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자기 지식에 관한 이론 중 하나인 내적 감각 이론이 심적 상태에 관한 기능주의를 받아들일 때 다양한 심적 상태들의 내성에 관하여 가장 적절한 설명을 제시할 수 있을뿐더러 환원적 물리주의를 전제하지 않음으로써 심신 문제와 관련해 보다 다양한 형이상학적 입장들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우선 내적 감각 이론은 우리가 스스로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내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심적 상태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며, 이때 내성은 외부 대상에 대한 지각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현대의 분석철학적 맥락에서 내적 감각 이론을 발전시켰던 학자들로는 암스트롱, 라이칸, 니콜스와 스티치, 그리고 골드만이 있는데, 본 논문에서는 이들이 제시한 내적 감각 이론의 내용을 이들이 각자 심적 상태에 대한 기능주의에 관하여 어떠한 입장을 갖고 있는지와 연관지어서 살펴보려고 한다. 내적 감각 이론은 심적 상태에 대한 내성을 설명하고자 하는 이론인 만큼, 기능주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성의 대상이 되는 심적 상태가 기능적으로 정의된다고 보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기능주의적 내적 감각 이론에서는 내적 감각이 심적 상태를 감지하는 것이 심적 상태의 기능적 속성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기존의 내적 감각 이론가들 가운데서 암스트롱, 라이칸, 니콜스와 스티치는 모두 기능주의를 받아들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암스트롱은 분석적 실현자 기능주의를, 라이칸은 심리적 역할 기능주의를 받아들이며, 니콜스와 스티치는 심리적 기능주의를 받아들이지만 역할 기능주의와 실현자 기능주의 사이에서 특정한 입장을 취하지는 않고 있다. 한편, 가장 최근에 내적 감각 이론을 이어받아 발전시켰던 골드만은 기능주의를 거부하며, 내적 감각의 작용이 심적 상태의 기능적 속성을 대상으로 한다는 기존 견해를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대안으로서 내적 감각이 심적 상태의 신경적 속성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신경적 내적 감각 이론을 제시한다. 본 논문에서는 골드만의 견해가 분명 설명적인 장점도 있으나, 내성에 대한 설명을 순수하게 신경적인 속성을 통해서만 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심적 상태들을 분석하고자 했던 기존 철학적 논의와 단절되며, 또한 환원적 물리주의를 전제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이전 이론들에 비해 형이상학적인 개입을 강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을 진다고 본다. 그리고 다시금 기능주의적인 내적 감각 이론을 옹호함으로써 내적 감각 이론이 자연 과학에 친화적인 내성에 관한 통일적 이론이면서도 환원적 물리주의에 대해 열려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능주의적 내적 감각 이론을 옹호하기 위해서는 기능적 속성에 관하여 골드만을 비롯한 학자들이 제기한 비판들에 대해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내적 감각이 심적 상태의 기능적 속성을 감지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크게 네 가지의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는 각각 기능적 속성이 관계적 속성이라는 점, 기능적 속성이 경향적 속성이라는 점, 기능적 속성이 연언적 속성이라는 점, 그리고 기능적 속성의 인과적 효력과 관련하여 제기되었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비판들을 살펴보고, 기능주의적인 입장에서 이에 대한 답변을 제시할 것이다. 이때 제시할 대부분의 답변들은 분석적 기능주의와 심리적 기능주의 양측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나, 심리적 기능주의가 조금 더 유리한 측면이 존재한다. 따라서 본 논문은 심리적 기능주의를 받아들이는 내적 감각 이론이 가장 최선의 내적 감각 이론이라고 주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