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집중호우는 해마다 발생하는 가장 빈번한 자연재해이나 그간의 국내 연구들은 주로 사례 연구나 정성정 분석에 집중되어 있어 관련 메커니즘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담보되지 않은 상태이다. 본 논문에서는 최근 40 년 동안 발생한 모든 여름철 집중호우 사례들을 활용하여 집중호우의 종관기상학적 특성을 정성적, 정량적으로 상세분석하였다. 기상청 호우주의보 기준인 12 시간 누적강수량 110 mm 로 정의된 집중호우 사례들을 태풍에 의해 발생한 사례(TC-HREs; 전체의 약 18.9%)와 태풍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사례(HREs; 전체이 약 81.1%)로 구분하고, 합성장 및 통계적 분석을 통해 각각의 기후학적 특성을 먼저 도출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HREs 와 TC-HREs 의 종관 및 역학적 특징을 아래와 같이 더욱 상세화하였다.
HREs 의 경우, 집중호우 발생 전부터 상층 요란이 유의미하게 풍상측에 나타났으며 이는 시간에 따라 조직화된 상층골로 발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준지균 오메가 방정식의 수치적 해를 통해 집중호우의 발달기에는 역학적 강제력과 비단열적 강제력이 상승운동에 비슷한 정도의 역할을 하지만 집중호우 최성기가 되면 연직운동은 비단열 강제력에 지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집중호우가 역학적 강제력에 의해 촉발되고 이어 역학적-비단열적 되먹임 통해 빠르게 발달함을 암시한다. Q 벡터의 자연좌표계에서의 물리적 분해를 통해 역학적 강제력은 특히 하층 저기압과 경압불안정을 통해 발달하는 상층 골에 의해 지배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이는 선행연구에서 강조되어온 상층제트 입구에서 발생하는 이차순환의 역할이 다소 과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집중호우 연직운동의 준지균적 진단은 대부분의 사례에 적용될 수 있으나, 집중호우는 조직화된 저기압의 위치/유무, 북태평양 고기압의 위치/강도 등의 차이 등에 따라 다양한 지상 일기 패턴하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집중호우의 다양성은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을 이용한 군집분석을 통해 발견되었는데, 각 군집들은 저마다 다른 일기 패턴의 발달양상을 보여주며 주요 발생시기 및 발생지역 또한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지상 일기 패턴 기반 집중호우 유형 분류는 여름철 집중호우의 종합적인 이해 뿐만 아니라 예보에 있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TC-HREs 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은 주로 태풍 자체의 특성이나 지형 등과 같은 국지적인 요소들에 집중해왔으나, 태풍에 의한 집중호우는 중위도 조건에 의해서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위도 순환이 경압적으로 불안정한 조건에 놓여있는 경우, 태풍이 유도한 상층 발산류가 음의 잠재와도 이류를 일으켜 중위도 대류권계면의 파동활동이 두드러지고(예: 상층 기압골의 정체 및 상층 기압능, 제트의 강화), 북상하는 태풍의 온대저기압화 또한 빠르게 이루어진다. 이는 태풍과 중위도 순환 사이에 강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기 때문인데, 이는 태풍 전면의 넓은 지역에 강한 준지균 상승운동을 유발하고 그 결과 태풍이 한반도에 미처 상륙하기 전부터 집중호우가 발생할 위험을 초래한다. 반면, 중위도 경압 조건이 약한 경우 이러한 태풍-중위도 순환 상호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태풍 또한 중위도로 진입 후 빠르게 약화되는 특성을 보인다. 집중호우와 연관된 연직운동은 주로 태풍의 잔여 비단열적 대류에 지배되는 양상을 보이며 그 결과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거나 가까이 접근했을 때 비로소 집중호우가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이례적으로 많은 호우 피해가 발생한 2020 년 여름에 대한 사례분석을 수행하였다. 특히, 집중호우의 양상이 7 월 말 갑자기 바뀐 것에 주목하였는데, 6 월 29 일부터 7 월 27 일까지의 기간(P1) 동안 집중호우는 온대저기압의 통과에 의해 발생한 반면, 7 월 28 일부터 8 월 15 일까지의 기간(P2) 동안 집중호우는 정체한 몬순강우대 상의 중규모 불안정에 의해 발생하였다. 이러한 종관적 특성의 급변을 이해하기 위해 대규모 순환을 분석한 결과, P1 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쪽으로 강하게 확장했으나 남중국해 대류 약화에 따른 파동 반응에 의해 북상하지 못한 채 남쪽에 머물렀고 그 결과 한반도로 온대저기압이 통과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P2 에는 다시 대류가 강화되어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의 강한 기압경도가 한반도 위에 놓이게 되어 몬순 정체전선이 발달하기 좋은 환경이 형성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P1 시기의 남중국해 대류활동은 인도-북태평양에서 이루어진 대규모 대기-해양 상호작용과 연관되어 있었으며, 북대서양 여름 진동 또한 7 월 말 갑작스런 위상 변화를 통해 P1 과 P2 의 동아시아 몬순 순환에 서로 다른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2020 년 사례는 향후 집중호우 연구에서 중규모-종관규모-대규모 순환을 아우르는 다중규모 분석이 필요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