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시행되면서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66년간 검찰 주도하에 놓여 있던 수사구조가 경찰 주도로 바뀌었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은 '국민중심 책임수사'라는 목표 아래 수사의 전문성과 완결성을 갖추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정작 그 목표 달성에 필요한 핵심적 인적자원인 일선 경찰서의 수사관들은 업무수행의 고충을 토로하며 수사부서를 떠나려 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경찰 수사관들의 저조한 직무만족도와 수사부서 기피‧이탈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사구조에서 경찰 수사관이 경험하는 역할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하고, 역할스트레스 요인이 직무만족과 보직이동의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그 영향에 대해 사회적 지지와 수사심사관의 지지가 갖는 조절효과를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연구 방법으로는 전국에서 범죄 발생건수와 검거건수가 가장 많은 순으로 경기도남부경찰청 산하 31개서, 서울특별시경찰청 산하 31개서, 부산광역시경찰청 산하 15개서의 수사과에서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3,850명의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획득한 242명의 표본을 통계분석에 활용하였다.
독립변수로 역할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역할갈등‧역할모호성‧역할과다)을, 종속변수로 직무만족과 보직이동의사를, 조절변수로 조직 내의 일반적인 사회적 지지(상사‧동료)와 특수한 형태의 수사심사관의 지지를 설정하였고, 가설검증을 위해 위계적 다중회귀분석과 매개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역할모호성과 역할과다는 직무만족에 부(-)의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 보직이동의사에는 정(+)의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할갈등은 보직이동의사에만 정(+)의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직무만족은 역할모호성과 역할과다가 보직이동의사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사회적 지지와 수사심사관의 지지의 조절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직접 직무만족에 정(+)의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가 갖는 의의와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변화된 수사구조의 특성을 반영한 설문을 통해 최근 경찰 수사관이 경험하고 있는 역할스트레스 요인이 직무만족과 보직이동의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입증하였다. 그동안의 '경찰' 관련 선행연구는 경찰공무원의 일반적인 직무스트레스와 직무만족, 이직의도 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 그친 반면, 본 연구는 부서 간 담당 업무의 차이를 고려하여 연구대상을 일선 경찰서 수사과에서 직접 수사하는 수사관으로 한정하였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둘째, 경찰 수사관의 역할스트레스가 직무만족 및 보직이동의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통해 수사관의 역할스트레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수사관들은 세 가지 역할스트레스 요인 중 역할과다를 가장 크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조직 차원에서 수사인력 증원 노력과 더불어 수사관의 역할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검토하고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사회적 지지와 수사심사관의 지지가 직무만족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통해 그 지지 수준을 향상시켜야 할 근거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조절효과가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특히, 수사심사관제도는 경찰의 책임수사를 구현하기 위해 신설된 것으로 시행된 지 오래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제도적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수사관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 수사심사관이 옥상옥(屋上屋)의 존재로 남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