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퍼머컬처 실천 단체인 수락의 구성원들이 퍼머컬처 실천을 통해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의식과 대안적 노동 방식에 대한 지향을 구체적으로 실현해나가는 양상을 분석한다. 최근 전 지구적 기후 위기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기존의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적으로 인식하며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구자는 국내 퍼머컬처 실천 사례인 수락에 주목하여, 구성원들이 퍼머컬처를 실천하게 된 배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들의 활동이 지니는 대안적 가치를 탐구한다.
영속적인 농업 및 문화를 뜻하는 퍼머컬처(Permaculture)는 1970년대 호주에서 산업적 농업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과 생활양식을 제시하기 위해 고안된 디자인 체계이다. 퍼머컬처는 지역사회 중심의 풀뿌리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확산하였으며, 한국에는 2000년대 이후 도입되었다. 한국의 퍼머컬처는 2014년부터 시작된 전환 마을 운동과 함께 그 범위와 규모를 확장하였으며, 전국 각지에 퍼머컬처 실천 단위들이 등장하였다. 2020년 이후에는 이들이 연합하여 한국 퍼머컬처 네트워크를 출범하는 등, 퍼머컬처는 국내에서 정착기에 접어들었다. 수락은 이러한 흐름에 참여해온 실천 단위 중 하나다. 수락은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도시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도시의 소비적 생활양식을 비판하며 대안을 모색하고자 공동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연구자는 수락 구성원들이 수락에 참여하며 퍼머컬처를 실천하게 된 동기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들의 실천에서 대안적 노동에 대한 가능성을 탐구한다. 구성원들이 수락에 참여하게 된 배경에는 개인적 삶의 경험을 통해 형성한 자본주의적 노동에 대한 비판 의식이 있다. 특히 이들은 자본주의와 그에 기초한 생활양식이 기후 위기를 초래한 원인이라 보며, 그 대응책으로 자급적·자립적인 생활양식을 추구해왔다. 이러한 대안적 생활양식에 대한 지향은 농사 및 퍼머컬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또한, 연구자는 구성원들이 퍼머컬처를 실천하게 된 배경에 관행농업에 대한 비판의식이 있다는 데 주목하였다. 구성원들이 퍼머컬처와 같은 대안적 농업에 기초해 자급적 농사를 짓는 데에는 관행농업과 그것을 지탱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지속 불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영향을 주었다.
다음으로 연구자는 수락 구성원들이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을 바탕으로 퍼머컬처를 실천하면서 어떠한 대안을 발견하고 있는지 논의한다. 퍼머컬처는 관행농업과 달리 '흙을 살리는' 대안적 농사법을 제시하며, 이를 실천하는 구성원들은 일상적 모임과 축제와 같은 비일상적 행사를 통해 대안적 노동을 모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노동과 여가, 생산과 소비가 분리된 자본주의적 노동과 달리 놀이와 생산이 결합하며 고됨과 즐김이 공존하는 노동을 실천한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나이나 사회적 지위 등에 기반한 위계적 조직 문화의 대안을 추구하며 자율성과 공동의 책임을 중시하는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다.
수락 구성원들의 실천은 임금노동만을 생산적 노동으로 간주하는 자본주의적 관점을 비판하며, 대안적 노동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실천적 사례이다. 이들의 퍼머컬처 실천에서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의식과 대안적 생활양식에 대한 전망을 발견할 수 있다. 구성원들은 수락에서의 활동을 통해 그러한 비판의식과 대안에 대한 전망을 지속적으로 구체화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