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예산은 국가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계획으로, 금액 자체보다 정책목표를 실현하는 방법을 수치화한 것에 의미가 있다. 본 연구는 정부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면서 정부 예산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결 조건인 예산 불용액 최소화에 관한 연구가 활발한 상황에서, 예산의 불용이 기관의 성격에 따라 차별적으로 발생하는지를 Dunleavy(1985) 관청형성모형을 적용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기관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예산집행 행태를 이해함으로써 '불용액 최소화'라는 당위적 구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예산편성 및 집행에 기여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본 연구는 15개 중앙관서(부)를 대상으로 2008년 ∼ 2020년까지의 일반 회, 특별회계, 기금의 예산 불용액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분석을 통해 기관 유형에 따라 예산의 불용이 차별적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보았다. 먼저, 예산의 유형은 관청형성모형에 따라 예산의 성격을 바탕으로 예산 목을 분류한다. 주로 기관 자체 운영비, 활동비로 사용되는 핵심예산과, 자금이 민간부문에 이전되는 순관청예산, 자금이 해당 기관 외 공공부문으로 이전되는 순사업예산 3가지 범주로 분류하였다. 기관의 유형은 기 별로 편성된 예산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예산 유형을 기준이로 핵심예산의 비중이 가장 큰 전달기관, 순관청예산 비중이 큰 이전기관, 순사업예산 비중이 큰 통제기관으로 분류하였다. 이후 기관 유형에 따라 예산 불용 양상이 차별적으로 나타나는지 회귀분석을 통해 분석하였다.

개별 기관과 관료는 차기 회계연도 예산편성의 명분이 당해 회계연도의 집행실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실제 예산 집행률이 낮은 사업은 예산 삭감이나 예산이 반영되지 않는다. 따라서 각 기관은 기관의 이익에 부합하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예산집행에 있어 우선순위를 정하고 기관 유형에 따라 우선순위가 다를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전달기관과 이전기관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예산 유형이 다른 예산 유형보다 예산 불용이 작았다. 이는 해당 기관 유형이 각각 핵심예산과 순관청예산의 유지 및 확대를 통해 기관 및 소속 관료의 영향력을 증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편, 통제기관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예산의 불용률과 그 외 예산의 불용률 간의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순사업예산은 자금이 다른 공공기관에 이전되어 정책 성과에 대한 효용이 해당 기관에 귀속되지 않고 오히려 예산 통제에 대한 책임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순사업예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통제기관에서는 해당 예산에 대한 확대 유인을 갖기보다 다른 통제 수단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함의를 도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의 예산 불용률에 관한 연구의 분석 대상을 기관으로 세분화하였고 일반회계뿐만 아니라 특별회계, 기금으로 분석 대상 예산을 확대하였다. 또한, 관청형성모형을 통해 기관을 유형화하여 기관의 성격과 예산집행 행태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둘째, 예산의 불용을 관청형성모형이라는 이론적 틀로 분석함으로써, 예산 불용과 관청형성모형 모두 각 분야의 이론적 확장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지금까지의 예산 불용에 관한 연구는 불용에 미치는 영향요인을 발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론적 틀에 기반한 연구가 부족하였고, 관청형성모형은 예산구조에 관한 탐색적 연구가 대부분이었는데 본 연구를 통해 이론의 확장과 분석의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셋째, 본 연구 결과를 통해 기관별로 어떤 유형의 예산을 남기는지 이해함으로써 개별 기관이 아닌 기관 유형을 분류하여 체계적인 예산관리가 필요함을 제시한다. 넷째, 예산편성 단계에서 기관유형별로 다른 관청형성전략을 예측하여 기관의 예산 요구(안) 검토 시에 예산 확대의 유인이 있는 예산 유형의 과다한 예산 요구를 식별하여 합리적인 예산편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향후 기관 단위 예산 자료공개가 기관의 부서 단위로 세분된다면, 기관 내 부서 간의 관청형성전략에 대한 실증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통해, 관청형성모형의 정교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