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이해충돌 규제는 신탁의 법리에 의하여 민법이나 상법과 같은 사법의 영역에서 다뤄지기 시작하여 공적영역으로 점진적으로 이동하였다고 볼 수 있다. 공적영역에서 공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공익과 사익 사이의 충돌 문제를 주목하고 해결하려는 시도는 오랜 역사를 가지지만 이를 이론적으로 접근하여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제도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국제기구나 세계 주요 국가들이 이해충돌 규제를 위한 규범제정을 촉구하거나 실제로 제정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러한 큰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
부패가 발생하는 일련의 과정 중 공직자가 직면하는 이해충돌을 포착하여 선제적으로 규제하는 일은 부패방지를 위하여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공적영역에서 이해충돌은 부정적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으나, 이해충돌은 공익과 사익 사이의 충돌상황이며 그 자체에 대한 적법과 위법 또는 정당과 부당의 평가는 온당하다고 볼 수 없다. 이해충돌에 관한 오인은 이해충돌 규제를 위한 정책 방향을 세우는 데에 어려움을 주는데, 적어도 공법학의 관점 에서 이해충돌과 그로 인하여 초래되는 공직자의 행위를 구분하여 취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하여 세계 주요 국가의 이해충돌 법제를 입법방식, 규제내용, 실효성 확보 수단의 측면에서 비교법적으로 고찰하여보면 한국 법제에 시사가 가능한 몇 가지 지점을 포착할 수 있다.
우선 입법방식에 있어서 한국의 법제는 주무 부처를 달리하는 「공직자윤리법」과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이원화하여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법제와 같이 동일한 수범자를 대상으로 같은 목적의 경성규범을 이원화하여 운용하는 법제는 비교법적으로 드물다. 이러한 법제는 수범자에 대한 중복규제의 개연성을 높이고 유권해석의 통일을 저해하며 제도 개선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현행 두 개의 법률을 통합하여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시급하게는 「공직자윤리법」과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중복규제 사항부터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현행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법명 중 '방지'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으므로 수정이 필요하다. 이해충돌을 공직자가 직면하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본다면, 이해충돌은 방지의 대상이기보다 관리나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방지는 이해충돌 규제 중 매각제도나 백지신탁 제도와 같은, 이해충돌이 발생하기 전에 그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일부 제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용어이지만 나머지 다른 이해충돌 제도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규제가 넓게 보아 관리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현행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은 「공직자의 이해충돌 규제법」으로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는 향후 통합법의 제정에 있어서 고려할 사항이라고 본다.
선출직 공직자는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가 사무 전반에 대하여 다양한 직무상 이해관계를 가진다. 특히 입법부 공직자는 자유 위임의 원칙에 따라 직무상 공과(功過)에 관한 재신임을 받음으로써 정치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의 현행 법제, 특히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은 행정부 공직자의 직무 특성을 중심으로 법제가 정비되었으며 선출직 공직자의 직무 특성은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마련되었다. 따라서 규범의 분리까지 고려하여 선출직 공직자와 비선출직 공직자의 차별적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보며, 이러한 점에서 「국회법」의 일부 차별적 접근의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해충돌 규제내용 중 한국 법제의 주식매각·백지신탁 제도는 기준 금액을 규제의 진입장벽으로 설정하는 반면 직무 관련성 판단은 규제의 배제 요건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법제 운용은 비교법적으로 매우 이례적이고 제도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직무 관련성을 일차적 요건으로, 기준 금액은 부차적 요소로 전환해야 한다. 재산등록제도 또한 공직자의 현재 재산공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므로 재산형성 과정을 포함하여 입체적 감시가 가능한 다양한 사항들이 공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 법제는 실효성 확보 수단을 형사처벌과 행정질서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이것은 이해충돌 규제내용에 부합하지 않는 제재를 가함으로써 법제 운용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개별 이해충돌 규제영역의 특성에 부합하는 다양한 행정적 제재 수단이 모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퇴직공직자의 취업·활동 제한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연금이나 퇴직금을 삭감토록 하는 해외 입법례를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 법제의 불필요한 형사적 제재 수단을 행정적 제재로 전환하는 작업도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