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기행』은 인평대군이 1656년 8월부터 12월까지 청나라에 진주사로 사행했던 일을 수록한 일기체 사행기록이다. 『연도기행』은 상·중·하 3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송계집』 5, 6, 7권에 수록되어 있다. 상권에는 인평대군이 조선의 수도 한양에서 출발하여 의주에 도착하였을 때의 견문, 중권에는 의주에서 북경까지의 경험, 하권에는 북경에서 한양으로 돌아온 일을 간략히 기록했다.
인평대군은 청나라에 인질로 가서 생활했기 때문에 청나라 사람들의 생활, 풍속, 습관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청나라 입장에서 왕자의 지위를 지닌 인평대군이 인질로 온 것은, 조선이 청에 대해 외교의 성의를 보여준 것이었고, 이는 양국 간 갈등 완화에 긍정적 역할을 하였다. 또한, 인평대군은 사행할 때 예의를 잘 갖췄기에 청나라 사람한테 높은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인평대군은 인조·효종 시기에 조선과 중국 외교에 매우 중요한 사신이었다.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 심각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인평대군이 청나라에 사행하여 양국의 충돌을 완화시켰다. 인평대군의 빈번한 사행은 조선과 청나라가 양호한 외교 관계를 유지하도록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명나라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조선은 오랑캐의 나라로 여겼던 청나라의 통치를 인정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청나라의 핍박에 못 이겨 청나라를 중심으로 한 외교질서에 편입될 수밖에 없었다. 조선의 왕자였던 인평대군은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감과 동시에 사행하는 책임을 맡았다. 이러한 인평대군의 역할을 통해 양국 관계가 호전되었을 뿐만 아니라 청나라와 관련된 많은 정보를 파악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청나라의 위압에 눌렸던 조선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인평대군이 조선에 기여한 공로는 무시할 수 없다.
『연도기행』에는 노정, 여행, 음식, 숙박, 산성, 명승고적 등 다양한 내용과 역사적 인물, 사건에 대한 저자의 견해와 함께 개인적 감상도 풍부하다. 이러한 본 사료의 정보는 후세 학자들이 조선과 중국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본 글은 『연도기행』 원문을 현대 중국어로 번역하여 주해하였다. 우선 『연도기행』을 통해 인평대군이 청나라에서 생활한 시기의 사회상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인평대군의 명나라와 청나라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를 알 수 있고, 조선의 청나라에 대한 외교 사상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끝으로 조선과 청나라의 외교 책략을 이해할 수 있고, 중국의 정권 변동이 양국 간 관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도 중요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