발된 보드게임을 활용하여 6차시 분량의 기후변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보드게임이 가지는 흥미와 몰입, 동기 유발 등의 요소가 자연스러운 학습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3단계로 구성하였다. 1단계는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 그리고 문제 상황에 대해 바로 아는 것을 목표로, 2단계는 보드게임 플레이를 통해 기후변화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 함양을 목표로 하였으며, 마지막 3단계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참여 및 실천에의 의지 함양을 목표로 하였다.
둘째, 보드게임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의 과학기술시민성을 탐색한 결과, 먼저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에 대한 인식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기후변화와 같은 사회 문제를 불러왔지만, 이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과학기술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며, 그로 인해 국가 간 또는 개인 간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부정적 미래 전망의 인식도 있었다. 학생들은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자연의 상태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인류에게 불이익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인식했다.
가치판단과 의사결정에서 기후난민과 같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부터 소외되거나 피해를 입는 이들에 대해 공감과 책임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었던 반면에, 그러한 소외 혹은 피해는 과학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결과이므로, 적절한 보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 학생들이 있었다. 여기에서 사회적 공감과 책임감을 느끼는 학생들은 대체로 국제적 협력과 실천이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개인적 상황을 고려한 실천 전략을 구상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또한 사회적·개인적 참여 및 실천과 과학기술쟁점 효능감 요소에서 작은 실천이 점차 사회로 퍼져 나가면 문제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효능감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주변인의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 또는 정치인의 태도 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학생의 경우에는 개인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효능감으로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결론을 간략히 제시하면, 본 연구는 보드게임 활용 기후변화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과 학생들의 과학기술시민성 탐색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위하여 기존의 기후변화 교육과는 차별화된 형태로써, 문제의 이해와 불확실성, 대응 행위 및 그로부터의 결과와 성찰, 실천 요소를 포함하는 보드게임 활용 기후변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었다. 또한, 이를 고등학교 현장에서 적용한 후 수집한 사례 자료를 통해 과학기술시민성을 탐색한 결과, 긍정적 관점을 바탕으로 이것이 긍정적 효능감으로 이어진 경우와 반대로 부정적 관점으로 인해 부정적 효능감을 보이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학생들은 기후변화와 같은 과학기술로 인한 사회적 쟁점에 대해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치를 판단하며, 미래를 전망하여 실천의 전략을 구상하는 과정에서는 국제적, 사회적, 개인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 데 반해, 현실에 관해서는 학생인 개인의 맥락으로 축소하여 개인적인 작은 실천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특징을 보여주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결론을 종합하여 보드게임 활용 기후변화 교육 프로그램의 특징과 실제적 맥락에서의 탐색된 과학기술시민성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제시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주로 초등학교급에서 동아리와 같은 일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행되고 있는 현재의 기후변화 교육이 그것의 대상 연령과 규모의 측면에서 확대되어 '모든 이를 위한 기후변화 교육'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문제 제기 하에 수행된 연구이다. 이러한 시도는 시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는 기후변화 교육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기후변화라는 위기에 대응하는 시민으로서의 역량으로 과학기술시민성에 주목하였는데, 이는 과학교육과 그 맥락에서의 기후변화 교육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는 시민을 길러내기 위해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 것인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