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장강명의 소설 『산 자들』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를 찾아서 그 상황에서 드러나는 감정을 분석하고 극복 방법을 고찰하고자 하였다. 또한 노동자들이 불안한 상황에서 표출하는 감정과 불안 의식과의 관련성 또한 분석하고자 했다.
사회부 기자 출신답게 작가 장강명은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이 시대의 '경제'와 '노동'의 문제를, '자르기', '싸우기', '버티기'의 3부로 구성된 열편의 소설에 담았다. 연작소설집『산 자들』에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 식을 소설 각 편마다 아주 현실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산 자들』에서 다루는 치열한 취업 경쟁, 구조조정, 자영업자 문제, 재건축 등의 이야기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실제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은 '진짜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한 작가의 소설 기법 이다. 본고는 등장인물들이 처해진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주목하였다. 등장인물들의 반응은 불안을 극복하고자 하는 방어 기제에서 출발한다. 각각의 노동 주체들이 안고 있는 불안 의식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근거하여 신경증적 불안, 도덕적 불안, 현실적 불안으로 분류하여, 그러한 불안 의식에 인물들은 어떤 방어 기제를 작동시키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또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불안의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불안을 다룬 철학자들의 이론을 살펴보았다. '불안'을 정신 영역의 일부로 주목하기 시작한 프로이트와 그 계보를 잇는 라캉, 그리고 키에르케고르의 심리학적 불안과 하이데거의 존재론적 불안의 개념을 두루 살폈다. 또한 일상의 철학자 알랭드 보통의 『불안』에 근거하여 현대적 의미에서의 노동자의 불안을 고찰하고 바우만의 '액체 근대' 사회에서의 노동자들의 불안이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 변화를 살펴보았다. 논의의 중심은 정신분석학의 출발점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연구로 진행하였다. 또한 시대마다 달라지는 노동문제와 경제 문제에서 주요 이슈가 무엇인지 과거의 노동 문학을 통해 파악하며 노동 주체들의 요구 변화에 주목하였다.
문학은 현실을 반영한다. 시대마다 제기되는 문제는 저마다 다르다. 노동 문학은 노동자들의 생활과 노동이 가지는 올바른 가치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문학을 총체적으로 이르는 개념이다. 문학은 지배 이데올로기의 확장에 기여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뛰어난 문학 작품 속에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내부에서부터 혁파해내는 창조적 에너지가 담겨 있다. 진정한 문학이 전달하는 감동은, 자본주의 체제가 인간들에게 강요하는 비인간적 생존의 방식, 즉 개인주의와 물질주의 그리고 마치 정글의 세계와도 같은 경쟁 논리에 빠져든 허위의 삶을 살고 사랑과 신뢰에 기반한 참다운 삶의 전망을 확인할 때 비로소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문제가 우리 사회에 첨예한 문제로 떠오른 1970년대부터 2000년대 까지를 개괄해 보았다.
1970년대는 소수 권력층과 자본가들이 부(富)를 독점함으로써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이때의 소설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관심사였다. 1980년대는 노동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와 노동자들의 피폐한 삶,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적하는 본격 노동 소설이 나옴으로써 노동자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경영주들을 비판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노동시장이 유연화되면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고용 형태가 확산되었다. 노동시장에서 고용의 직접성, 고용계약 형태, 노동시간 등을 기준으로 다양한 고용방식이 확대 되었다.
경제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시장에서는 계약제 및 경력직 채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일부 업무에 대해서는 아웃 소싱과 외부 용역을 확대하였다. 따라서 한국의 노동시장에는 정규직과 임시·일용직, 전일제와 시간제,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 다양한 고용 형태가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노동시장은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을 볼 수 있다.
『산 자들』에서는 이러한 현실이 '불안 의식'으로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는 이들 노동자들의 현실을 프로이트가 분류한 불안의 유형 인 '신경증적 불안', '도덕적 불안', '현실적 불안'으로 유형화하여 노동자 들이 느끼는 감정이 다양하게 표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이를 통해 드러난 연민, 분노, 무력감, 자존감 상실, 수치심, 죄의식, 이기심, 원망, 경쟁심, 적대감, 갈망, 집착, 소외감, 두려움, 굴욕감 등의 부정적 감정이 이들을 지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불안으로 야기되는 이러한 다양한 감정들이 삶에 미치는 내적 외적 영향을 파악해 보고자 했다. 2000년대 들어서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감원이 일상화되었고, 게다가 경기 침체까지 겹쳐, 경제적 약자끼리의 갈등도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예전에는 갑과 을의 갈등이 주종을 이루었다면 이제는 을과 을의 갈등, 더 나아가 을과 병의 갈등으로 심화되었다. 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어 자영업 시장이 레드 오션이 되면서 자영업자들 간의 갈등도 심해졌다. 이렇게 노동 현장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그 갈등의 저변에는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 짙게 깔려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 소설 속 노동 주체들이 겪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그들이 겪는 무력감, 수치심, 좌절감 등이 실존의 불안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데이비드 호킨스의 '의식의 지도'를 근거로 활용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