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아동·청소년이 지각하는 학대와 방임이 공격성과 우울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함으로써 공격성 문제와 우울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함의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되었다. 이와 같은 연구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두 개의 연구문제를 제시하였다: (1) 아동·청소년이 지각하는 학대와 방임은 각각 공격성과 우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2) 아동·청소년이 지각하는 학대와 방임, 공격성, 우울 간에는 어떤 관계가 존재하는가?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연구방법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선행연구 고찰의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모형과 연구가설을 설정하였다. 연구가설을 보면, 학대 및 방임과 공격성 그리고 우울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5개의 직접효과 연구 가설과 2개의 매개효과 연구가설이 도출되었다. 분석 자료로 이차자료인 한국아동·청소년 패널조사(2010~2016)의 3개 패널자료가 사용되었는데, 초1패널은 초등학생, 초4패널은 중학생, 중1패널은 고등학생으로부터 수집한 자료이다.
자료의 분석 단계에서는 먼저 변수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기술통계분석과 상관관계분석을 실시하였다. 기술통계분석에서 연구변수의 평균, 표준편차, 최소값, 최대값, 왜도, 첨도를 구하였는데, 특히 왜도와 첨도의 분석을 통해 자료분포의 정규성 가정이 충족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구조방정식 분석 단계에서는 측정모형의 검증과 구조회귀모형의 검증을 순차적으로 실시하는 2단계 접근법을 적용하였다. 먼저, 측정모형의 검증의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주요 연구변수를 구성하는 문항 간의 집중타당도를 검증하였고, 이어서 주요 연구변수들 간의 판별타당도를 검증하였다. 이어서, 최대우도추정 방식으로 구조회귀모형의 검증을 실시하여 변수 간의 영향 관계를 확인하였다. 특히 변수 간의 효과분해를 실시하는 부트스트래핑 방식을 적용하여 독립변수와 종속변수 사이의 관계에서 매개변수가 갖는 간접효과(즉, 매개효과)의 유의성을 검증하였다.
측정모형의 검증은 패널별로 이루어졌다. 초1패널의 측정모형을 검증한 결과, 측정모형의 적합도가 전반적으로 양호하였다(χ²=378.714, df=59, p=0.000, RMR=0.014, GFI=0.972, TLI=0.966, CFI=0.975, RMSEA=0.052), 초4패널의 검증 결과에서도, 측정모형의 적합도가 전반적으로 양호하였다(χ²=267.552, df=59, p=0.000, RMR=0.013, GFI=0.979, TLI=0.978, CFI=0.984, RMSEA=0.042). 중1패널의 검증 결과에서도 측정모형의 적합도가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χ²=458.920, df=59, p=0.000, RMR=0.014, GFI=0.966, TLI=0.954, CFI=0.965, RMSEA=0.058). 이상의 검증 결과를 근거로 본 연구의 잠재변수들이 하위 측정문항이나 지표에 의해 적절히 측정되었다고 평가하였다. 이어서 3개 패널 모두에서 측정모형의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잠재변수의 집중타당도와 판별 타당도가 인정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연구모형의 검증도 패널별로 수행되었다. 초1패널의 연구모형의 적합도 지수를 보면 χ² 검증은 기각되었으나, 다른 적합도 지수들이 모두 양호하였으며 (χ²=765.072, df=90, p=0.000, RMR=0.029, GFI=0.954, TLI=0.931, CFI=0.949, RMSEA=0.061), 따라서 이 연구모형이 비교적 양호하다고 판정하였다. 초4패널의 연구모형의 경우에도 χ² 검증은 기각되었으나, 다른 적합도 지수들이 모두 양호하였으며(χ²=765.072, df=90, p=0.000, RMR=0.029, GFI=0.954, TLI=0.931, CFI=0.949, RMSEA=0.061), 이로써 이 연구모형이 비교적 양호하다고 평가하였다. 중1패널의 연구모형의 검증에서도 χ² 검증은 기각되었으나, 다른 적합도 지수들이 모두 양호하였으므로(χ²=765.072, df=90, p=0.000, RMR=0.029, GFI=0.954, TLI=0.931, CFI=0.949, RMSEA=0.061), 이 연구모형이 비교적 양호하다고 판정하였다.
끝으로, 연구모형의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패널별로 연구가설을 검증하였다. 직접효과 연구가설의 검증 결과는 패널별로 차이를 보였다. 연구가설 H-1(학대→공격성)을 검증한 결과, 초1패널, 초4패널, 중1패널에서 이 연구가설은 모두 채택되었다. 연구가설 H-2(방임→공격성)을 검증한 결과에서도 초1패널, 초4패널, 중1패널 모두에서 이 연구가설이 채택되었다. 연구가설 H-3(학대→우울)을 검증한 결과, 초1패널에서 이 연구가설은 기각되었으나 초4패널과 중1패널에서는 이 연구가설이 채택되었다. 연구가설 H-4(방임→우울) 을 검증한 결과, 초1패널과 초4패널에서 이 연구가설은 채택되었으나 중1패널에서는 이 연구가설이 기각되었다. 끝으로, 연구가설 H-5(공격성→우울)을 검증한 결과, 초1패널, 초4패널, 중1패널에서 이 연구가설은 모두 채택되었다.
매개효과 연구가설의 검증 결과는 패널별 간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가설 H-6(학대→공격성→우울)을 검증한 결과, 3개 패널 모두에서 이 가설이 모두 채택되었다. 마찬가지로, 연구가설 H-7(방임→공격성→우울)을 검증한 결과에서도 3개 패널에서 이 가설이 모두 채택되었다. 이와 같은 매개효과 연구가설의 검증 결과는 아동기 부정적 경험(ACEs)의 분석틀과 실패모형(failure model)의 관점을 사용하여 학대와 방임이 공격성을 매개로 우울을 간접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본 연구의 검증 결과에 기반하여 다음과 같은 이론적 함의를 얻었다. 첫째, 아동기 부정적 경험(ACEs)의 유형에 따라 정서문제의 발현 양상에 있어서 주목할만 한 차이가 관찰되었다. 즉, 학대와 방임이 공격성에 미치는 영향은 학교급을 불문하고 모두 비슷하였으나, 학대와 방임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은 학교급별로 양상이 달랐다. 또한 본 연구는 공격성과 우울 간의 인과성을 설명하는 이론 모형중 실패모형이 타당함을 확인하였다. 끝으로, 본 연구에서 이론적 합성을 통해 구성한 매개효과 연구가설과 연구모형이 학대와 방임, 공격성, 우울 간의 연쇄적·순차적 인과성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이론 모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받았다.
본 연구의 검증 결과에 기반하여 다음과 같은 실천적 함의를 얻었다. 첫째, 본 연구에서 검증 대상으로 설정한 연구모형을 보면 학대와 방임은 우울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원인이자 공격성을 매개로 영향을 미치는 간접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격성과 우울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대와 방임이 일어나지 않도록 선제적·예방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둘째, 본 연구에서 아동·청소년이 지각하는 공격성은 학대 및 방임과 우울 간의 관계를 연결하는 유의한 매개변수로 확인되었으며, 따라서 학대와 방임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중간 고리에 해당하는 공격성에 대한 실천적 개입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끝으로, 아동·청소년의 우울에 대한 체계적 개입이 필요하다. 우울은 예방 또는 치료의 대상이 되는 부정적 정서로써,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개입의 대상이 되어야 할 문제이다. 또한 우울을 초래하는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대처방안을 강구하는 문제중심적 대처가 중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